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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06. 2023

카페인과 디 카페인 사이


커피를 너무도 좋아한다. 순전히 커피를 너무도 좋아해서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하기도 했다. 매일 커피를 꼭 마셔야 하는 것은 물론 카페 가는 것도 좋아해서 카페도 매번 새로운 곳으로 가곤 한다. 문제는 새로운 카페를 많이 가게 되니 종종 맛없는 커피를 만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조금 화가 나기도 한다. 특히나 카페의 외관은 번지르한데 커피가 별로면 정말 실망이다.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이제 맛도 조금은 알아버린 상태이다. 워낙 많은 커피를 마신 탓이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식사를 하면 그때부터 바로 커피가 마시고 싶다. 매일매일 겨우 한두 잔 마시는 커피. 그런데 매일 고작 한두 잔인데 한 달이면 50잔 정도 그리고 일 년이면 600잔 정도나 된다. 그런데 카페인 이렇게나 섭취해도 괜찮을까?  그렇게 10년이면 6000잔.... 내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때가 앞으로 최소 50년의 세월이면 30000잔... 그 카페인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게다가 어느 순간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커피의 맛이나 향을 좋아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마시는 그 행위자체를 즐기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카페인이 꼭 필요한 순간이 있기는 할 테지만 내 경우엔 어차피 커피를 마셔도 졸리고, 늦은 밤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잔다. 게다가 내가 수험공부하는 학생도 아니고 딱히 카페인이 필요한 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제 그만 카페인을 줄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600잔의 카페인은 마치 내 몸속의 세포보다 많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카페인이 넘치게 들어가는 중











며칠 전 집에 구비된 믹스커피가 떨어졌다. 한참 전에 30개들이 믹스커피를 사서 한참을 먹었다. 분명 얼마 전 카페인을 조금 줄여보겠다고 다짐했는데 마트에 갔을 때 너무 자연스럽게 50개짜리 믹스커피를 구매해 왔다. 집에 와서 마트에서 산 물건을 정리하다 깨달았다. '아 맞다, 커피 덜 마시기로 했었지...'



그런데 한편으로 믹스커피는 집에 구비해 놓는 필수품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비 오는 날이나 아이 공부를 봐주는 시점에 한 번씩 마셔야 하는 약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비가 오는 나른한 오후 믹스커피 한잔은 나에게 낭만과 활력소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게다가 아이 공부를 봐줄 때도 가끔은 믹스커피를 마셔주면 온화한 엄마로 변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믹스커피를 안 마실 수 있을까...!



게다가 이번에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구매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더욱 자연스러워지려면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해야 했다. 앞으로는 그렇게라도 최소한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 좋을 것만 같아서 말이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했다. 다행히도 요즘엔 시중에 디카페인 커피가 종류별로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구매도 수월했다.



아마도 나의 카페인 줄이기는 디카페인 커피의 비율을 늘려가는 것으로 그리고 믹스커피 마시는 횟수를 줄이는 것으로 시작될 듯싶다.



지난번 너무 자연스럽게 산 믹스커피는 50개 들이니까 한 달에 7개 정도만 소비한다고 생각하면 내년 4,5월까지는 구매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카페인 줄이기는 성공하지 않을까?





믹스커피와 디카페인 콜라보 현장







집에는 네스프레소 머신이 구비되어 있어 기본 커피값이 원샷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것도 조금씩 마시는 횟수를 줄이고 나머지를 디카페인으로 조금씩 충족해가면 확실히 카페인은 줄어들 것 같다.




그나저나 카페에서 보통으로 주는 투 샷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래도 카페 가는 횟수도 줄여야 할 듯싶다.  카페에 가면 늘 주문하던 커피 메뉴인 바닐라라테는 이제 조금씩 멀어져야 할 것만 같다.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카페에 자주 가지 않는다면 한 번씩 마시는 기쁨을 아예 없애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혹은 카페에서 다른 메뉴 마셔보기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오늘도 카페인과 디카페인사이에서 아등바등하고 있다. 내 몸을 위한 것이니까 조금씩 노력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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