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게 젊음인 줄 모르고

by Blair

유튜브를 보다가 오랜만에 최화정 씨 채널을 까지 흘러갔다. 오늘의 콘텐츠는 집의 팬트리 공개였다. 누구나 그렇듯이 집의 창고에는 원래 별별 물건이 다 나오는데, 연예인 창고이니 얼마나 신박하고 예쁘고, 다채로운 물건이 있었겠는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그중에 앤틱 가죽 캐리어가 나왔다. 이미 산지 30년이 넘었다는 캐리어였는데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멋졌다. 그녀는 젊어서 그 가죽 트렁크를 종류별로 사서 모으고, 가지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그게 다 젊음이겠지'라는 말을 했다.



'젊음'



그래 젊음말이야. 언제나 눈이 반짝이고... 모든 일이 신나고 재밌었던 그 젊음 있잖아.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는 나이인데 벌써 젊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때가 다니... 좀 이상하다. 그러나 요즘 컨디션이나 여러 몸 상태로 보아 더 이상 (슈퍼) 젊은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기도 해서 서글퍼진다.



내가 생각하는 젊음이라 함은 20대가 피크인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며 부모님의 손에서 조금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던 그때 말이다. 20대에는 나는 주말이면 꼬박꼬박 약속을 만들어 나가고, 평일 저녁은 매일같이 집에 늦게 들어가고, 심지어 더 재밌고 신나게 놀고 싶어 용쓰던 날들이 있었다. 그때는 나는 어디로 떠날까, 무엇을 공부해 볼까 매일 같이 고민했다. 또 여행을 가려고 생각해도 어떤 불안이나 두려움 따위는 없이 장소를 골랐고, 그렇게 몇 달 전부터 계획하고, 비행기를 알아보곤 했다. 게다가 그렇게 갔던 여행은 하나라도 놓칠까 빽빽하고, 꼼꼼하게 돌아보고 오곤 했다.



그러니까 뭐든 신나고 즐겁고 열정 넘쳤던 그때가 젊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도 젊다며? 그렇다. 그러나 그때의 젊음이 절대 아니다. 아이를 낳으며 급속히 하강한 체력, 매일 외출은커녕 가끔 있는 약속은커녕 귀찮고, 주말 중에 하루는 꼭 집에서 쉬어야 하고, 저녁마다 졸려 쓰러져 자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요일 밤이면 더 오래도록 깨어서 잠들고 싶지 않는데 눈꺼풀이 못 버틴다. 게다가 여행은 절대 길게 갈 생각 하지도 않고, 갈 수 있으면 가고, 먹을 수 있으면 먹고, 볼 수 있으면 보고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휴... 벌써 이렇게 텐션이 떨어지다니 큰일이기도 하다.



아이고오오오...






사실 젊음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고 느낄 때는 바로 이런 순간들이다. 최근에 발목을 다쳤다. 그런데 발목이 다친 것이 쉬이 낫지 않아서 맘고생을 했다. 예전엔 발이 접찔려도 금세 괜찮아지고 했는데 이제는병원을 가야 하고, 또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인대가 늘어났다고 한다던지, 운동하지 않고 이대로 지내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고생할 거라던지 그런 얘길 하시니 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 몸은 오늘 당장이라도 한라산을 오르락내리락 두 번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몸과 발목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나 할까?



물론 20대의 팔팔함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몸이 약해질지 몰랐다.



게다가 지난번에는 잇몸이 부어서 치과에 다녀왔다. 치과선생님은 내 치아를 보더니 이제 이가 썩을 일을 없다고 하셨다. 대신 노화가 진행되면 이가 깨지거나 부러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가 썩지는 않을 테지만 깨지거나 부러진다라... 뭐... 노화라고? 이게 과연 좋아할 일인지, 슬퍼할 일인지 모르겠다.



더불어 튀긴 음식이 예전처럼 맛있지 않다. 특히 후라이드 치킨이나 돈가스 이런 것을 먹은 날은 꼭 속이 불편해온다. 아휴... 마음은 돌도 씹어먹을 것만 같은데 대체 왜 속도 늙어가는 걸까?




이처럼 젊음이 멀어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하나 둘이 아닌 것이다.











오늘 아침 정원에 잡초를 뽑았다. 오랜만에 정리하는 것이긴 했지만 뽑아도 뽑아도 끊임없이 나오는 잡초를 보며 조금 화가 났다. 그래서 생각을 하나 보니 역시 젊을 때는 이런 주택에 사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 살기 바쁜데 정원에 꽃을 심고 잡초를 뽑고 혹은 상추나 호박을 심어 먹고 이런 것과 젊음은 너무 먼 느낌이 아닌가!



그러면서 동시에 '아직은 젊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는 것이다. 응, 겨우 잡초 뽑으며 이렇게 화가 나다니 젊네 젊어!



게다가 아직 식욕이 왕성하다. 튀긴 것이 불편한 것만 빼면 뭐든 먹고 싶고, 뭘 먹어도 맛있는 것을 보니 아직 젊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우리 엄마나 시어머니는 매일 '입맛이 없어'라고 하시기 때문이다. 아직은 입맛이 돌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젊은 날에는 젊음인지 모른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나는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젊음을 인식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좀 더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 속에서 재밌는 것을 찾고, 뭐든 호기심이 일고, 좀 더 의욕적이고 부지런하게 지내야겠다. 지금 가진 젊음을 놓치고 싶지는 않기에 좀 더 노력해 봐야겠다.



과연 젊음이 노력한다고 내 곁에 머물러줄까?












흔히 우리는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라고 말한다. '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