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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10. 2022

면접 후 이야기


이번 달, 그동안 받아오던 실업급여가 끝이 났다. 경단녀로 지내다 몇 년 만에 구했던 일자리가 코로나와 내부 사정로 인하여 몇 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되며 받았던 실업급여였다. 처음에는 새롭게 시작했던 일이 사라지니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덕분에 제주도로 이사하는 것도 수월했고, 거기에 실업급여를 받으니 불만은 사라졌다.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은 정말 좋았다. 일하지 않아도 매달마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 대가는 구직활동을 하는 조건이었다. 이사를 할 때는 바빠서 구직활동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곤 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기 때문에 제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원래 하던 일과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일이 하고 싶어서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봤다. 제주에 오기 전에 살던 서울 한복판에서는 넘치도록 많았던 그 자리가 이곳에는 거의 없었다.  가뭄에 콩나듯 그 일자리를 찾았다 하더라도 위치가 멀면, 자동차로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과연 주유비 빼고 얼마나 남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본래 이 직업 자체 월급이 높지 않은 것이라 더 그랬다. 그래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달 정도 여유를 가지며 구직활동을 계속했다.  









그렇게 몇 군데에 이력서를 냈다. 그리고 나는 오늘 면접을 보고 돌아왔다. 거의 1년 만의 면접이었다.  면접 일정이 잡힌 후로는 약간의 부담감과 기대감이 섞인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는데, 면접을 보고 나니 오히려 가뿐한 마음이다. 특히 이전엔 면접을 보면 그냥 "네, 네"하며 듣는 수동적인 입장이었는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직장 내에서 내가 해야 할 일과 포지션, 잡무, 그리고 월급까지 정확히 물어보는 능동적인 사람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갖게 되는 이런 뻔뻔함이 조금 마음에 든다. 



한편 막상 면접을 보고 나니 고민이 크다. 이왕 제주까지 왔는데 일을 시작하지 말고 실컷 놀아볼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앞으로는 꾸준히 돈을 벌어서 차곡차곡 모아야지 하는 두 가지 생각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지금 다시 일을 시작하더라도 언제고 그만두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삶이 베이스라 그렇기도 하다. 왜냐하면 제주의 삶은 충분히 즐겁고 재밌지만 나에겐 딱 '긴 여행을 온 느낌'이기 때문이다.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인데, 내 인생 언제 또 이렇게 섬나라에 오래 살면서 놀 일이 있겠냐 싶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아이 없던 신혼시절에 남편과 미국에서 살았을 때, 그때만큼 내 인생이 자유롭고 즐거웠던 때가 있던가 싶을 정도로 신나게 놀았는데, 아이를 키우며 그때 그 시절이 너무 그립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니 다시 그 당시의 기억이 스멀스멀 생각나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그때의 나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진다. 별 걱정 없이 자유롭고 신났던, 하루하루에 충실하던 나로 말이다. 



어떤 선택을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결국은 미래를 위한 삶과 현실에 충실한 삶 중에 골라야겠지. 오늘도 여전히 고민 중이다. 흠...









사진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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