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소녀인데 현실은 아줌마이다. 그것과 관계없이 나는 오늘부터 제주를 달린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역시 월요일은 제일 기운이 넘치고 의욕이 샘솟는 날이다.(직장인에게는 반대인가...)
새해가 되며 제주는 많이 추웠다. 정말 추웠다. 옷을 여러 겹 껴입어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그래도 서울보다 따뜻했지만) 새해가 되어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운동장을 조금 걸어보자'하는 마음을 먹었는데 여태 실천하지 못했다. '아직은 아니야. 너무 추워.' 내 의지는 추위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역시 추운 겨울은 아침에 깨어나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굼떠지는 계절이었던 것이다. 나는 비겁했다.
원래 제주도에 내려와 살면서 올레길도 걷고, 오름도 올라가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왔는데 역시 인간이 변하는 것은 참 어렵다. 언제나 귀찮은 몸과 마음을 이겨내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특히 요즘은 매일 차를 끌고 다니다 보니 이것이 익숙해지며 오히려 걷는 것이 더 어색해졌다. 서울에서는 그래도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심지어 지난 2년 동안은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며 운동 아닌 운동을 했는데 제주에 오면서 오히려 운동을 멈추게 되었다.
그런데 요새 며칠을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조금 춥지만 이제 정말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싶은 때가 온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운동이 어렵더라면 오후에 오름에라도 올라가자! 생각을 했다. 혼자 갈 의지는 좀 약하니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그런다 그 역시 아직 춥다며 거절했다. 아... 우린 이렇게 겨울에 꼼짝없이 집에서만 앉아서 뼈가 약해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사람들인 것일까. 그런데 또 남편이 거절하고 나니 나의 의욕도 꺾여서 혼자 오름에 가게 되진 않더라. (허허!)
20대 첫 직장을 다닐 때가 생각난다. 일한 지 2년이 지났을 때 일이 조금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새로운 것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다니기 전, 미국에서 잠시 살다 왔을 때 무려 10킬로 정도가 쪘었는데 그 살이 2년이 지나도록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주 천천히, 티도 안 나게 빠지는 살을 보니 몸이 너무 무겁고 답답했다.(내 인생 가장 뚱뚱한 시기이다) 그래서 나는 3년 차, 직장 근처에 있는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출근 전에 수영을 다녀와야 했기에 무려 오전 7시 타임 수업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6시 반 정도엔 집에서 나와야 했다. 그 직장을 그만두기 전까지 참 열심히도 다녔다. 20대의 젊은 나는 그때 운동의 즐거움을 알았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너무도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 수영장을 다니던 날에 느끼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운동 후 한결 가벼워진 몸, 실제로 초반에는 살도 4kg나 빠졌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니 피곤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운동 후에 하루를 더욱 상쾌하게 시작하기도 했었다. 그때 운동과 함께 하는 삶은 생각보다 의욕 넘치고 건강한 삶이었다.
매일 달리는 소설가 하루키
하루키의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매일 달리기를 한다. 매일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만큼 글을 쓰고 매일 달리기를 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매우 성실한 소설가인 것이다. 그는 아마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달리고 있지 않을까? 어느덧 달리기에 '익숙해지는 일', 하루키에겐 달리기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형태로 습관처럼 몸에 배어버렸다. 나는 그가 닮고 싶어졌다. 오늘부터는 매일 걷고 뛰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마치 하루키가 그랬던 것처럼.
사실 아직 신나게 달리진 못한다.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무리해서 힘을 빼서 운동하고 싶은 의욕을 꺾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곧 내 몸은 걷고, 달리는 것에 익숙해질 것이다. 일단 그 시작은 운동장이었지만 따뜻한 봄이 오면 올레길로, 오름으로 반경을 넓혀볼까 한다.
오늘로부터 한 달이 지나고 난 후 제주를 달리는 소녀 2탄을 써보고 싶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빼고는(아직 그것까진 무리인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매일 열심히 걷고, 달리고 있다고 기록을 남겨보고 싶다. 다행히도 이번 주는 날씨가 좋다. 일단 이번 주는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이팅!
메인사진 출처 :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