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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y 23. 2024

아이도 어른도 치과는 무서워

아이는 겨울방학부터 철분제를 복용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의 치아를 보니 부분이 새카맣게 되어있었다. 오 마이갓! 앞니가 썩은 거야????? 너무 놀라서 어린이 치과로 달려갔다.



아이는 치아가 약해서 잘 썩는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 지난여름에 다녀왔으니 겨울에 한번 다녀왔어야 하는데, 겨울방학엔 이런저런 핑계로 가지 못했다. 결국 오랜만에 간 치과에서 혼이 났다. 양쪽 어금니 4개가 모두 썩어있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앞쪽에 치아가 조기탈락해서 공간 유지 장치 또한 설치해야 했다.



'난리구나 난리...'



그렇게 지난 3월, 4월 매주를 치과에 다녔다. 무려 6주간 치과에 다녔고,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치과도 한번 다녀왔다. 치료가 힘들 경우 웃음가스를 투입하길 권하셨지만 평상시 진료를 워낙 잘 받는 아이라 지켜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조금씩 힘들어하기도 하고, 마취된 혀가 신기해 질근질근 씹기도 했다. 결국 혀에 크게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끝까지 무난하게 치료를 잘 받았다.



오랫동안 치과치료를 받은 아이가 안쓰러웠다. 누굴 닮아(아빠) 이가 이렇게 약한 거야... 생각했다.  그래도 아이는 참 씩씩했다. 어릴 때부터 참 특이한 것이 병원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치과는 갈 때마다  반지를 주니 오히려 좋아했다( 부글부글 속 끓는 엄마) 그렇게 길고 긴 치과치료가 끝이 났다. 앞으로 양치를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내 잇몸이 욱신거린다. 처음엔 양치를 하고 입을 헹구는데 이가 좀 시린가? 싶어 그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잇몸이 이상함을 감지했다. 칫솔질이 잘못되었나 더 열심히 닦아보기도 하고 치실도 더 열심히 했는데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나 며칠 전부터는 잇몸이 조금씩 더 불편하더니 어제는 종일 잇몸이 욱신거렸다. 아래쪽 잇몸이 욱신거리기도 하고 뒤쪽 잇몸이 아프기도 하고 나아질 기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했다. 이가 썩은 거 아냐?



결국 제주에서 다닐 새로운 치과를 알아봤다.  치과가 무섭고 치료가 겁나지만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진료를 꼬박꼬박 받으러 가는 편이다. 육지에 다니던 치과가 있어서 겨울마다 가서 진료를 받고 스케일링을 받곤 한다. 그러나 당장 오늘 잇몸이 아픈데 비행기를 탈 수는 없는 일. 제주에 치과를 검색해서 제일 무난해 보이고 가까운 곳으로 진료를 예약했다.



진료를 예약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지만, 치과에 가기가 정말로 싫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어떤 병원보다 치과가 제일 무섭다. 눈에는 보이지 않고 입 속에서 치료받는 소리에 들리는 그 커다란 소리... 윙~~~ 어찌나 소리가 큰지 그냥 무섭다.



그런데 6주간 치과 치료를 잘 받는 아이를 생각하니 나 또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가보기로 했다. 매주 치과치료받는 것을 계속 지켜봤더니 생각보다 치과 치료가 소리만 크지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막상 아침부터 치과에 가야 한다니 무서웠다. 불안했다. 치과에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나 잇몸이 아파요"

"잇몸이 왜? 들솟는 기분이야?"



엄마는 자주 잇몸이 아팠고 그러면 그때마다 잇몸이 들솟는다고 표현하고는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들솟는 기분이 뭘까? 했는데 혹시 지금 내 상태가 그런 것 같았다.



암튼 벌써 나이가 이렇게 먹어서 엄마와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단지 치과를 가는 길이었으니 이가 썩은 것만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2월(스케일링받은 시기)에도 괜찮았던 치아가 갑자기 썩었고, 그 치아를 치료하고 심각하면 신경치료를 하고 최악의 경우 임플란트를 하고 그러면 너무 머리가 아파올 테니까...








치과 선생님은 이제 치아의 노화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유 없이 잇몸이 아프고, 앞으로 치아가 마모되고 깨지는 그런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생님 제가 최근에 초콜릿, 젤리를 많이 먹고 며칠 전에 엄청 질긴 '쫀드기'를 먹었거든요. 혹시 원인이 있을까요?" 물론 그것들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앞으로는 먹는 것도. 조금씩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얘기를 들으며 속으로는 "아니, 벌써 치아를 신경 써야 한다고요?? 아직 마흔도 안되었는데!!!"라고 생각했다.



단 한 가지 기쁜 소식은 앞으로 치아는 썩지 않을 것이라고, 치아가 썩는 시기를 잘 지나갔기 때문에 앞으로도 충치 치료를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다행히 충치가 아니라니 앞으로 내게 충치가 없다니 그저 신기했다.



그래서 일단 당장은 치석을 제거해 보기로 했다. 그 후 기분 탓인지 잇몸이 아프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당장 이가 썩은 것이 없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최근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았다.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그즈음 많이 먹었던 젤리도 쫀드기도 분명 잇몸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나는 말을 잘 듣는 환자니까 마트에 주문하려고 담겨있던 젤리를 뺐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망고 젤리... 요즘 젤리 먹는 낙에 살 때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아무래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얼마 전 오일장에 갔다가 사온 마른오징어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딱 이것까지만 먹고 더 조심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어쨌든 당분간은 치과에 다시 가고 싶지 않으니 조금 더 신경 쓰고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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