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이제 여름이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날씨가 더워졌다. 얼마 전까지도 추워서 보일러를 가동한 것 같은데, 벌써 보일러를 돌리지 않은지 한 달이 넘었다. 그런데 보일러를 돌려 집을 따듯하게 하지는 않아도 매일 온수를 사용하니 등유가 여전히 필요하다. 그래도 온수만 사용하면 등유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주 가끔 등유가 얼마나 남았나, 얼마나 더 쓸 수 있을까 확인하는데, 이제 제법 많이 줄어서 간당간당하다. 지난번처럼 차가운 물로 샤워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채워놔야 한다.
자주 가는 인터넷 제주 카페에서 등유 가격이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다. 물론 등유뿐만 아니라 휘발유, 경유 가격도 올랐다. 지난 글을 확인해보니 그동안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 있으니까 등유를 채워 넣어야 할 것 같다. 마지막 등유를 채워 넣은 게 3월 중순이니 거의 세 달 만이다. 매번 주문하는 주유소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하신다. "한 드럼에 얼마예요?" "35만 원이 넘어요" "네!!?? 그렇게나 올랐어요?" 사실 한 드럼에 32만 원 정도는 예상했었다. 그런데 35만 원이 훌쩍 넘었다니 갑자기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주유소 측에서 되려 넣으실 거냐고 나를 걱정해주신다. "그래도 할 수 없죠, 언제 내리기는 할까요?"
제주에 도착한 작년 가을, 등유 한 드럼에 23만 원 정도였다. 처음에 우리는 40만 원 정도를 채웠다. 처음엔 떨리던(?) 등유 채워 넣기가 한번 해보니 별것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넣는 일이 아니라, 전화만 하면 금방 등유 넣어주는 분이 오시기 때문이다. 그다음 한 달 정도 지나 또 바닥나버린 등유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등유가 떨어지는 것은 무섭고, 매달 몇십 만원씩 가득 등유를 채워 넣는 것은 부담되어 보통 25~30 사이로 넣고는 했다. 3월까지 한 드럼 이 23만 원에서 26만 원인가까지로 올랐었는데 지난 세 달 사이에 35만 원까지 올라버렸다. 갑자기 9만 원 정도가 올라버리니 물가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등유를 넣어주시는 분의 극구 만류로 30만 원 정도만 넣었는데, 기존에 남아있던 등유에 30만 원어치 등유가 추가되어도 기름 통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단골 주유차, 우리집 기름통 채워진 것을 보니 든든하다!
등유 통이 채워져서 배가 불렀던 것도 잠시, 이제 겨우 여름인데 다시 돌아올 겨울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지난겨울에 태양광이 고장 나기도 했고, 겨울이라 태양광 발전량도 적어서 전기세도 최소 15~20만 원 정도가 나오곤 했는데, 등유도 달마다 30이 넘게 들어가면 매달 드는 비용이 최소 50이었다. 거기에 상하수도세는 또 따로 나온다. 물론 겨울만 드는 비용이긴 하지만 한겨울은 훨씬 더 많이 나오고, 주택살이는 체감상 겨울이 더 길기 때문에 그 몇 달 동안 또다시 그 돈을 감당할 생각을 하니 조금 부담스럽긴 하다.
>>물가상승 뉴스 기사
데일리 뉴스 / 이창선 기사
물가가 많이 올랐다. 하필 이렇게 물가가 오른 시점에 관광지에 살고 있으니 매번 값비싼 외식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카페도 자주 가는 탓에 커피, 디저트 값만 해도 꽤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외식은 가끔 하고, 카페는 포기 못하고 자주 가는 대신 집밥을 열심히 해 먹기 시작했다. 외식에 드는 비용으로 여러 가지 재료를 다양하게 구매해서 건강에 좋은 집밥을 해 먹고살고 있다.
특히 우리 집 물가 안정은 텃밭에서 이뤄진다. 다행히도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야채들이 있다. 현재 우리 집에서는 상추를 키우고 있다. 상추가 얼마나 잘 자라냐면 물만 줘도 쑥쑥 자란다. 신기하다. 다행히도 잡초보다는 부지런히 자라고 있는데, 초창기 정말 아기 손바닥 같이 작았던 상추가 금세 무럭무럭 자랐다. 거기에 무한리필 제공이라도 되는 듯이 매일 뽑아 먹어도 티도 나지 않고 더욱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상추 덕분에 샐러드 값이 많이 줄었다. 하루에 한 번 정도 샐러드를 먹는 우리는 사게 되는 야채 가짓수도 많은데, 상추가 샐러드의 메인 부분(양)을 채워줘서 다행이다.
무럭무럭 자라는 상추와 아기 깻잎
한 달 전 즈음 엄마가 심어주고 간 깻잎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지금은 아직 작고 귀여운 모양새의 깻잎이지만 점점 커서 곧 상추와 깻잎을 번갈아가면서 따먹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그리고 두 달 전 즈음 내가 직접 오이를 심었는데, 아직 많이 자라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가 오이가 열리게 된다면 이제 오이도 사지 않아도 될 테니 생각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신난다!)
그렇다고 텃밭농사를 따로 지을 리는 없겠지만 조금 더 욕심부려서 방울토마토와 호박까지 키우며 자급자족하며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택살이의 여름은 물가 걱정보다 전기세도, 등유 값도 덜 나오고, 거기에 야채까지 무한 제공되니 우리에게는 좋은 계절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