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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Dec 08. 2023

유럽의 빈티지마켓보다 좋은 물건을 득템 할 수 있는 곳


오늘 유리컵 하나를 깨트렸다. 아이가 우유를 마시고 내려놓은 컵인데 하필 내가 툭 치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지며 깨져버렸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며 플라스틱에서 유리컵으로 바꿔서 사용 중이다, 투명 유리컵이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아이에게 우유를 따라주면 그것을 마셨나, 안 마시고 놀고 있나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어서 유용하기도 다. 원래 똑같이 두 개의 유리컵이 있었는데 지난번엔 아이가 깨서 산산조각이 났고, 이번엔 테이블 아래로 살짝 떨어졌는데 깨져버렸다. 그렇게 아이의 우유 컵이 두 개 다 사라졌다. 한 개가 깨졌을 때만 해도 다른 한 개가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두 개 다 깨져버려서 조금 아쉽다. 



그런데 최근에 유리컵만 깨진 게 아니라 아이의 그릇 두 개도 깨뜨렸다. 그 그릇 두 개는 체감상 10년이 넘은 그릇인데 누군가 돌잔치에 다녀와서 받아온 그릇이었다. 분홍, 초록이 빈티지한 느낌볼에 토끼로고가 그려진 그릇이었는데 아이 전용으로 사용하기 사이즈가 딱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그릇은 아니라 더욱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설거지를 하나 떨어트려서 초록색이 깨지고 며칠 후 또 분홍색이 깨져버렸다. 그릇 두 개를 며칠 사이로 깨트려버리니 갑자기 아이의 그릇이 싹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 두 개의 그릇은 깨졌을 때 약간 마음이 편해진 부분도 있었다. 이러다가 영원히 가진 모든 그릇을 평생 사용하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유리컵 2개와 아이전용 그릇 2개는 모두 내가 산 것은 아니다. 유리컵 2개는 시댁에서, 아이 그릇 2개는 친정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 밖에도 우리 집에 있는 데일리 식기 세트(밥, 국그릇, 접시 여러 장)는 친정에서 가져온 것이고, 넓적한 접시와 조금 컬러풀한 접시는 시댁에서 가져온 것이다. 내가 산 것은 컵, 접시 몇 개와 이전 집에 이사오며 벼르던 2인용 그릇세트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까 현재 사용하는 주방용품은 어디서 받아온 것이 절반, 내가 산 것이 절반이다. 그중에는 마음에 쏙 드는 것도 있고 그냥 편하게 사용하는 것도 있다. 정확한 내 취향을 고르자면 당연히 내가 새로 산 것이 훨씬 가깝긴 하다.



그러나 요즘엔 취향도 조금 버렸더니 집에 있는 그릇들이 구색이 맞춰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기도 했다. 현재 집에 3개의 각각 그릇이 있는데, 원래의 용도로 쓰던 중간 그릇 한 개가 깨지면서 그 세 개가 우리 집 면기 즉 라면, 가락국수, 국수, 냉면 등을 넣는 각자의 그릇이 되고야 말았다. 우연히 그것이 사이즈별로 3가지가 돼버려서 가장 큰 것은 아빠 그릇, 중간 것은 엄마 그릇, 가장 작은 그릇은 아이 것이다. 마치 골디락스의 아빠, 엄마, 아이 그릇 같기도 하다. 앞으로 쭉 써도 되긴 하고, 정 안되면 예쁜 그릇으로 새로 사면 되긴 하는데 가진 것들을 더 열심히 쓰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냥 사용하고 있다.



그냥 쓸 수는 있으나, 꼭 구색이 맞춰줘도 되지 않으나 나에게는 미묘한 불편함이 있다. 그렇다고 매번 그릇이 깨지기만을 기다릴 순 없으니까. 제주에 사는 동안이라도 열심히 써볼까 한다.




잘 쓰긴 하나 미묘하게 구색이 맞춰지지 않긴 하다








얼마 전 육지에 나갔을 때 시댁과 친정에 가서 찬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곳은 마치 보물창고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마침 시댁 찬장에 오래되어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 같은 디자인 모양의 그릇을 3개를 발견했다. 득템이다!!! 앞으로 그곳에 가락국수, 라면, 떡만둣국 등등등 한 그릇 요리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기뻤다! 마치 프랑스 파리의 빈티지 마켓에서 마음에 드는 그릇을 찾은 기분이랄까. 화이트의 적당한 사이즈(가끔은 너무 크면 음식을 끝도 없이 담아, 과하게 먹어야 해서 적당한 사이즈가 좋다) 면기를 득템 하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이번에 득템 한 그릇도 100% 나의 취향은 아니다. 그러나 값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환경을 생각하는 길이라면 내 취향은 70~80%로만 유지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본다. 솔직히 유럽 빈티지 마켓에서 사 오는 그릇이나 컵이 100% 내 취향이라고 한들 한국까지 들고 오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시댁과 친정에서 가져오는 그릇 취향은 그 정도만 돼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국에 들어와 살게 되며 모든 살림을 다시 마련하게 되었을 때 정말 살 것이 많았다. 그때 시댁에서 그릇을 가져다 쓰라고 했을 땐 솔직한 마음은 싫었다. '나에게도 취향이 있어! 나도 새로 산 예쁜 그릇 쓰고 싶다고!'라고만 생각했다(꼬일 대로 꼬였군). 그러나 막상 시댁의 찬장을 열어 잘 보관되어 있는 그릇을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 그릇도 많았지만 예쁜 찻잔도 정말 많았다. 하나하나 살펴보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가져와서 사용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던 찻잔은 보통 찻잔의 2/3 정도 사이즈였는데, 그곳에 믹스커피를 타면 딱이라 자주 사용하곤 했다.



그로부터 몇 년 동안 나는 보물을 찾는 느낌으로 찬장을 열고 있다. 이번 친정에서는 마음에 드는 찬기와 어디선가 받아두었지만 쓰지 않고 있는 스테인리스 채반세트를 발견했다. "엄마 이거 내가 다음에 이사할 때 가져갈 테니 잘 내버려 두어 줘"라고 말하고 찜해놓고 왔다.



암튼 일단 양가의 찬장을 열어보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가져와서 쓰면 되고, 정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없다면 그때 내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사서 쓰면 된다. 이 또한 선택의 개인의 몫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새로운 그릇이나 컵 등등이 탐난다면 어서 친정이나 시댁에 방문해 보라! 분명 프랑스 파리의 빈티지마켓에서 산 것보다 더 값진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사용한 지 어느덧 5년이 넘는 시댁에서 받아온 접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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