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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r 23. 2022

제주 대표 한라산 소주

제주 이색 투어


소주는 나에게 어려운 술이다. 맥주보다 와인을 좋아하는 내게 소주는 너무 '알코올'같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 술이자, 증류수의 한 종류인 소주는 모두에게 인기가 좋다.  



다들 회를 먹으며 소주를, 탕과 찌개에 소주, 삼겹살에도 소주가 정말 찰떡이라고 말한다. 나만 공감하지 못한다. 아주 가끔은 소주 한 병을 원샷 하고 싶은 날이 있지만 역시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회, 탕, 삼겹살에 맥주가 딱히 어울리는 것도 아니라 먹을 때마다 고민한다. 그때마다 맥주와 소주를 섞어먹기도 한다. 사실 소맥이 모든 음식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아무래도 소주의 그 알코올 맛이 좀처럼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술을 잘 못 마시던 시절, 선배들이 준 소주 몇 잔을 홀짝홀짝 받아마시다 밤새 고생했다. 그래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걸까?  마시다 보면 소주 주량이 늘 것 같긴 한데... 아니면... 여전히 인생의 쓴맛을 알기에 어린 걸까? (아직도?)










부모님이 제주로 여행을 오셨다. 어디를 여행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때는 바야흐로 겨울이었다. 제주 여행은 역시 바다가 최고인데 그러기엔 겨울의 바닷바람은 너무 차갑고, 기온도 뚝 떨어져서 올레길도 오름도 걸어가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실내 여행지를 찾고 또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제주 이색 투어, 한라산 소주공장 견학이다! 미리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 후 방문하였다. 누가 여길 견학 가는 거지? 생각했는데 인기가 좋아서 내가 간 날은 마감이었다. 제주 여행 계획이 잡혔다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금, 토, 일만 진행).



 


한라산 소주 공장





한라산 소주 공장에 들어섰다. 여기가 정말 견학하는 곳이 맞을까? 일단 공장의 빈 주차공간에 주차를 했다. 공장 밖으로는 한라산 소주가 박스로 군데군데 쌓여있다. 잘 보면 바닥에 횡단보도가 있으니 그곳으로 이동하면 된다. 견학을 따로 안내하는 사람이 없다. 어디로 입장하는 거지? 하고 다니다가 공장 내부로 입장할뻔했다. 공장 왼편으로 열린 파란 문을 들어서면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것을 타고 3층으로 가면 된다. 도착 후 생각보다 힙한 느낌의 한라산 공장 내부에 깜짝 놀랐다. 갑자기 소주 투어가 더욱 기대되었다.

 


예약된 인원이 모두 모이면 한라산 소주 공장 투어가 시작된다. 71년간 한라산 소주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소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한라산 소주는 제주 해저 암반에서 뽑아 올린 화산암반수로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제주 쌀로 만든 증류원액을 이용해 만든 한라산 21도, 한라산 800 고지에서 자라는 조릿대 숯으로 정제한 저도수 소주인 한라산 17도, 그 외에 허벅술에 대해서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다. 허벅술? 이름이 특이하다. 제주에서 물을 담아 나르는 데 사용하는 물허벅에 담근다 해서 허벅술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참고로 허벅술은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고, 제주에서 열리는 행사 만찬주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아쉽게도 한라산 소주 공장이 가동되지 않는 날이라 현장의 상황은 볼 수는 없었다. 소주가 직접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그런데 생각보다 소주병이 재활용이 잘 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어쩌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가장 큰 방법은 술병을 깨끗하게 마시고 재활용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 공장 내부 모습




한라산 소주공장 견학은 지루할 틈 없이 순식간에 끝났다. 그리고 소주 투어 마지막의 묘미로 시음회가 있었다. 아마 지금처럼 코로나가 심하기 전이라 가능했던 시음회일 수도 있겠다. 작은 쟁반에 한라산 소주 17도, 21도 그리고 허벅술 그리고 어묵과 초콜릿이 안주로 함께 나온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선키스트 제품 홍보 중이라 칵테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견학을 모두 마치고, 한라산 소주 17도, 21도, 미니어처, 기념품으로 티셔츠 그리고 선물용으로 허벅술까지 가득 구매해서 돌아왔다. 한라산 소주 공장에서는 시중보다 저렴하게 공장가에 술을 구입할 수 있다. 내 생애에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소주를 사본 적은 없던 것 같다.



제주에 산다면, 제주에 여행 온다면 혹시 술을 사랑하는 애주가라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한라산 소주 공장 투어가 필수이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애주가셔서 생각보다 즐거워 하셨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으로도 추천하고 싶은 바이다.



참고로 제주에는 전통주도 여러 가지가 있고,  요즘엔 양조장도 많아져서 수제 맥주 만드는 곳도 많다. 그리고 제주 막걸리 공장도 있다. 다음번엔 제주막걸리 공장으로 견학을 다녀오고 싶다. 얼마 전 마셔본 제주에서 나는 쌀로 만든 생막걸리는 생각보다 신선하고 맛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회 , 푸짐하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회를 떠와서 한라산 소주와 함께 먹고 마셨다. 소주 공장을 다녀와서 그런지 소주가 조금 더 맛있어진 기분이었다. 이날만큼은 회는 역시 소주와 궁합이 잘 맞는구나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가끔 어른이 되었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날은 소주가 달달한 날이다. 보통은 소주의 첫 잔, 두 번째 잔 정도 까지지만 이번에 부모님이 오셔서 회를 먹으며 소주를 마신 그날이 그랬다. 소주 한 병이 술술 들어가는 게 참 이상할 정도였다. 내가 언제 이렇게 커서 부모님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나 싶기도 하다.






우리 인생에는 소주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어쩌면 인생의 즐거움은 다 같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술 한잔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 사실 내 안에 있는 걱정은 소주 한 병으로 모두 잊을 수 있을 정도 일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술과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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