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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05. 2022

빵과 함께하는 주말



식빵을 사 왔다. 차를 타고 몇 번이나 지나가다 본 빵집이었는데, 우연히 그날은 걸어서 지나가게 돼서 꼭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왠지 제주에서만 있을 것 같은 향토 브랜드 느낌의 빵집이었다. 늘 지나치며 봐도 빵의 종류가 수십 개나 되었다. '빵의 종류가 많으니 당연히 사고 싶은 빵이 많겠군'이라고 생각하면서 빵집에 들어갔다. 빵 진열대에 빽빽하게 놓여있는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났다. 그런데! 이렇게나 다양한 빵이 존재하는데 나는 빵을 고를 수가 없었다. 배가 고프지 않았을까? 딱히 마음에 끌리는 빵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너무 종류가 많아서 도대체 무슨 빵을 사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었을까? 그렇게 빵가게를 돌며 한참을 고민했다. 





빵집에 진열되어 있던 빵들...





내가 주로 사는 빵은 낙엽 빵(소시지빵)인데 하필 그것도 남편이 먼저 골라버렸다. 할 수 없이 식빵을 골랐다. 아니... 그 많은 빵 중에 식빵이라니...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이지만 딱히 특유의 맛이 없는 빵을 고르다니! 나를 위한 빵은 아니었다. 그냥 언제든 두고 먹을 수 있는 빵이라, 집에 늘 구비해놓고 있는 것이라 구매한 것뿐이다. 그래도 '이 빵으로 다음에 맛있는 샌드위치를 해먹을 순 있겠군'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계산을 하고 매장 밖으로 나왔다. 나가는 길 다른 손님이 들어와서 '카스테라' 빵을 찾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이곳의 베스트는 카스테라 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는 되돌아 들어가서 카스테라를 사 올까 3초 정도 고민했으나 그냥 가던 길을 갔다. 



집에 와서 식빵을 한 장 꺼내 입에 물었다. 식빵에서는 당연히 식빵 맛이 난다. 식빵을 먹는데 남편이 옆에 앉아서 사온 다른 빵을 먹길래, 나도 낙엽 빵을 조금 달라고 해서 나눠먹었다. 역시 소시지빵은 이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늘 자리하고 있는 식빵이 떨어지면 불안한 느낌이다. 우리 종종 빵집에 들러 한 봉지 가득 들은 식빵을 사 와서 몇 장을 꺼내 먹고, 남은 것을 냉동실에 얼려두고 언제든 빵이 먹고 싶을 때나 아침밥 대신 가볍게 먹는다. 



서울에서 살 때는 식빵에 우유, 생크림 등등을 넣고 아주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구워놓았던 식빵 맛집이 있었는데, 그 식빵 위에는 버터 한 조각만 올려서 먹어도 정말 맛있었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그 식빵을 너무도 좋아하여 '죽은 빵도 살린다는' 미니 오븐을 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식빵은 정말, 정말 나의 최애 빵집이라 냉동실에서 떨어질 날이 없었다. 그런데 아직 제주에서는 그런 식빵을 못 만났다. 다행인 건 그래도 제주에 맛있는 빵집이 많다. 물론 오늘 들린 빵집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에 계란이 똑 떨어져서 계란 한 판을 사 왔다. 제주에 와서는 계란을 10구짜리 사던 것을 30구짜리로  사고 있다. 여기서도 마트에 자주 가기는 하지만 매일 소비하는 계란, 우유는 거의 집 필수품 느낌이라 그냥 넉넉하게 사다 놓는다. 오늘 아침 계란과 식빵이 만났다. 이런 날엔 무조건 계란 샌드위치다. 



계란 샌드위치는 너무도 쉬워서 아마 유치원생 우리 아이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물론 계란을 까는 작업만 조심한다면) 계란 4~5알을 냄비에 넣고 불을 올려놓고 샤워를 하러 갔다. 나는 샤워하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아 계란이 익어가는 시간과 비슷하게 맞는다. 샤워를 하고 스킨, 로션, 바디로션까지 바르고 나온다. 조금 오버 쿡 되었을 테지만 어차피 삶은 계란이니 잘 삶아졌겠지 생각하는 것이다. 삶은 계란을 건져 올려 차가운 물에 넣어준다. 그리고 차가운 물을 튼 상태에서 계란의 껍질을 깐다. 매끈매끈한 하얀 계란이 뿅 하고 튀어나온다. 계란을 그릇에 담아주고 으깬다. 그리고 이때 마요네즈를 가져와 쭈욱, 듬뿍, 살찌는 것 생각하지 않고 뿌려준다. 그리고 으깬 계란과 섞어준다. 후추나 소금 혹은 머스터드소스를 아주 조금 더해도 좋다. 



토스트 된 식빵 위에 으깬 계란을 넣고 덮으면 끝이다. 만드는 방법은 이토록 쉬운데 얼마나 맛있는지! 때론 식빵이 아니라 모닝빵에 해먹기도 하는데 이 또한 정말 맛있다. 계란 샌드위치를 먹을 때, 우유와 함께 먹거나 혹은 집에 샐러드가 있다면 그릇 옆에 추가하면 더욱 좋다. 금새 만드는 것에 비해 플레이팅만 잘해놓으면 꽤 수준 높은 브런치 느낌이 나기도 한다. 




계란 샌드위치 완성! 




주말 아침은 계란 샌드위치로 시작했다. 계란의 단백질과 우유의 풍부한 영양소, 그리고 샐러드의 비타민과 섬유질이 함께하니 든든한 느낌이다. 사실 어제저녁은 삼겹살을 구워 먹었고 엊그제는 삼계탕을 끓여먹었다. 지난 주말 저녁엔 김밥도 말았다. 정말 돼지런하게 살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제주에 와서 장금이로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랄까? 오늘 저녁은 무얼 해 먹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며 저녁을 고민한다. 사실 요리 하는 것은 정말 싫은데 매일 먹고사는 일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리와 손이 열심히 움직인다. 그리고 늘 이렇게 불평하지만 생각보다 매일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낸다. 후훗 참 재밌는 결과다. 어쩌면 이렇게 현실에 꽤나 순응적인 사람인지도 모른다. 





계란 샌드위치 만들기


1. 계란 4~5알 삶기
2. 계란 껍데기 까서 으깨기
3. 마요네즈 듬뿍 뿌리기 혹은 소금, 후추, 머스터드 추가
4. 구운 식빵 사이에 으깬 계란 넣어주기



너무 쉽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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