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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12. 2022

호호호 호빵

남편이 외출했다가 세일하는 호빵이 있다며 사 왔다. 요즘 호빵의 가격이 비싸져서 세일을 하지 않으면 선뜻 사지 않게 된다. 매번 세일은 팥이 들어있는 호빵이 주를 이루는데,  나는 팥이 들어있는 호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외면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남편이 세일한다고 사온 호빵이 바로 '피자 호빵'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호빵에는 역시 팥이 들어있어야 제맛이라고 말하던데 내 생각은 다르다. 개인 취향 1순위는 야채 호빵이고 2순위는 피자 호빵이다. 팥 호빵이나 고구마 호빵이라던지의 신제품은 그냥 나에겐 모두 3순위일뿐이다. 




나에겐 호빵을 먹으면 꼭 생각나는 때가 있다. 대학생 때 편의점 알바를 했을 적의 기억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호빵 신제품이 마구 쏟아져 나왔을 때가 아니었다. 겨우 팥 호빵과 야채 호빵을 팔고 있었다. 그러니까 20대 초반의 혈기 넘치는 젊은이였던 나는 야간 알바를 주로 했다. 그런데 사장은 무슨 생각으로 작고 어린 여자 대학생을 야간 알바를 고용했고, 나는 무슨 패기로 그 야밤에 일을 했던 것일까. 다행히도 주말 알바였다. 야간 알바를 꽤나 오랫동안 했었는데 그렇다고 주간 알바랑 아르바이트 비용이 차이도 안나는 시절이었다. 고작 1시간 2500원이었던 시절. 아무튼 그때 편의점 알바를 하며 제일 좋았던 것은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왜냐 유통기한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야간 알바로 출근하자마자 삼각김밥과 샌드위치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재고정리를 하며 그것들을 열심히 먹으며 알바를 했었다. 그러나 처음엔 정말 맛있던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도 시간이 지나자 물리기 시작했다. 




그때 눈에 띈 것이 호빵이었다. 그런데 호빵은 좀처럼 먹을 기회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편의점에 있던 따뜻하게 돌아가는 호빵 기계 속에 들어있는 호빵은 거의 괴물 수준의 모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따뜻한 호빵 기계 안에서 오래 방치되면 호빵의 겉껍질은 흐물흐물 거리며 퍼지고야 만다. 그래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형태로 바뀐다. 과연 그 장면을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것은 마치 뜨거운 온돌에 치즈가 녹아가는 과정과도 같을 것이다. 물론 치즈보다야 한 며칠이나 그 호빵 찜기 속에 있어야 그렇게 되지만... 아무튼 나는 종종 그렇게 변해버린 호빵을 새것으로 교환해 놓고는 했는데, 세상에 호빵이 주말 내내 한 번도 팔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 편의점은 호빵이 거의 팔리지 않는 매장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변해버린 호빵은 아무리 공짜라도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호빵을 보면 그 편의점에서 봤던 흐물 해져서 다 녹아내린 그 호빵들이 생각난다. 호빵의 가장 처참한 모습. 









피자 호빵




방금 피자 호빵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이게 가장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무튼 따끈하게 데워진 호빵을 바라보다가 피자호빵의 색이 주황색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왜 피자호빵은 주황색일까. 그렇다면 왜 야채호빵은 초록색이 아닌 걸까? 그리고 누가 처음에 호빵에 팥 말고 야채와 피자 토핑을 넣을 생각을 한 건지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피자 호빵 정말 맛있네.  



요새 나오는 호빵을 보면 트렌트가 보인다. 그 트렌드를 알기 위해 호빵의 종류를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것은 겨우 고구마 호빵 정도였는데 요새 나온 호빵엔 허쉬 민트 초코 호빵이 있었다. 깜짝 놀랐다. 미안하지만 나는 민초단이 아니라 이것은 나에게 혁명과도 같았다. 그것 외에 이천쌀, 공주밤 호빵 이 정도는 그래도 무난한 맛이겠다. 그리고 핫치킨 호빵, 그리고 한참 유행이었던 로제 맛이 들어있는 로제 호빵까지!!! 참 다양한 맛이 출시되고 있었다.  





엄청난 호빵의 종류 




이 중에 내가 먹어본 것은 겨우 4종류의 호빵이다. 팥, 야채, 피자, 고구마가 전부라니!!! 너무 뻔한 맛을 먹어봤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쉬 민트 초코 호빵은 내 취향은 절대 아니라 언제라도 먹어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호빵이고, 나는 매운맛을 좋아하니 배홍동 호빵이나 로제 호빵이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호빵을 낱개로 포장해서 하나씩 팔면 좋으련만 네 개들이를 사서 먹을 자신은 또 없다. (호빵이 생각보다 유통기한이 짧다.) 말이 나온 김에 호빵 회사에 전화해서 낱개 호빵 출시를 강력하게 주장해보고 싶기도 하다. (역시 이것도 생각만 하는 중이다.후훗)  



호빵은 찬바람이 불면 꼭 생각난다. 따뜻하게 데워서 호호~ 불어 한 입씩 먹는 그 맛! 올해도 팥, 야채, 피자 골고루 먹어봤다. 역시 겨울은 살찌는 계절. 앞으로도 열심히 먹고 건강하게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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