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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23. 2022

역시 서울에 아직 가고 싶지 않아

 



지난번 가끔은 서울이 그립기도 해라는 글을 썼었다. 서울을 다녀왔을 직후의 나는 서울 다녀오기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역시 그곳은 재밌는 것들이 가득했으니까. 오랜만에 다녀와서 마치 서울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다녀온 직후라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 내일부터 며칠 동안 또 서울에 다녀오게 되었다. 일 년 동안 가지 않던 서울을 두 달 만에 다시 간다고 생각하니 역시 별로다. 겨우 1년, 2년 제주살이에서 서울에 다녀오는 것은 역시 시간낭비라는 것을 다시 깨닫고 있다. 분명 그곳에 가면 재밌는 일이 가득할 테지만 지금의 나는 정말 가고 싶지 않다.



지난번 거의 일 년 만에 서울에 다녀온 이후에는 분명 즐겁고 설레는 마음이었다. 마치 지방에 살던 내가 일 년에 한 번 서울의 롯데월드를 가려고 방학이 되길 기다렸다가, 다녀오던 그때의 기분이 잠시 다시 느꼈던 같다. 그런데 그때는 버스만 타면 도착하던 서울과 다르게 제주에서는 서울을 가려면 비행기 티켓을 사야 하고, 며칠 동안 생활할 아이와 나의 준비물을 챙겨 짐을 싸고, 뭘 할지 고민하고 집에서 공항에 오고 가는 방법, 심지어 거기에 드라이기가 있네 마네하는 사소한 문제들이 있다. 이것들로 며칠 동안 씨름하보니 서울에 가고 싶지 않아 졌다.




서울에 가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렸담 말이다.










지난번 서울은 명절(추석)이라 다녀왔고 이번에 서울에 가는 이유는 친척 결혼식이 있다. 꼭 가야만 한다. 아니 꼭 가야만 하나? 어제 남편에게 그 결혼식에 가지 않으면 안 되냐는 얘길 꺼냈다가 질타를 받았다.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코로나라는 이유로 비행기를 타고 혼자 다녀왔다. 너는 왜 혼자 가질 못하지? 차라리 코로나가 영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잠깐 생각했다. 역시 내향인인 나에게는 모든 행사, 경조사가 취소되는 슬픔보다 기쁨이 더 컸던 것 같다.




결국 서울 갈 준비를 하다 지쳐버려서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지경이 돼버렸다. 보통 일상이 마비된 상태. 이 경우는 육지에서 제주도로 손님이 오셨을 때도 마찬가지다. 손님을 맞이할 생각에 며칠 동안 일생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살면 안 돼? 그런데 매번 그게 잘 안된다. 병이다 병... 이번에 서울에서 돌아올 때는 남편 없이 혼자 와야 해서 친정엄마라도 같이 올까 했지만, 역시 제주 집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아예 더 멀리 외국에 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오늘의 나는 굉장히 극단적이다.






아직 그립지 않습니다











역시 서울에 가는 일은 너무 귀찮은 일이다. 이것은 여행과 다른 일이다. 시댁에 가면 잔소리나 들을 테고, 친정에 가려면 기차를 또 타고 가야 하고, 쇼핑몰을 가도 나는 이제 미니멀리스트를 지양하니 살 수 있는 것도 없을 테고, 건강검진을 예약해놨으니 잘못된 결과가 나올까 불안해지기도 하고,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결혼식에 가야 하니 결혼식에 맞는 옷과 가방 신발까지 챙겨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옷과 신발도 따로 챙겨서 가야 한다. 게다가 친척들을 모두 만나 방긋 웃으며 인사도 해야 한다. 역시 행사가 있니 서울에 살았으면 편했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실제로 지지난 해 서울에서 있던 결혼식엔 비행기 티켓을 사거나 옷을 챙길 필요도 없이, 차량으로 10여분 동안 이동해 갔다가 금방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 그때가 좋았지, 편했지...




이번 일을 계기로 아마도 제주 생활중에 다시 서울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지난 일 년 동안 서울에 가지 않은 이유를 아주 잘 알게 되었다. 앞으로의 일 년은 정말 서울을 가지 않아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도 보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몇 년못 버틸 테지만 여기 있을 때만이라도 제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나에게만, 우리 가족에게만 집중하고 싶다. 그때의 나는 분명 이렇게 예민하지 않고 행복할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엔 해외여행을 가고 말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역시 해외여행도 귀찮아진다... 암튼 당분간 서울에 다녀올 별 일이 없길 간절히 바라본다.




일단 서울에 잘 다녀오겠습니다.









메인 사진 : https://pin.it/5p6rSqZ

본문 사진 : https://pin.it/5p6rSq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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