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ir Jan 29. 2022

오늘의 운세는?



오늘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오늘의 운세'라는 페이지를 클릭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점을 보던지, 운세를 확인해 보던지 하던 것을 전혀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우리 '오늘의 운세'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최근에 우리가 두세 달 동안 쏟아부었던 일의 결과가 수포로 돌아간 사건이 있었다. 아마도 제주도에 온 때부터 시작해온 일이었는데 결론은 최악으로 끝이 났다. 너무 기대한 바가 컸기 때문에 상심이 컸다. 물론 나 말고 남편에게 생긴 일이었지만, 종일 함께하는 남편의 일은 곧 나의 일이었기 때문에 우린 한참을 시름에 잠겨서 지냈다.



새해가 되어 희망찬 꿈만 꾸어도 시원찮을 판에 구정물에 몸을 담근 기분을 누가 알까. 물론 우린 제주에 있어서 아무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알 수는 없었기에(알릴 생각도 없었지만) 우리 둘은 밤마다 울어가며(마음속으로) 아니 종일 울며 쓰린 속과 마음을 달랬다.



얼마 전 제주집에 아버님이 다녀가셨다. 평소에 맥주와 와인도 아주 소량 마시는 우리는, 부모님들이 방문하실 때만 소주를 마신다. 소주는 우리에게 너무도 독하고 진한 어른의 술이기 때문에 평소엔 전혀 마시지 않는다. 나는 남편과 십 년이라는 시간을 알았는데, 그렇게 소주를 많이 마시는 모습을 그날 처음 보았다. 남편이 애주가인 아버님보다 훨씬 소주를 많이, 빨리 마시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혼자서 참고 견뎌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 소주로 샤워하고(?) 빨리 잊어버려'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이 우리에게 생긴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로 미국에서 지내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야 했던 적도 있었고,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아주 평화스럽게만 살고 있어 보이는 우리에게 이런 일은 몇 번이고 일어났었다. 오히려 꾸준히(?) 생겼던 일이라 나는 이제 이렇게 사는 일상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조금 담담해졌다고 할까? 이는 결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사건이 생기는 것이 결코 반갑다는 것은 아니다. 절대로.














오늘의 운세 일부분  





그렇게 지내던 날 중에 '오늘의 운세'를 발견해 읽어보게 되었다. 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싶었을까? 우리의 운세는 이러했다.



오늘의 운세


남편의 운세 : 남에게 위임하면 길하겠습니다.
나의 운세 : 기다리는 사람은 늦어지겠지만 오기는 옵니다



이 운세에 따르면 남편의 이번 행운은 다른 사람에게  위임된 것 같다. 얼굴 바로 앞에까지 왔던 행운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순간 엄청 좌절했지만 저 운세에 따르면 우리는 길할 것이다. '정말?!!!' 갑자기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흥분되며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쓰린 가슴에 연고라도 조금 바른 기분이랄까? 



나의 운세에 따르면 기다리는 행운은 늦게 오긴 하겠지만 결국 온다는 의미 같다. 요즘의 나는 '조금씩 변해보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아마도 기다림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끝내 오긴 올 테니 '열심히' '꾸준히' '잘' 기다린다면 좋은 결과는 '언젠가' '꼭' 우리에게 올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갑자기 엄청나게 긍정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다. 지난해까지만 부정 대마왕이었던 나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이다. 뜻하지 않는 아픔들은 나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새해벽두부터 너무 크게 아팠지만, 내가 이렇게 아프고, 슬프고, 화내고, 짜증내고, 소리 지른다고 될 일이 더 잘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이제 나는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 우리의 삶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 내가 할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하면서 그저 차분히 기다리는 일뿐이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우리에게 다시 다가올 좋은 날을 생각한다.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오늘의 운세 출처 : 카카오 페이지 

작가의 이전글 공모주로 첫 수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