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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un 10. 2024

여름이 오는 소리

얼마 전 시장을 갔다가 아주 반가운 과일을 발견했다. 어쩌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딸기도, 수박도, 참외도 아니고 '앵두'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어릴 적 이맘때 외갓집을 가면 그곳에 앵두나무가 가득 심어 있었다. 먹고 싶을 만큼 실컷 먹고 통 한가득 앵두를 따서 돌아왔다. 갓 딴 앵두만큼 신선하진 않았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앵두를 두고두고 아껴먹었다. 그런 유년시절의 추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앵두나무가 귀하다. 좀처럼 가까이에서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십몇년전인가 막내고모댁에 일부러 가서 앵두를 가득 따왔었다. 그게 마지막이다.



그런데 시장 앞 어귀에 바구니 가득 앵두가 담겨있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맘때가 되면 앵두가 나오는 것을 알기에 먹고 싶었지만 어디로 가야 살 수 있는지 몰라서 못 먹었다. 그런데 여기서 발견하다니!




곱디고운 앵두!





마음은 욕심을 내어 많이 사고 싶었지만 앵두는 이미 따는 순간부터 무르기 때문에 저걸 두고두고 먹는 것은 욕심인줄 아니까 딱 맛있게 먹을 양만 사가지고 돌아왔다. 먼저 내가 반을 먹고 절반은 아이에게 맛 보여주려고 남겨두었다.



아이도 앵두는 실로 오랜만이었을 것이다. 수년 전 일하던 곳 근처에 앵두나무가 있어서 몇 알 따 가지고 왔다가 몇 개 맛보라고 줘본 적이 있었다.



앵두를 먹은 아이는 흥분했다. "엄마 더 먹고 싶어요 더 있어요?" "아니~ 이제 없는데, 다음에 또 앵두 파는 곳을 보면 더 사다 줄게" "그럼 빨리 사다 주세요~ "  앵두를 사려면 가까운 저 멀리 시장까지 가야 하니 다시 쉽게 사 올 수가 없었다.



아참! 앵두 옆엔 비파라는 신기한 과일이 있었는데, 한통에 17000원이나 하니 맛은 보고 싶고 양은 너무 많고 그래서 그냥 돌아왔는데 맛이 궁금해진다. 다음번에 앵두를 사러 가면 비파도 하나 사가지고 와야겠다.  









또 며칠이 흘러 마트에 갔다. 그랬더니 이번엔 초당옥수수의 출현이다. 무려 제주에서 나온 초당옥수수이다.  아직은 초당옥수수 초기 시기라 가격은 제법 비싸다. 그래도 한번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사 왔다.



초당옥수수 그 달콤한 옥수수 맛을 한번 들이면 좀처럼 포기할 수가 없다. 평소에 먹고 싶은 음식이라고는 고작 몇 개 안 되는데 초당옥수수는 그 이름을 생각만 해도 더 빨리, 더 많이 먹고 싶다.



막상 껍질을 까니 작은 옥수수가 나왔다. 사실은 옥수수보다 껍질이 더 많은 것 같다. 고로 쓰레기가 더 많은 것 같다는 얘기이다. 그래도 냄비에 넣고 맛있게 쪘다. 초당옥수수는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쪄도 된다는데 나는 왠지 냄비에 넣고 찌는 것이 더 맛있다. 초당옥수수를 찔 때 필요한 것은 오직 물과 냄비뿐이다.




노랑노랑 초당옥수수




시간이 되어 노릇노릇 익은 옥수수를 보니 기분이 좋다. 살짝 식길 기다렸다가 잽싸게 베어문다. 아직 조금 뜨겁다. 그래도 그 달콤한 옥수수의 맛이 기가 막히다.



어서 빨리 옥수수의 가격이 조금 내려가길 기다린다. 그때 마트에 가면 망 가득 초당옥수수를 넣고 팔아 아마 질리도록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테다. 그날은 곧 오겠지?  








옥수수 말고도 야채들이 가득가득한 진열대를 보니 여름이 왔구나 느낀다. 이제 과일도 야채도 풍요로운 계절이구나! 가득 채워진 과일과 야채들을 보기만 해도 배부른 계절이 왔다.



그래서 나는 여름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앵두와 비파를 사러 내일은 시장에 다녀와야겠다. 벌써 일주일이 넘게 흘렀는데 아직도 앵두가 비파가 파는지 모르겠다. 부디 그 자리에 있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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