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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19. 2021

제주 3대 김밥

오늘의 김밥 일기

김밥을 좋아한다. 조금 많이 좋아한다. 그렇다고 치킨이나 햄버거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주 김밥이 먹고 싶어서 김밥을 사 먹거나 그것으로 부족해질 때면 내가 직접 싸 먹거나 엄마에게 싸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사실 한 줄 이상 먹기 시작하면 왠지 모르게 김밥의 맛이 떨어진다. 갑자기 나는 김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느낌이랄까?



제주도에 와서 갑자기 입맛을 잃었다. 아니 사실은 잃었다기보다 밤마다 하는 군것질이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침을 적게 먹게 되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외출했을 때 허기진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지난번엔 카페에 가는 길에 옆에 바로 김밥 집이 크게 있길래 이따 커피 마시고 김밥 한 줄 사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커피를 마시고 자연스럽게 김밥집으로 향했다. 어? 김밥집에 사람이 꽉 차 있다. 시간이 분명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었는데 손님이 꽉 차 있어서 의아했다. 그리고 내 뒤로 들어오는 포장 손님. 나는 김밥을 한 줄만 구매했다. 그리고 차에 타서는 너무 신기한 듯 떠들었다. "매장에 사람이 가득해, 제주도에서는 사람들이 김밥을 많이 먹나 봐." 그러고 나서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나는 우연히 들어갔는데 제주도에서 꽤 유명한 김밥집이었다.



김밥은 정말 맛있었다. 배가 고파서 맛있는 줄 알았는데 김밥 맛집이라 맛있었나 보다. 심지어 김밥을 싫어하는 아이도 손을 치켜들고 따봉을 외쳤다. 금세 또 먹고 싶어졌다. 한 줄만 시킨 게 아쉬울 정도였다.  그 후로 며칠 동안  벼르고 벼르다 김밥을 사 먹으러 갔다. 오늘은 어떤 김밥을 먹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갔는데 어머, 문이 닫혀 있다. 하필 일주일 중에  수요일 휴무에 맞춰가다니. 정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어제! 남편이 서울로 떠났다. 나는 아침 일찍 남편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도서관에 들렀다. 어제 도서관에서 예약한 도서가 도착했다는 알림 문자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서 너무 졸린 상태로 비몽사몽 하며 도서관을 들렸다. 책을 빌리니 그제야 허기짐이 느껴졌다. 어서 아침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연스럽게 발길은 그 김밥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9시 오픈인 김밥집은 너무도 한가했다. 김밥의 메뉴가 너무도 다양해서 고를 때마다 머리가 아프지만 결국 나의 원픽은 참치김밥이다. 원래 열무국수도 너무 맛있는 집이라는데 혼자 가서 두 개다 못 먹어본 게 너무 아쉬울 정도이다.



제주도 참맛나 김밥


오랜만에 먹은 참치김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매장 안에서 먹으니 어묵 국물도 주셨는데 , 어묵 국물이 시원하니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반찬 중에 빨간 어묵볶음이었는데 이게 또 찰떡궁합이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맛있었다. 어묵조차 맛있는 집이라니! 지금도 침 꿀꺽 생각난다.








그 이후로는 일주일이 최소 2~3번은 김밥 생각을 한다. 아침메뉴로 넘 딱이지 않나? 모든 재료 골고루 들어간 완전식품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지나가다 제주도 3대 김밥이라는 가게의 플래카드를 보았다. 대체 3대 땡땡 이런 건 누가 정하는 걸까 최초의 사람이 누 군 걸까?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암튼 엊그제 아침에 김밥을 먹었는데 오늘도 생각이 난다. 김밥집은 이른 오전부터 문을 여는지라 시간도 딱이다!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바로 그 3대 김밥을 찾아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체인점이 여러 군데 있는 곳이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아침 일찍 찾아가니 손님이 없다. 하지만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은 봐서 이미 예약 손님이 있구나 싶었다. 여긴 그래도 다른 곳보다 메뉴가 5개 정도로 적은데 그래도 고르기가 어려웠다. 이틀 전에 참치김밥을 먹었으니 이번엔 다른 김밥이 먹어보고 싶었다. 김밥의 이름들이 화우 쌈 김밥, 버섯조림 쌈, 매운 멸치 쌈. 김밥 이름이 쌈이라니 특이했다. 나는 버섯조림 쌈을 골랐다. 이 김밥집은 식혜도 맛있다길래 함께 구입했다.




제주 3대 김밥 : 다가미 김밥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깁밥을 빨리 먹고 싶어서 흥분했다. 그런데 따뜻한 국물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서 계란국을 서둘러 끓였다. 그리고선 드디어! 김밥을 꺼냈는데 우와~ 특대 사이즈다! 보통 김밥집 2배 이상은 되는 사이즈였다. 어쩐지 그래서 일회용 장갑을 함께 주었다. 한입에 절대 절대 들어가지 않는 사이즈다. 절반으로 나눠서 먹었는데 정말 정말 꿀맛이었다. 아, 이래서 3대 김밥인가 싶을 정도였다. 양이 너무 많아서 절반 정도 먹고, 절반은 점심으로 다시 먹었다. 다시 먹어도 정말 정말 맛있었다. (지금도 생각나네) 그 후에 식혜로 입가심을 했는데 또 식혜가 포인트였다. 너무 맛있다.



저녁이 되어 서울로 갔던 남편이 돌아왔다. 이틀 동안 김밥 먹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내일 아침도 김밥 사 올까 봐" 했더니 남편이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본다. 나는 원래 하나에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공부를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먹는 것만 진심이라니..ㅎㅎㅎ (웃프다)



몇 년 전 제주도 여행을 왔다가 제주도에서 제일 유명한 김밥집에서 김밥을 샀다.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근처 잔디밭에 가서 김밥을  먹는데 조금 느끼했다. 먹을수록 느끼해져서 그냥 한번 먹어본 걸로 족하다 싶었다. 그날의 김밥이 그런 느낌이라 아쉬움조차 없었는데 나는 왜 갑자기 제주도에서 김밥에 빠져버린 걸까? 그때는 여행이라 몰랐다 싶기도 하다 김밥의 참맛에 대해서. 이번 제주도에 사는 동안 김밥 맛집 탐방을 다녀볼까 한다. 이왕이면 좋아하는 메뉴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즐거움을 느끼는 일. 이게 바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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