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비행기를 타고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서울로 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랬더니 주말과 다름없는 설날 연휴이다. 아이의 늦은 점심을 챙겨 먹이는 중이었다. 어느 순간 창가를 보니 아기 고양이가 찾아와 얌전히 앉아 있다. "엄마 아기 고양이가 왔어요! 빨리 먹이 주세요!" 우리는 서둘러 먹이를 가져다줬다. 먹이를 주러 밖으로 나가니 멀찌감치 도망간다. 우리는 먹이 그릇을 내려놓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모르는 척 다른 할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고양이가 먹이로 다가가 먹기 시작한다. (먹이를 주고 자꾸 쳐다봤더니 먹이를 먹으러 가까이 오지 않아서 먹이를 주고 난 후엔 잠시 모르는 척한다.) 고양이도 처음엔 먹이를 입으로 물고 가서 저쪽으로 가서 먹고 오더니 며칠이 지난 후부터는 우리가 해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그냥 그 먹이가 있는 자리에서 먹는다.
이미 여유로운 설날 연휴의 오후인데 방금 아기 고양이가 찾아와 더욱 평화로워졌다. 금세 먹이를 다 먹은 아기 고양이는 우리 창문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아마 먹이를 더 달라는 모습이다. 이 아기 고양이가 찾아온 것은 며칠이 채 되지 않았다. 아주 작고 마른 아기 고양이가 안쓰러워 며칠 먹이를 챙겨주었더니 이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 집을 찾아온다. 아기 고양이를 처음 본 순간 '엄마는 어디 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글을 쓰다가 생각해보니 우리 집 고양이랑 너무도 닮은 게 혹시 우리 집 고양이 아기일까 싶기도 하다.
요즘 우리 집 고양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왠지 심통난 얼굴의, 매서운 눈을 가진 우리 집 고양이.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살고 있던 아이라 내가 많이 반가워해줬는데 요즘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대신 요즘 엄청 커다랗고 퉁퉁한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한지 며칠이 지났다. 커다란 몸집과 맞지 않게 굉장히 소심한 그 고양이는 볼 때마다 왜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다. 며칠 그 새로운 고양이가 오더니 아기 고양이가 찾아온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도 엄청나게 많은 고양이들이 드나들었다)
아기 고양이는 조금 달랐다. 사실 다른 고양이들은 우리 집 창가를 스쳐 지나가는 일이 많다. 그것을 내가 발견하는 날도 있고 때론 알아채지 못하는 날이 더 많다. 이처럼 우린 서로가 아주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데, 아기 고양이는 처음 우리 집으로 온 날부터 '야옹야옹' 울으며 우리에게 밥을 달라 아우성쳤다. 아주 작고 귀여운 고양이가 엄마도 없이 다니는 것이 왠지 안쓰러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자주, 아니 매일 찾아온다. 지금 창밖을 보니 금세 먹이를 다 먹고 우리 집 창가 앞에 앉아 눈을 감고 햇빛을 쬐고 있다. '아! 정말 평온해 보여'
어젯밤 가족영화-기적을 보았는데 너무나 슬퍼서 울면서 영화를 보았다. 그래도 그 마지막은 훈훈한 마무리여서 나의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따뜻해졌다. 이렇게 부드러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나의 마음은 포근해져 버린다. 그런데 요즘은 워낙에 무섭고 잔인한 영화가 인기이긴 하다. 나도 때론 주목받는 그런 영화를 보곤 하는데, 그런 날의 나의 마음은 누군가 찾아와 아주 날카로운 손톱으로 할퀴고 간 느낌을 받는다. 왠지 나조차 곧 폭력적으로 변해버릴 것 같은 좋지 않은 예감. 그런 날은 자꾸만 자다가 악몽을 꾼다.
따뜻한 햇살 아래 먹이를 먹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바라보는 일은 마치 잔잔한 감동을 주는 가족영화 한 편 보는 기분이 든다. 아기 고양이가 찾아올 테면, 특히 이렇게 반갑게 자꾸만 우리를 자꾸만 찾아오는 고양이를 볼 때면,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아이를 보고 있자면 나의 마음은 말랑말랑해진다.
고양이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아이와 함께 그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한결 포근해진 날씨의 설날 연휴, 아이와 함께 창가에 가까이 앉아 고양이를 지켜보는 일은 우리를 얼마나 평화롭게 만들어주는지 모른다. 아이가 유치원에 간 사이 고양이가 찾아오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아이와 함께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좋다. 그동안 도시에서는 동물원이 아니면 동물을 만나기 어려웠던 아이가, 여기에서는 고양이를 매일 만난다. 비록 우리가 고양이를 직접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함께 어우러져 살고있다. 아이가 이런 순간들을 통해 얻은 따뜻한 마음을 잘 간직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우리 집 고양이는 어디로 갔나? 여전히 나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