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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Sep 04. 2023

여전히 육아를 즐길 순 없지만

힘든 시기는 지난 것 같아


오늘 요가 수업시간에는 힘이 드는 동작이 몇 가지 있었다. 늘 내 몸은 따라주지 않으니까 그저 그런대로 수업에 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유난히 소리를 질렀다. 어깨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 어깨에 염증이 생긴 지 조금 되어 최근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인즉슨 육아하느라 몸이 불편한 것이었다. 그런데 무려 쌍둥이었다! 아직 기저귀도 안 뗀 16개월이라는 아기들.



갑자기 고개가 끄덕여졌다. 당연히 몸이 아플 수밖에...  몸에 생긴 염증은 몸을 쓰지 않아야 조금씩 좋아질 텐데 이론적으로 알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 계속 몸을 사용해야 하니 당연히 염증이 낫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사정을 모르고 소리 지르는 것만 봤을 땐 '조금 유난이네'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너무 안쓰러웠다. 그냥 육아도 힘든데 육아를 한 번에 두 명을 해야 한다니, 게다가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는 몸...



16개월 쌍둥이 육아를 상상해 봤다. 잠시 생각하다가 순식간에 우리 아이의 그 개월수의 순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저절로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게 되었다. '절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무슨 이유인지 밤마다 울부짖던 아이 때문에 한시도 편한 밤이 없던 시간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천국이 따로 없다.









며칠 전 카페에 갔는데 아줌마들 셋이 모여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대화 내내 남편과 육아와 남편, 시댁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재밌게도 그들은 위아래 모두 까만 옷을 입고 있었다. 육아 중에 짬을 내어 갑작스럽게 만난 모습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보니 또 나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아무튼 그들의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괴로운 이야기들!! 작은 카페, 목소리가 큰 그들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릴 수밖에 없었다.



조금 듣고 보니 그들은 맘카페에서 비슷한 개월수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통해 만났고 그렇게 첫째의 인연으로 둘째까지... 여전히 육아 중인 엄마들이었다. 아무튼 엄마들의 여러 고달픔을 계속 듣고 있자니 저절로 연민이 피어났다. 그들이 모습은 피곤하고 지쳐보였다. 잠깐 커피를 마시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만나 잠시 숨을 쉬고 있다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내게 육아가 즐거웠던 순간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으니까. 물론 내 아이니까 예쁘기도 하고, 점점 크는 것도 아쉽고, 커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는 등의 여러 좋은 감정이 들기는 하지만 별로 즐겁고 신난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아이를 낳았으니 잘 키워보자는 책임감에 살고 있다. 



과연 나는 이 육아가 온전히 끝나 아이가 제 삶을 찾아 떠나는 날,

나는 홀가분해질까 아니면 아쉬워하고 있을까?








그런데 최근 이렇게 아이 키우는 사람들의 육아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내가 어린아이를 키우던 시절은 많이 잊어버렸다. '어떻게 그걸 잊어?'라고 묻지만 육아 중에 힘들었던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더니 어둡고 괴로웠던 순간은 많이 지워졌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들으면 그 순간이 떠올라 숨이 막힐 때가 있다. 저절로 귀를 막게 되는 순간. 그때는 몰랐지만 나의 오감이 예민해서 육아가 더 힘겨웠을지도 모른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육아가 너무 피곤하고 고단해서 아이의 가장 작고 귀엽고 예뻤던 시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 모습 한번 더 봤으면 소용이 없겠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정신을 아직 못 차렸구나).






우리 아이의 신생아 시절, 아주 작고 작은 발




그러나 지금이 아이의 제일 어린 날이니까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더 예뻐해 주고 안아주려고 한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육아가 싫은 것이지 (내) 아이는 예쁘다. 그리고 그동안의 나는 아이를 열심히 키웠고,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육아에 별 관심이 없던 남편도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요즘 아빠들처럼 육아에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덕분에 현재 육아는 훨씬 수월해졌다.



아이는 거짓말처럼 쑥 커버렸다. 혼자 샤워도 하고 앞으로는 머리카락도 혼자 샴푸 하겠다고 한다.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던... 정말 더럽게(!!!) 안 먹던 시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가고 이제 꿀떡꿀떡 잘도 먹는다(절대 먼저 찾지는 않는다)



곧 내가 없이도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매일 같이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아버리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때가 되어 부모 없이 모든 것을 해내는 날, 나는 그 모습을 보면 기뻐할까 아니면 아쉬워할까?



언니들이 그랬다. 먹고 입히는 날들, 몸이 힘든 시기를 지나면 머리가 아픈 시절이 온다고... 어쩌면 앞으로의 나의 시간은 그런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훨씬 나아지고 있는 육아에 나는 살맛 난다. 신명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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