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흐림,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힘들다. 요즘 제주 날씨는 거의 매일 흐리다. 게다가 춥다. 분명 온도는 서울보다 따뜻한데 왜 더 추운 느낌일까? 아. 춥다 추워...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때이다. 날씨가 추워지니 자동으로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이 생각난다. 뜨끈한 한 그릇 음식이면 몸이 데워져 추위 따위는 잠시 잊을 수 있는데... 이럴 때 먹으면 좋을 제주 해장국집이 있다.
제주에는 유명한 해장국집이 여러 곳 있다. 왜 제주도 맛집 중에 해장국집이 이렇게나 많은 거지?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제주에 여행을 와서 밤마다 한라산 소주를 열심히들 마셔서 그런 것 아닐까? 제주에는 유명한 음식점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하나 가보기도 어려운데, 그중에 다들 해장국집 한 번은 필수로 들리는 것 같다. 그중에 관광객에게 더욱 유명해 붐비는 곳이 또는 도민들이 자주 찾는 해장국집 있다.
지금처럼 추운 계절뿐만 아니라 사계절, 제주에 오면 꼭 들려볼 만한 해장국 집을 소개해본다.
1. 우진 해장국
우진 해장국은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손님들이 어마어마하게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곳이다. 보던 대로 직접 갔을 때도 역시 손님이 많아 1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먹을 수 있었다. 기다리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지만 그곳에 사람들이 가득이고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몰라서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왔을 정도다.
제주도 해장국 맛집이라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 보면, 대체 고사리 해장국이 뭐길래??!!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순간 제주 여행자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여행 중에 해장국 때문에 1시간을 넘게 기다리자고 말하면 조금 화를 낼듯하다. 대신 포장손님은 기다리지 않고 주문, 포장 가능하니 차라리 포장으로 먹는 것이 낫겠다.
제주의 3대 잔치음식이라고 하면 몸국, 고기국수, 그리고 고사리국을 일컫는다 한다. 그 고사리국이 바로 고사리 해장국이다. 만드는 법은 몸국과 같으나 모자반대신 고사리를 넣는 것이 차이다. 제주도의 바닷가 마을에서는 해초를 넣어 몸국을, 중간산 지역에서는 고사리를 넣어 고사리국을 끓였다고 한다. 물에 불린 고사리를 빻아서 넣으면 전분이 우러나 국물이 걸쭉해진다고 한다. 여기에 메밀가루를 풀어서 되게 끓여 먹었다고 한다. 그것이 고사리 해장국이다.
우진해장국을 먼저 사진으로 접했는데 비주얼은 호감이 아니었다. 끈적끈적하게 생긴 무엇이 뚝배기에 담겨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막상 직접 보면 생각보다 괜찮다. 얼핏 청국장 느낌도 난다. 맛이 가장 궁금했기에 한 숟가락 떠먹으면 고사리 해장국의 궁금증이 해결된다. '오, 이런 맛이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소고기와 함께 푹 삶아져서 그런지 고사리맛이 이렇게 육진한 맛이 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곳에 파는 몸국도 있는데 고사리 해장국이 워낙 유명해서 먹어볼 생각을 못했다. 우진 해장국의 몸국도 맛있다고 하던데 다음번 갔을 때는 한번 먹어보고 싶다. 게다가 녹두전도 바삭하니 일품이라고 하니 곁들여 먹어도 좋을 듯하다.
태어나 처음 먹는 맛, 바로 고사리 해장국이었다. 한 번쯤 궁금해서라도 꼭 먹어보고 싶은 맛이다.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먹어보길 잘했다. 만약 다시 먹자고 하면 또 그 시간을 기다려서 먹을 정도일까 진지하게 고민해볼 테지만, 제주에 여행 온다면 꼭 한 번쯤 먹어볼 만한 맛집이 분명하다.
우진 해장국
2. 은희네 해장국
제주에서 알려지기로 1,2위를 달리는 유명한 해장국 가게이다. 본점, 분점이 있는데 요즘엔 분점이 정말 많이 생겼다. 찾아보니 분점이 제주도를 넘어서 육지에도 생겼다. 이쯤 되면 제주에만 있던 은희네 해장국집의 메리트가 떨어지긴 한다. (맛은 다르다고 하나 과연...)
은희네 해장국의 본점은 제주 일도2동에 위치하고 있다. 그곳에 가볼까 하다가 주차가 편하고, 자주 다니는 길목에 있는 2호점에 방문했다. 이곳은 6시 오픈해서 3시에 영업을 종료하는 곳이다. 제주도 내에서도 은희네 해장국 지점이 여러 군데라 손님들의 선호도라던지 맛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이곳에서 소고기 해장국, 내장탕을 각 1개씩 주문했다. 소고기 해장국에는 파가 다진 양념이 얹어져 나왔다. 그리고 내용물을 보니 소고기, 선지, 콩나물, 그리고 당면이 함께 들어있었다. 그리고 내장탕에는 넘치도록 부속물이 들어있었다. 한눈에 봐도 양이 꽤 많다.
소고기 해장국에는 커다란 선지가 들어가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선지를 먹지 못했는데, 그때까지도 부모님들이 드시는 것을 보고 저것을 어떻게 먹나 했는데 어느새 그 맛에 내가 빠져버렸다. 선지의 맛을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부드러우며 쫀득한 선지와 아삭아삭한 콩나물의 조화가 그럴듯하다. 넓적하게 썰려있는 소고기도 부드럽다. 게다가 탱글탱글한 당면까지 후루룩하면 딱! '해장국은 이 맛이지' 싶은 느낌이 든다.
내장탕에는 뚝배기가 넘치도록 내용물이 담겨있다. 그 부속물을 건져 겨자소스에 찍어먹는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양에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아낌없이 넣어준 재료에 여행자의 배가 금세 든든해진다. 나에겐 저녁은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양이 넘쳤다.
왠지 은희네 해장국의 소고기 해장국과 내장탕의 국물 맛이 똑같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먹어보니 각각의 국물맛이 전혀 달랐다. 나의 오해였다. 개인적으로는 은희네 해장국집은 소고기 해장국이 조금 더 내 취향에 맞았다. 한 번쯤 더 가보고 싶은 맛집이다. 괜히 유명한 곳이 아니다.
은희네 해장국
3. 송당해장국
어느 날 송당 근처의 오름에 갔다가 들린 해장국집이다. 이곳은 제주에 여행 오신 엄마와 함께 다녀왔다. 점심으로 뜨끈한 국물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찾아간 곳이다. 들어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현지분들이셨고 관광객들은 많지 않았다. 느낌상 여행객보다는 제주도민들이 많이 찾을법한 해장국 집이다. 송당해장국은 8시에 오픈해서 3시에 문을 닫는다. 해장국집 맞은편에는 주차장도 있어서 편리했다.
원래 나에겐 해장국집에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는데 이곳은 내부가 깔끔하고 청결하다. 이 정도로 깨끗한 해장국집이라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점심시간을 살짝 비켜갔더니 손님들도 많지 않아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이곳은 세 가지 메뉴가 판다. 소고기 해장국, 선지해장국 그리고 내장탕이다. 나는 소고기 해장국을 엄마는 선지해장국을 주문했다. 소고기 해장국엔 배추와 콩나물 그리고 소고기가 들어가 있다. 국물의 맛이 짜거나 매운 그런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깔끔한 맛이라 좋았다. 그 후에 엄마의 선지해장국 맛이 궁금해서 덜어먹어 보았다. 선지를 하나 먹고 나니 나도 선지해장국을 주문할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시킨 해장국보다 늘 남이 시킨 해장국이 맛있는 것을 보면 내가 문제인 것 같다.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결코 유명한 제주의 해장국집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다. 해장국 위에 매운 고추를 올려먹거나 다진 마늘을 넣어먹으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될 수 있는 곳이다. 분명 이곳은 도민들이 찾는 맛집이라 장담해 본다.
송당해장국
음주를 좋아하지만 해장국이 필요한 만큼 술을 마셔본 적은 손에 꼽힌다. 그래서 그동안은 해장국의 맛을 잘 못 느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제 이만큼 나이가 들어가니 해장국의 맛을 알아버린 것 같다. 뜨끈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매콤하기도 한 뚝배기 한 그릇의 힘을 느끼게 돼버렸다.
제주에서 해장국집을 다녀오며 그곳에 들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광객들을 만났다. 우리는 다 같이 한마음이 되어 해장국을 먹으러 다녀간다. 전날 한라산 소주를 들이켜서 부대키는 속을 뜨끈한 국물로 진정시킬 수도 있다. 또는 꼭 해장으로 먹는 것이 아니더라도, 분명한 것은 이렇게 추운 시기에 여행 중이나 일상 중에 해장국 한 그릇을 뚝딱하면 뱃속이 든든해지며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이 여행을 하는 시너지와 힘을 얻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 글을 쓰면서 당장이라도 해장국집에 달려가고 싶어졌다. 내일은 어디 해장국에 다녀와볼까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