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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r 09. 2023

보풀난 옷을 바라보고 있자니...


컴퓨터를 하다가 우연히 입고 있는 옷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옷에 보풀이 언제 이렇게 많이 생긴 거지?' 이 스웨터는 재작년부터 올해만 입고 버리자, 올해만 입고 버리자라고 생각고 있다. 정말 마지막으로 올해 딱 한번 더 입고 버릴까 해서 지난번 보풀제거기로 제거했는데 이제는 이 옷보풀제거제대로 되지 않는다.



나도 참 그렇다. 이렇게 보풀이 가득 핀 옷을 안 버리고 계속 입고 있는지 모르겠다. 입을 때마다 아... 이제는 그만 버려야지 생각을 하긴 하는데, 입을 때마다 몸에 맞춘 듯 편하니 버리지 못하겠다. 그래도 이제는 정말로 심하게 낡았다. 올해까지만 입고 꼭 버려야지 하고 다짐해 본다.



결정적으로 이 옷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유행 타지 않고 매년 입어도 되는 그런 베이식 아이템이라 그런 듯하다. 이 옷을 버리고 나면 또 비슷한 것으로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버리고 나서 똑같은 아이템을 사는 것은 원치 않는다. 마치 잘 쓰고 있던 그릇 세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개 깨 드려서 똑같은 것으로 다시 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역시 내키지 않는다.













분명 며칠 전까지도 쌀쌀했는데 갑자기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기 시작하니 겨울 옷을 정리하고 정리함에 넣어놨던 봄 옷을 꺼내었다. 겨우내 묵은 옷을 꺼냈더니 구깃거리고 볼품이 나지 않았다. 아... 이 기회에 옷을 사면 참 좋겠구나 생각했다.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물론 봄이라고 사고, 여름이라고 사고, 가을, 겨울이라고 이렇게 사계절마다 쇼핑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민망할 따름이지만 그래도 특별히 옷을 사고 싶은 시점이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옷이 낡았을 때이다. 나는 쇼핑을 좋아하긴 하지만 옷을 하나 사면 오래 입는 편이다. 아니 오랫동안 입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옷이 오래되다 보면 유행이 지나가거나 혹은 보풀이 핀다던지, 세탁을 많이 해서 낡는다던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이번처럼 보풀이 가득 핀 옷을 입고 다니다 보면 너무 관리를 안 하고 사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혹은 낡은 옷을 오랫동안 입고 지내다 보면 이게 웬 궁상인가 싶어 현타가 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당장에 쇼핑하러 가고 싶어 진다.




두 번째는 워너비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같다. 최근 두 명의 사람을 봤는데 그들의 패션이 내 마음에 쏙 들다. 특히 한 명은 나이는 나보다 한참 있어 보이는데 옷 입는 스타일은 훨씬 젊었다. 때로는 나이가 많은 사람 중에 나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다녀과한 모습이 보기 거북할 때도 있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와! 패션 센스가 남다르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라는 판다 스니커즈를 입었는데 굉장히 잘 어울렸다. 나도 신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니 분명 비슷한 나이 또래일 것 같은데, 스타일은 완전 이모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젊어 보였다. 그들만의 패션 감각이 부러웠다. 나도 나만의 멋진 스타일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선 꾸준히 새로운, 감각 넘치는 옷을 사야 할까 싶어지기도 한다.




특히 옷이 가장 필요하다 생각되는 때는 역시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날은 점점 따뜻해져 오고 늘 매일 아무렇지 않게 입던 어두컴컴하고 두툼한 옷을 집어던져 버리고 싶을 때가 온다. 때는 바로 지금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갈 때는 추워지니 가진 옷을 더 껴입으면 되지만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갈 때는 갑자기 옷 두께가 얇아지고 컬러도 다양해지니 갑자기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시점엔 컬러나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는 듯해서 특히 옷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아무튼 이래서 사계절, 때마다 쇼핑에 관심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은 유튜브에서 여러 스타일링 채널을 봤더니 알고리즘으로 쇼핑 관련 방송 얼마나 많이 보여주는지,  관심을 가질수록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는 것 같다.










며칠 전 남편이 서울에 다녀왔다. 갈 때만 해도 날씨가 추워서 겨울 패딩을 입고 갔는데 갑자기 제주가 봄이 되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서울에 간 김에 트렌치코트로 바꿔 입고 오라고 말해줬더니 다행히도 그렇게 입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오늘 외출하려고 보니 어제와 오늘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옷이 그것뿐이야? 왜 오늘도 같은 옷이야?" 하고 물어봤더니 "아니 나는 옷장에 옷이 넘치도록 많아(역설)"라고 말한다. "그러지 말고, 오늘 나간 김에 옷 하나 살까?" 하고 물어봤다. "아니, 이제 곧 여름이야, 반팔 입을 거니 조금만 더 버티면 돼"라고 대답한다.



역시 우리 집 최고 미니멀 리스트는 남편이다. 단벌 신사이면서 옷이 옷장에 넘치도록 많다고 말하는 것을 보소.  같이 살고 있는 나는 이런저런 날씨 핑계로 옷을 사러 가볼까, 무엇을 쇼핑하러 갈까 궁리하고 있었는데 순간 남편을 보고 깨달았다. 역시 이 봄을 조금만 버텨야 할 것 같다. 정말로 곧 여름이 올 날씨다. 갖고 있는 낡은 옷이나 정리하고 여름을 기다려야겠다. 덕분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메인 사진 : https://pin.it/1AROFUc

본문 사진 : https://pin.it/61VkZ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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