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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pr 21. 2022

제주, 흑돼지 말고 브런치


'제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뭘까? 나는 흑돼지, 전복죽, 전복돌솥밥, 갈치구이, 해산물 요리 등등 이런 것이 생각난다. 당연히 바다가 가까우니 해산물도 풍부하고, 어릴 때부터 제주에 사는 돼지는 '흑돼지'라고 생각하고 살아서 그랬을까?



이곳에 와서 새로 알게 된 제주 음식은 고사리 해장국, 몸국, 갈칫국, 보말죽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먹을 기회가 많지 않다. 오랜만에 제주를 여행한다고 하면 반드시 먹어야겠어!! 할 텐데... 막상 제주에 살게 되니 의욕이 나지 않는달까? 게다가 제주 시내에 유명한 고사리 해장국집이 있는데... 지나다닐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먹어볼 엄두도 못 낸다. 제주도 유명 음식점은 관광객들로 언제나 가득 차 있다.  



제주에 왔다고, 제주에서 산다고 매일 해산물, 흑돼지만 먹을 수 없다. 심지어 얼마 전 코로나가 정말로 심했을 때는 외식도 거의 하지 않았다. 완전 집밥 요정이 되었을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밖에 나가서 '밥'을 먹고 싶지 않다. 밥은 언제든 집에서 맛있게 먹고 있으니까(물론 밖에서는 다른 사람이 차려줘서 더 맛있지만). 그래서 제주에 살면서 찾아다니며 먹는 음식이 바로 '브런치'이다.  








나는 Brunch Time을 참 좋아한다. 브런치를 먹으면 왠지 차가운 도시 여자가 된 느낌을 받는 동시에, 시간의 여유를 다 갖춘 그런 합이라고나 할까. 브런치는 아침(Breakfast)과 점심(Lunch)을 합친 말로, 일반적으로 12시 전 제공되는 식사를 말한다. 나는 브런치를 떠올리면 부드러운 빵과 소시지 과일, 야채 그리고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커피 대신 오렌지 주스나 우유여도 좋다. 그리고 흔히 브런치를 판매하는 곳의 메뉴에는 바로 에그 베네딕트, 프렌치토스트 , 팬케이크, 샌드위치 등이 있다.




 내가 왜 브런치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그 최초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서부터다. 그 미드에서는 주말마다 그녀들이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에 앉아서 먹던 브런치를 먹는다. 그들은 만나면 뉴욕의 핫한 브런치 레스토랑을 다 가보는 것 같았고(물론 드라마라 그랬겠지만) 조금이라도 날씨가 좋으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 미뤄둔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속마음까지 과감하게 드러낸다.



그 드라마 속 그녀들의 자유로움과 능력이 부러웠다. 그래서 그들을 볼 때면 나도 어서 그들처럼 능력 있는 어른이 되어야지 꿈꿨던 것 같다. 훗날 쇼핑도 자유롭게 하고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도 원 없이 먹어봐야지 생각했었다. 이제 내 나이가 그녀들의 나이쯤 되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지금의 내 모습은 브런치를 먹을 정도까지만 된 것 같다.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일까?





미드 sex and the city







이제는 브런치라는 단어도, 판매하는 가게도 흔해진 것 같다. 예전처럼 어렵게 브런치 가게를 찾는 일은 없다. 다행히도 제주에 맛있는 브런치 가게들이 존재하고 있다.  종종 아침 겸 점심으로 밥이 아니라 빵이 먹고 싶어 질 때 그곳들을 찾아가곤 한다.




오늘은 제주에 있는 브런치 가게를 소개해볼까 한다.






1. 문문선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맛있는 브런치가 먹고 싶어 검색해서 찾아간 곳이다. 제주시내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인기가 많아지며 작은 매장에서 큰 매장으로 이전했다. 새롭게 생긴 가게는 2층 집인데, 아기자기한 건물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파스타 메뉴는 정말 최고다. 이곳에서 매콤한 꾸덕 로제 파스타를 먹고 이 전에 먹어봤던 모든 파스타의 맛을 싸악 잊어버렸다. 브런치로 픽한 문문선 샌드위치 메뉴도 보기에는 평범한 듯 보이나 굉장히 맛있다. 두 가지 메뉴를 주문해서 먹자마자 '여기 브런치 맛집 맞네' 하고 생각했다. 이곳 시그니처 커피도 진하고 고소하니 훌륭하다.




 

제주, 문문선 brunch




2. 당당



오래전부터 sns 인기 맛집이다. 최근에 리뉴얼되어 더 예쁘고 깔끔하게 오픈했다. 이곳은 수플레 케이크가 유명하다. 두툼하면서 푹신해 보이는 수플레 케이크가 보기에도 맛으로도 최고다. 제주에서 이런 유명한 집에 가려면 웨이팅은 필수이다. 분명 거의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 미리 오픈이 되어있던 건지 이미 꽉 차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제주, 당당 brunch



늘 사진으로만 접하던 당당 수플레 팬케이크를 직접 눈으로 보니 정말 예뻤다. 사진 속에 팬케이크 위에 저것은 계란 프라이를 올린 것인가? 항상 궁금했는데, 메뉴를 내어주며 설명해주시는데 크림과 살구였다. 아... 정말 어떻게 먹어야 하지? 수플레 케이크가 말랑말랑 흔들린다. 팬케이크를 나이프로 잘라 크림과 함께 먹으면 참 맛있다. 워낙 부드러운 케이크라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곳의 시그니처 커피인 당당 크림 라테도 너무 맛있었고,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은 내 취향이었다. 새롭게 꾸며진 인테리어와 오브제들이 어찌나 내 스타일이던지 눈이 호강이었다.  비주얼도, 맛도 원한다면 추천하는 제주 맛집이다.





3. 애월 7일




내가 생각하는 정통 브런치는 이런 비주얼이다. 제주 애월에 위치하고 있고 일찍 오픈하고 일찍 닫는다. (9시 오픈 3시 종료) 요즘의 우리처럼 아침 일찍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가게이다. 분명 이곳은 조식으로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먼저 주차하고 들어가며 보이는 가게의 모습이 정말 아기자기하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빈티지하게 꾸며놓은 내부가 매력적이다. 함께 이곳에 갔던 지인 말로는 '스코틀랜드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브런치를 먹고 있는 느낌이 든다'라고 했다. 나는 무엇보다 브런치 구성이 알차고 풍부해서 만족스럽다.





제주, 애월7일




애월 7일, 브런치 대표 메뉴를 주문했다. 일반 호밀빵처럼 보이는데 왠지 더 맛있었다. 스크램블 된 계란과 그 위에 치즈마저 쫀득거리며 부드러웠다. 아보카도, 샐러드, 감자와 버섯, 방울토마토까지 더 해 풍부한 구성이다. 가운데 수프는 양보다 질이다. 특히 수프 위에 뿌린 트러플 오일이 빵을 찍어 먹으면 더욱 위엄을 발휘한다. 어쩌면 이렇게 맛있을 수 있지?  




원래 브런치에는 아메리카노 조합이 제일 좋지만, 카페라테를 주문했는데 부드럽고 고소한 카페라테의 맛도 훌륭했다.  사실 이 브런치 메뉴는 비슷하게도 집에서 만들 것 같은데, 역시 괜히 브런치를 밖에서 먹는 것이 아니다. 애월 7일에서 사 먹는 것이 훨씬 맛있었다.








제주에는 역시 훌륭한 브런치 가게가 많았다. 그중에 내가 다녀온 제주 대표(?) 유명 브런치를 소개해봤다. 이렇게 가끔씩 다녀오곤 하는 브런치 가게는 제주에서의 삶을 더욱 평화롭고, 호사스럽게 만든다.



내가 매일 만드는 건강한 집 밥도 좋지만, 가끔은 맛있고 예쁘게 차려진 남의 밥 도 먹고 싶다. 사실 속 마음은  매일 브런치만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끼로 아니 어쩌면 아침과 점심을 동시에 먹는 것이니 두 끼가 해결되는 마법 같은 음식이니 이것이 나에게는 최고의 외식이다.  앞으로도 제주에서 갈 브런치 맛집을 조금 더 찾아봐야겠다.



제주에 여행 온다면 제주 전통음식, 흑돼지, 해산물 등등을 필수로 먹어야겠지만 혹시 그런 음식이 진부해진다면, 이렇게 브런치 메뉴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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