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정말 푹푹 찌는 주말의 오후이다.
이번 주말은 정말 오랜만에 집에서 여유를 즐긴다. 한동안 주말마다 여행이다, 행사다, 어딜 가야 한다, 심지어 꽃이 피었다, 아니면 이렇게 더우니 바다라도 가야 할 것 같아서 지난주는 바다에 갔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한 달의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한숨 돌린다. 그러나 분명히 집에 머무는 주말이지만 사실 그동안 밀어놓은 집안일을 하는 날이다.
여름이 온 지가 언젠데 아직도 봄가을 이불을 덮고 있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옷은 정리했다는 것). 이제는 정말 여름 이불을 꺼내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 주말 이불빨래를 시작하며 드디어 여름 이불을 꺼낼 수 있었다.
이제 오전 내내 이불 빨래 할 일만 남았다.
이불을 들고 빨래방에 가서 돌리면 금방이겠지만 이 더위에 이불을 들고 빨래방에 가는 것이 더 힘드니까 그냥 집에서 내 몸이 수고하기로 한다.
다행인 건 오늘은 이불 두 채만 세탁하면 된다. 아마도 내일 패드와 베개를 세탁할 것 같다.
먼저 이불 가져다 미지근한 물에 불린다. 다행인 건 이제 날씨가 더워져서 이 정도 온도로도 충분히 이불을 세탁할 수 있다는 것이다(겨울이나 봄에는 어림없는 온도이다)
일단 물에 세제를 풀어 이불을 조금만 불리면 된다. 그 후에 발로 조금만 밟고 그다음은 세탁기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원래는 더 많이 밟고 세탁기에 넣어야 하는데 세상에 아침부터 얼마나 더운지 몇 번 밟지도 않았는데 땀이 줄줄 난다. 어쩔 수 없이 금세 세탁기에 넣는다. 겨우 이불 하나 빨았는데도 숨이 찬다. 다른 하나는 다음번에 할걸 잠시 후회한다.
이불 빨래 한 것을 볕이 더 센 이층에 가져다 널어놓는다. 신기한 것은 다음 이불을 널기도 전에 이미 다 말라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더운 여름이 좋은 것은 빨래가 금방, 바짝 마른다는 것이다.
내가 이불 빨래를 하는 것을 보던 아이는 가지고 놀던 인형 친구들도 세탁하고 싶어 했다. 먼저 가지고 놀고 있던 인형 어피치와 라이언을 먼저 세탁하기로 했다. 방법은 똑같다. 세제를 넣은 물에 인형을 담그고 밟아주면 된다. 아이는 절대 발로 밟는 것은 싫다고 해서 그럼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서 세탁하라고 했다. 아무래도 이불 빨래를 한 직후라 아이에게 시켰는데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 세탁을 하다가 도망가버렸다.
인형 두 개를 세탁하다 보니 아무래도 집에 보관된 더 많은 아이들을 세탁해줘야 할 것 같아서 인형 보관함에서 몇 개의 인형을 더 골라본다. 그 인형 중에 '프린세스(푸들) ' 와 '커피(개)는 이미 살짝 변색느낌도 나는 게 세탁이 꼭 필요한 같아서 가져왔다.
인형을 세제 물에 넣어 불려주고 아이 몰래 살짝 밟아준 후에 세탁기에 넣어서 세탁해 버렸다. 세탁 후 나온 자태가 깨끗하다. 이제 강한 햇빛에 말려주기만 하면 된다. 분명 금방 마를 것이다.
사진으로 보니 오늘 날씨가 환상적이다. 그러나 사진 밖으로 온도는 33도로 환장 직전이다.
작은 인형이야 금방 말랐겠지만 통통한 인형들은 내부까지 마르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 오늘은 정말 속전속결로 말랐다. 오예!
자세히 보니 푸들 인형 '프린세스'는 햇볕에서 말려지다 지친 모습이다. 하지만 오랜만의 목욕이라 시원했겠지.
아이는 목욕을 마친 인형들과 다시 놀이를 시작한다. 사실 목욕한 인형 말고도 작은 인형의 개수가 꽤 많아 몇 가지는 정리하고 싶은데, 아이는 절대 안 된다고 성화다.
다음번 세탁에서는 작은 인형들도 모두 출동시켜 세탁해 줘야겠다. 그러고 나서 아이랑 상의해서 가짓수를 줄여봐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벌써 5시가 되었지만 여전히 해는 쨍하게 떠있고, 집은 점점 뜨거워져간다. 시원한 커피를 만들어 ㅁ마시며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오후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세탁도 하고, 집안을 돌볼 수 있는 알찬 주말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더울 테니 잘 놀고 쉬고를 반복하며 여름을 잘 보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