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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ug 01. 2022

여름을 부탁해

엄마의 여름방학

드디어 나의 첫 휴가다! 엄마에게 무슨 휴가인가 싶지만 올해 아이의 여름 방학은 곧 나의 방학이다. 그런데 어떻게 엄마의 여름 방학이 되었냐고?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우리는 방학 내내 떨어져 있기로 했다. 그러니까 6년 만의 자유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 그동안 아이와 떨어지면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불안해졌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도록 떨어져 지내는 것은 여태껏 하지 못한 일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주일간의 방학. 정확히 말하자면 5일이지만 5일간의 휴가라니 정말 엄청나다. 그 기간 동안 아이는 아빠와 함께 서울로 간다. 나는 여전히 서울에 가고 싶진 않아서 제주도에 남아있기로 했다. 어른들께는 엄마는 제주 집을 지켜야 해서 서울에 가지 않는다는 그럴듯한 핑계도 있다.



은 5일 내내 혼자 있고 싶데, 아무래도 이곳에서 혼자 5일이나 자는 것은 조금 무서울 것 같으니까 그중 3일은 엄마를 초대했다. 그러니까 정확히 혼자 있는 시간은 이틀뿐이다.



지금은 그 혼자인 이틀 동안 그리고 사흘 동안 엄마와 무엇을 하고 지내면 재밌을까 생각 중이다. 다음은 일단 큰 틀로 짜 본 플랜이다. 휴가 계획을 세우며 얼마나 설렜는 모른다!









1. 요가 저녁 수업 듣기



요가의 시간표를 봤다. 그동안은 아이가 등원중인 시간에 갈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 하타요가만 했는데, 이번에는 저녁에 하는 요가를 해볼까 한다. 시간표를 보니 저녁 6시에 시작하는 플라잉 요가 입문, 그 다음날 저녁 8시에는 명상 테라피 수업이 있다. 특히 밤늦은 시간 하는 명상 테라피가 정말 기대된다.





2. 오설록 프리미엄 티 클래스




제주 오면 오설록과 이니스프리에서 하고 싶은 것이 각각 하나씩 있었는데 그것 중 하나는 이니스프리 도시락 피크닉. 언젠가 친구네가 놀러 와서 이니스프리에 피크닉을 하면 좋다고 말해줬다. 그것은 제주도 이니스프리에서파는 해녀 바구니 도시락이었고, 주문을 하니 피크닉 세트를 빌려주었다. 그래서 우린 이니스프리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해봤던 기억이 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오설록이다.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갔던 오설록은 언제나 사람이 많아 들어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이곳에 매일 그린티 클래스와 프리미엄 티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 그것도 보통 예약이 꽉꽉 차서 듣기 쉽지 않은데 다행히 1인이라 수업 빈자리가 생겼다. 가까스로 예약성공! 정말 기대된다.







3. 맛집 탐방



혼자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 같이 먹어도 되는 음식이지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동, 초밥, 돈가스, 수제우동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 수제우동은 다들 더 이상 먹고 싶어 하지 않아서 혼자 먹으러 가야 될 것 같다. 텐동은 아직 먹으러 간 적 없는데, 이것을 맥주와 먹어야 제맛인데 혼자 먹으러 가면 운전은 누가 하나 싶긴 하다.




그리고 엄마와 갈 세련된 파인 다이닝을 찾아봤다. 아무래도 아이가 있으니 멋진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그러한 곳을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뷰가 멋진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 자주 오시는 엄마지만 올 때마다 우리가 먹을 음식을 늘 듬뿍 준비해 오시기 때문에  외식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좋은 곳에서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 마침 다음 주에 생신이셔서 겸사겸사 잘 예약한 것 같다. 좋은 선택이었다.




예약한 레스토랑





4. 밤바다에서 즐기기



얼마 전 이호테우해변을 갔는데 그곳에는 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저녁이 되며 놓인 야외테이블, 반짝이는 조명, 보글보글 끓고 있는 무엇인가와 그곳에 놓인 술, 그리고 왁자지껄 떠 느는 모습을 보니 나도 그 속에 스윽 들어가 즐기고 싶었다. 아~ 생각만 해도 신나는 밤바다!




5. 섬 방문하기



제주에는 섬이 여러 개 있다. 가파도, 차귀도, 마라도, 추자도, 비양도, 우도 등등이 있다. 그런데 아직 한 군데도 가보지 못했다. 아주 예전에 우도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전혀 기억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곳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우도는 아이랑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고 가파도나 비양도를 가보는 것이 목표이다.




6. 한라산 등반



가장 하고 싶은 것이다! 한라산 등반. 마치 내 인생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은 한 가지이기도 한데, 가장 짧은 코스로 9시간 산 타기라니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런데 이것이 가장 하고 싶다. 진작 운동 좀 많이 해놓을 것 그랬다.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








어제는 휴가의 첫날이었다. 아빠와 아이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나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바닷가를 조금 산책했다. 그다음은 예약해놓은 네일숍에 가서 패디큐어를 받았다. 그 후 찾아놓은 맛집에 가서 혼자 돈가스 맛있게 먹었다. 꿀맛이었다.  





혼자 먹는 돈가스는 더 맛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넷플릭스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잠깐 잠을 자고 일어나 와인을 한 잔 마셨다. 와인을 마시고 나니 배가 다시 고파져서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다시 넷플릭스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사실 아주 오랫동안 염원하길, 나에게 휴가가 생긴다면 집을 나가지도 않고, 밥도 하지 않고, 청소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서 아무의 방해도 없이 넷플릭스나 보고 맥주나 한잔 하며 뒹굴뒹굴해보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어쨌든 이번 여름방학에 계획했던 것을 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 이렇게 꿀 같은 휴가가 생긴 것만으로도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여러 가지를 계획해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설레는 마음이다. 남은 휴가도 더 신나고 알차게 보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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