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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y 06. 2022

제주에서 미술관 3.

3. 국립제주박물관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지나가던 육교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제주도립미술관에 전시된다고 플랜카드가  크게 걸려있다. 그리고 종종 지나가는 버스에도 그 광고를 마주칠 수 있었다. 그것을 몇 번 본 아이가 말했다. "엄마 세한도가 제주도립미술관에 전시한데요" "안 그래도 엄마도 그 얘기 들었어! 우리 같이 갈까?"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아니 제주박물관에 몇 번이나 가는 거야. 우리 오자마자 갔었잖아! 그리고 어린이 박물관도 갔다 왔어 난~" 하고 말한다. 갔던 곳을 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게 아빠를 꼭 닮았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 그럼 아빠랑 엄마랑 다녀올게. 그리고 괜찮으면 우리 같이 갈까?"라고 물었다. "응 아빠 엄마가 일단 먼저 다녀와요"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이곳은 거의 10년 전에 제주로 여행 왔을 때 한번, 그리고 이번에 제주살이 시작하며 가족이 함께 한번, 그리고 오늘이 남편과 나의 세 번째 방문이다.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상설 전시로 열리고 있는 제주 섬, 그리고 제주를 거쳐 선사시대 제주, 섬마을의 발전과 변화, 섬나라 탐라국, 고려시대 제주, 조선시대 제주, 제주 섬사람들이라는 각 주제로 제주의 역사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이 자세히 전시되어 있다.


지난번은 상설전시를 관람했고 이번엔 세한도를 보러 왔다. 이 기획전시는 겨우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만 열리는데, 지난번 이중섭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처럼 놓쳐버리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놓치지 않고 다녀오게 되었다.














세한도, 다시 만난 추사秋史와 제주



<세한도> 그것은 무엇일까? 세한도는 추운 겨울에도 푸르른 송백을 소재로, 시련 속에서도 신의를 굳게 지킨 변치 않는 마음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추사 김정희가 세한도를 그리게 된 배경은 이러하다. 1844년 그의 나이 59세에 제주도에 유배 온 지 벌써 5년이 되었을 때, 김정희는 생애 최고 명작으로 손꼽히는 세한도를 만들었다. 세한도는 김정희가 그의 제자인 '이상적'에게 그려준 것이다. 이상적은 스승인 김정희가 귀양살이하는 동안 정성을 다해 연경(청나라의 수도 : 베이징)에서 구해온 책을 보내주었다. 이에 김정희가 그 고마운 마음의 표시로 세한도를 그려준 것이다. 김정희는 이상적의 변치 않는 의리를 공자님 말씀을 담은 논어의 ‘세한연후 지송 백지 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라는 유명한 구절에 빗대어 칭찬하고 그림으로 표현했다.




지난해에는 [만학]과 [대운] 두 문집을 보내주더니 올해에는 우경의 [문 편]을 보내왔도다. 이는 모두 세상에 흔히 있는 것도 아니고 천만리 먼 곳으로부터 사 와야 하며, 그것도 여러 해가 걸려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단번에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세상은 흐르는 물살처럼 오로지 권세와 이익에만 수없이 찾아가서 부탁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대는 많은 고생을 하여 겨우 손에 넣은 그 책들을 권세가에게 기증하지 않고 바깥에 있는 초췌하고 초라한 나에게 보내주었도다. (...)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날이 차가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 하셨는데... 지금 그대와 나의 관계는 전이라도 더한 것도 아니요, 후라고 줄어든 것도 아니다. (...) 아, 쓸쓸한 이 마음이여. 완당 노인이 쓰다.


                                                                                                               추사 김정희, 유홍준 286P




세한도 전시 내부




세한도는 추운 겨울에도 푸르른 송백을 소재로, 시련 속에서도 신의를 굳게 지킨 변치 않는 마음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그림다.



세한도에 보면 오른쪽엔 그림이 왼쪽엔 왜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강하고 굳센 필치로 적어놓았다. 그림은 둥근 문이 있는 허름한 집 좌우로 소나무 두 그루, 측백나무 두 그루를 그려놓았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그림과 글씨, 인장으로 표현한 것으로 당 시대 최고의 문인화라고 여겨지고 있다.




세한도




세한도의 두루마리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1910년 초 세한도 소장자였던 김준학이 오랫동안 앓다가 쾌차한 것을 기념하여 1914년에 쓴 ‘완당 세한도’와 시가 함께 적혀있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가 1844년 제작된 김정희의 세한도입니다. 세 번째는 중국 청나라 문인 16인이 1845년 세한도를 보고 쓴 글 16편과 김준학이 1914년 추가한 글 2편이 4개의 종이에 쓰인 부분입니다. 네 번째 부분이 753.7cm로 가장 긴데, 한국 근대 지식인 오세창, 이시영, 정인보가 1949년에 쓴 3편의 글과 함께 비어있는 부분이 거의 5m에 이른다.



세한도는 1844년 제주에서 제작되고 이후로 176년간 동아시아 삼국을 오가다가 2020년 손창근 선생의 기증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이번에 제주에 순회 전시를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176년 만에 제주로 돌아온 세한도, 어쩌면 그 숭고한 기증으로 모든 사람들과 함께 볼 수 있으니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제주에 오며 추사 김정희 유배지에 가보고 추사관에 가보며 그를 조금 알게 되었고, 국립제주박물관에서 특별전시전으로 열린 '세한도'를 통해 그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추사 김정희 선생님에 대해서 써놓은 유홍준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조금 지식을 얻게 되었음이다.



추사 김정희는 그 추운 겨울 무려 8년 5개월을 제주에 유배되어 지내면서,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생활을 지낸다.  또한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며, 제주 허름한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는 그 애달픈 마음을 세한도에 표현했다. 유배되어 있는 추사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에 대해 고마마음을 담은 글,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한 그림. 그의 고통과 힘듦을 내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세한도의 전시는 2022년 5월 29일까지다. 제주에 여행 오다면 즐겁고 재밌는 관광지도 좋지만, 제주 국립박물관에 방문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감상하는 것도 좋은 여행 계획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추사 김정희, 유홍준  / 책

세한도 - 끝나지 않는 감동 , 이수경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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