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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17. 2023

옷장에 보관비용을 내세요

5년 동안 갇혀있던 옷

이번에 옷장에 있던 5년 묵은 원피스를 정리했다. 사실 그 옷은 작년부터 정리하려고 벼르던 옷이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당근에 판매물품으로 올라가 있었다. 그 원피스는 가을부터 초 겨울까지 입을 수 있는 옷이었는데 무려 두 번이나 판매가 보류되어 결국 여태 나에게 있었다. 사실 거의 판매를 포기했었다. 그런데 또 가을이 되자 그 옷을 정리하고 싶어 어쩔 줄 모르겠는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당근에 올렸고 끝내 판매가 되었다. 오예!



그 원피스는 2019년에 산 것이다. 매번 입던 스타일은 아니고 약간은 차려입은 느낌의 다른 분위기의 옷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동안 딱 두 번 입었다. 확실히 기억나는 한 번은 그 옷을 애프터눈티를 하러 갔었고, 또 그 해 가을 또 한 번 티타임을 하러 갔을 때였을 것이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이고 입으려고 했지만 전혀 기회가 없었다. 특히 제주에 와서는 더욱 입을 일이 없던 분위기의 원피스였다. 한 번은 마지막으로 작년 결혼식에 갔을 때 입으려고 했는데 입지 못했다. 결국 딱 두 번, 사진 찍는 용으로만 입고 여태 옷장에 걸려있던 옷이었다.



내가 판매하려고 적어놓은 글 중에 한 부분은 이러했다. 이 옷은 면접용, 하객용으로 제격입니다.

평소에도 예쁘게 입을 옷이지만 늦가을, 겨울, 초 봄까지 면접용으로도 딱인 원피스였다. 게다가 결혼식 하객용으로도 너무 좋은 옷이었다. 다만 나에겐 면접을 볼 일도, 결혼식 하객으로 갈 일도 없었던 것이다. 나도 계속 입을 날을 기다리긴 했지만 4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은 이제 그만 포기해도 된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그 옷을 입은 것은 2019년도가 끝이다. 그 후로 옷장에  20,21,22,23년까지 총 5년 동안 보관되어 있었다. 10만 원 정도 가격의 원피스, 2번 착용, 5년의 보관. 그래서 판매할 때 1/7 정도의 가격에 내놓았다. 다른 제품과 다르게 너무 새것이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 그 가격이었다. 그렇게 드디어 이번에 거래가 성사되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매년 2만 원, 그러니까 매달 1600원 정도로 옷장에 보관비용이 지불되고 있었다. 5년 동안 두 번을 입었으니 한번 입을 때 5만 원 정도였을까? 그래도 15000원이 내 손에 남았으니 한 번에 42500원 정도였을까? 정말로 2번만 입고 계속 못 입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이다. 그러나 어쨌든 드디어 내 손을 떠나서 다행이다.  



사실 5년 동안 빛을 못 본 옷이 이거 하나였을까?








주말은 아이랑 집의 2층에 가서 뒹굴거렸다. 우리는 평소에 2층에 가서 있을 일이 거의 없어서 그곳은 아빠만 사용하는 장소이다. 그러나 종일 집에 있어 심심했던 아이는 2층에서 놀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2층의 방에 갔다가 거실에 왔다 갔다 하다가 거실의 소파에 눕게 되었다. 그 거실은 3면이 옷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다. 그 옷장엔 내가 좋아하는 옷들이 컬러별로, 계절별로 정리되어 있다. 그 옷장에 걸린 옷을 보고 있자면 마치 드라마에서 나오던 온갖 값진 물건으로 꽉 차있는 그 부자들의 기분을 한 10초 정도 느낄 수 있다.








최근에 그 옷장들을 한번 더 정리했더니 마치 어느 디자이너 샵의 느낌을 받게 된다. 드레스룸 겸 거실을 잘 정리하진 않지만 올라갈 때마다 정리할 것이 없나 매의 눈으로 살펴보게 된다. 그때 문득 2층의 옷장에 삐죽 삐져나온 옷을 발견하게 되었다.



까만색 바지, 블랙 정장바지였다. 무려 새것이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정장바지라 언제쯤 입겠거니 해서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미묘하게 유행이 달라지는 검정바지. 그래서 몇 년 동안 그냥 가지고만 있었던 바지였다. 이것도 이참에 정리하기로 했다. 다행히 이것은 내가 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바지가 꼴도 보기 싫어졌다. 왜 이렇게 내 옷장만 차지하고 있는 거야! 내가 산 것도 아닌데!! 그래서 단숨에 옷걸이에 걸어 사진 찍어 즉흥적으로 당근에 판매 글을 올렸다.




운이 좋게도 바로 거래가 되었다.  신난다!!!

별생각 없이 몇 년을 보관만 하던 옷이었는데, 제거하고 나니 정말 좋았다.







이전의 나는 예쁜 옷을 구매했다.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레이스가 달렸거나, 단추가 화려하거나 등의 조금 특별한 옷을 구매하곤 했다. 그래야 진짜 옷을 산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옷을 입는 이유는 주로 사진을 찍기 위한 용도였다. 예쁜 옷을 입고 사진 속에 남은 내 모습이 진짜라고 믿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다르다. 실용적인 옷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한다. 값과 상관없이 더 많이, 자주 입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 그리고 기본적인 더 많이, 더 자주 입어야 아무리 비싸도 괜찮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제는 그동안 정리한 옷들이 꽤 많아졌다. 특히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시작한 기점으로 구매를 확 줄였고 가진 옷들도 하나씩 둘씩 거래를 하거나 나눔을 했다. 그래서 더욱더 아름다운 옷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옷장에게 내는 보관 비용은 필요 없어졌다.



특히 이제는 더 이상 옷장에 오랫동안 보관해야 하는 옷은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5년 동안 두 번 입을 옷도 구매하지 않는다. 몇 년을 언젠가 입을 상상을 하머 보관만  옷도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이제는 옷을 살 때 얼마나 자주 입을 수 있는 옷인가부터 생각해 보고 구매한다. 일명 뽕뽑템만 내 옷장에 들어오기로 한다.



이것은 옷장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평생 기억해야 할 나의 다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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