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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이어서 삼계탕을 만들었지

by Blair

어제는 초복이었다. 사실은 초복인지 모르고 삼계탕을 만들었는데 마침 그날이었다. 가끔 집에서 삼계탕을 만들어 먹는데 이때쯤 한번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만들었던 것이다. 초복이라고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사 먹거나 그런 적은 없었는데, 마침 초복이라니 딱이었다!




삼계탕 만들기는 이제 눈감고도 한다. 물론 닭의 속에 찹쌀을 넣고 대추와 밤 등을 넣어 다리를 묶는 정성은 없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그냥 닭 한 마리, 삼계탕용 약초 재료 하나면 끝이다.




집에 있는 가장 커다란 냄비에 닭과 약초 그리고 마늘과 양파 혹은 파 몇 개와 후추를 넣어주고 한참을 끓여주면 '평범한 삼계탕'이 완성되는 것이다. 가끔 전복이 냉장고에 있을 때는 함께 넣어 '조금 특별한 삼계탕'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삼계탕 끓인 국물에 찹쌀을 넣어 죽을 만들면 그게 전부이다. 이처럼 쉽게 만들지만 '영양 만점의 한 끼'가 완성된다.



그렇게 초복이 잘 지나갔다. 그렇다고 갑자기 중복 말복에 장어를 구워 먹을 것은 아니다.





삼계탕 현실판






최근에 도무지 무엇을 해 먹어야 할지 몰라서 머리가 아팠다. 매일매일 무슨 재료로, 어떠한 새로운 밥상을 차려야 하나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을 하면서 마트를 방문하거나 인터넷 마트로 재료를 담다 보면 이미 지치고야 만다.




분명 가족들이 내가 한 요리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은데 도무지 새롭게 더 맛있는 것을 해줄 의욕은 없다.



그래서 매일 '돌려 막기' 시전으로 밥을 한다.




매일 하루 두 끼를 만든다. 아침 메뉴와 저녁 메뉴를 고르면 되는데... 일주일이면 14번 그중에 두세 번 정도는 외식을 하니 11번 정도. 그러면 한 달이면 최소 44개의 메뉴가 나와야 한다. 와우.. 한 달에 44개의 메뉴라니! 이 정도면 레스토랑 메뉴보다 더 많지 않나?









지난주 우리 집 식사 메뉴는.... 뭐였을까? 한참을 생각해 봐도 쓰고 싶은데 무엇을 먹고살았는지

생각이 잘나지 않다. 뭔가 특별한 메뉴는 없었던 것 같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기억이 났다. 그나마 아침 메뉴는 단출했다. 빵과 샐러드로 두 번 정도 먹고, 주말은 팬케이크를 구워 먹었고, 전 날 저녁 먹고 남은 메뉴를 한번 더 먹기도 했다. 저녁으로는

순두부, 삼겹살 구이, 된장찌개, 콩나물국, 라면, 두부구이, 고등어구이, 카레, 편육, 수제비, 막국수, 새우파스타 등을 먹은 것 같다. 이렇게 적어보니 다양한 메뉴를 먹었다.




지난주 먹은 것은 생각해 냈으니 이제 이번 주 먹을 메뉴를 생각해야 한다. 이번 주 메뉴로는 오리고기, 김밥, 냉면을 생각 중이다. 한 달에 한번 정도 먹는 메뉴인데 김밥은 내가 좋아해서 종종 만들어 먹고 오리고기는 그냥 구워 먹을지, 월남쌈 메뉴로 등극해서 좀 그럴듯하게 먹을지 고민 중이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밥만 먹기 그러하니 냉면도 한번 먹고 아마도 파스타를 한번 더 해 먹을 것 같다.



오늘 메뉴는 김치돼지고기볶음과 콩나물국을 먹을 예정이다. 과연 예정대로 먹을 수 있을까?








요즘은 더위에 먹는 즐거움도, 요리하는 즐거움도 모르겠다. 게다가 매주마다 새로운 메뉴를 생각하느라 머리도 많이 아프지만... 그래도 먹어야 산다. 하여 조금 더 불을 적게 쓰고 가볍게 먹을 생각을 해본다. 그 와중에 영양까지 더 할 메뉴를 고민해 본다.



흠... 어렵다. 어려워.



그나저나 곧 여름방학인데 정말 삼시 세끼를 만들어야 할 생각에 떨린다. 방학이 순식간에 지나가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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