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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16. 2022

주고받는 마음

친구가 곧 학원을 오픈한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친구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당연히 개업선물로는 '화분'이지 하며 검색을 했다. 또 개업화분이라 함은 당연히 재물, 성공, 행운, 번영의 뜻을 가진 '금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선물하는 개업화분의 종류에는 스투키, 고무나무, 녹보수, 아레카야자, 행운목, 몬스테라 등등으로 다양했다. 화분의 종류는 물론 그 사이즈 또한 소, 중, 대로 나눠졌고 심지어 화분의 모양이 동그란지, 네모난지 거기에 흰색인지, 회색인지 각각 달랐다. 거기에 개업 축하선물이니 위에 써넣을 리본 문구까지 고민했더니 갑자기 머리가 너무 복잡해졌다. 



문득 화분 말고 다른 개업선물이 있을까? 하고 검색창에 '개업 축하선물'이라고 검색을 했더니 어마어마한 양의 다양한 선물이 쏟아졌다. 커피머신부터 시작해서 커피머신에 넣을 캡슐, 그리고 디퓨저, 손 세정제는 기본에다가 역시 현금! 그리고  벽시계 같은 다양한 선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검색을 한 시간 정도 하다가, 이처럼 방대한 양의 선물 정보에 나는 너무 놀라 과부하가 걸려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생일 내가 받았던 선물이 떠올랐다. 나름의 다양한 선물을 받았다. 생일이니 역시 케이크는 기본에다가 립밤. 립스틱, 차, 바디용품, 핸드크림, 손세정제, 디퓨저 등등...  나는 친구가 별로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분에 넘치는 선물을 받았다. 생일 즈음에 집으로 연이어 날아오는 택배에 행복했다.  그렇게 받은 선물을 하나씩 뜯어보다가 '선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받은 선물 중에 의외로 나의 취향이었던 것은 '차(tea이다. car이라고 쓰면 놀랄까 봐)' 선물과 '과일'선물이 이었다.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매번 새로운 차를 사는 것은 부담되었는데 새로운 맛과 향의 티백을 선물 받았더니 정말 좋았다. 선물 받은 차를 마실 때마다 차를 보내준 친구 생각이 나서 더 행복했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친구가 과일 선물을 보내줬는데, 처음에는 웬 과일?!! 그렇게 생각했는데 매번 마트에 가서 꼭 사는 것이 과일인데, 또 고급 과일은 사 먹기가 부담되었는데 이렇게 선물로 받고 나니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내가 선물 받고도 아까워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특히 값비싼 바디용품을 선물 받았을 때 였다.  바디에 바르는 용품은 듬뿍듬뿍 아낌없이 바르는 편인데, 비싸지만 적은 용량의 바디용품은 금세 발라버리고 말 테니 어쩌지... 고민했다. 나도 이럴 때 비싼 것 좀 써보자 하는 마음으로 바로 사용해버렸으면 되었을 텐데 아까워서 두고두고 바라만 보다가 똥이 될뻔했다.  그리고 이번에 받은 비싼 손세정제. 요즘 매일 최고 10번 이상 쓰는 손 세정제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나에겐 그냥 손 닦는 제품은 아이ㄲㄲㅎ 정도면 충분하다고나 할까. 왜 손세정제가 이렇게 비싼 제품이 필요할까 싶은 나는 이것들을 아까워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잠자코 생각해보다가, 한편으로는 또 이것들은 내가 갖고 싶다 하더라도 비싸서 평생 절대 사지 않을 품목이니까 어쩌면 굉장히 마음에 드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선물들을 받고 곰곰이 혼자 생각을 해봤는데 보통 자신이 갖고 싶어 하는 그러나 자기가 사서 쓰기 아까울 것 같은 물건을 선물로 주는 것 같다. 보통의 나는 '그 사람이 필요한 것'을 선물 1순위로 생각하는데 결국 받는 사람에겐 그 선물은 '주는 사람이 본래 갖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쉽게 말해 이거 네가 갖고 싶은 거지?!!!) 



이번에 선물 받은 고급 바디 오일을 어떻게 쓸지 지켜보다가 작년에 이어 올해 바디제품 관련 선물을 보낸 내 친구는 분명 '바디용품' 마니아다. 그리고 그는 분명 그 제품들을 이미 열심히 써본 후 그것을 전파하기 위해 선물한 것일 테다. 친구는 분명 워킹맘인데 생각보다 마음의 여유가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샤워는 물론 화장까지 초고속으로 해치우는 것이 습관이 되버린 터라, 샤워를 하며 몸에 뭘 자꾸 바르고 자시고 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중이다. 




내 수준엔 최고급 바디로션 




그리고 이번에 고급 손세정제를 보낸 친구를 떠올려봤더니! 재작년엔 마침 똑 떨어져버린 페이스 오일을 선물로 줘서 깜짝 놀랐는데 올해는 값비싼 손세정제를 보내줬다. 처음에 선물을 받고 이 비싼 손세정제로 손을 닦으라는 거야 몸을 닦으라는 거야...? 왜 손을 닦는데 이렇게 비싼 손세정제를 써야 하는 걸까 이 가격이면 자동 손세정기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깨달은 것은 사실 그는 이 손세정제가 써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역시 아줌마인 우리가 이 손 세정제를 직접, 왠지 본인이 스스로 사서 쓰기엔 비싼 제품이니 선물로 나에게 보내보지 않았을까?라는 깨우침을 얻고 말았다. 



선물을 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고르지만, 받는 사람이 맘에 들지 안 들지는 '정말 모르겠다'  특히 나같이 이런 센스가 없는 사람은 꼭 애매한 선물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올해 선택한 선물은 '귤'이다. 다행히도 제주 오면서 귤 시즌이 시작되어 한라봉, 레드향, 황금향 등등 골고루 보내봤다. 다들 너무하게도 맛있다는 연락은 전혀 없던 것을 보면 어쩌면 내가 보낸 과일들이 맛이 없었을 수도 있었겠다. 혹은 '지가 제주도에 살면 사는 거지 왜 선물까지 귤을 보내고 난리야' 하는 마음일까? ㅎㅎㅎ



센스 있는 선물을 고르는 방법. 여전히 정말 모르겠다. 아마 내가 개업 축하선물로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것을 친구가 알아주기라도 한다면, 내가 보낸 선물을 받고 '그것이 무엇이 되든' 제발 기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으로 나도 바디 오일과 손 세정제를 아주 기쁜 마음으로 써볼까 한다. 내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값비싼 선물. 어쨌든 그들이 매년 내 생일을 잊지 않은 게 어디야~ 그 마음으로 충분하다. 





메인 사진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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