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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섭 Oct 22. 2023

도시재생

조광래라는 기준



야구와 축구의 자리바꿈



 "삼성라이온즈가 옮겨가고 나서 주변 상권이 다 죽었었는데, 축구단이 온다니 기대가 큽니다"


 새 야구장(라이온즈 파크) 건설로 대구가 떠들썩할 때 대구시는 남모를 고민을 안고 있었다. 연간 50만 명이 찾는 프로야구경기장이 시 외곽으로 이동하며 생긴 공백을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일대의 상주인구가 감소해 도심의 활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 뻔하다는 것이 대구시의 고민이었다. 고심하는 권영진 대구 시장에게 한 축구인이 축구전용구장 건설을 제안했다. 조광래 대표이사였다. 야구의 공백을 축구로 메운다는 것이었다.


 축구팬이 몰리고 주변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그의 말을 조광래 대표이사 자신 빼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는 야구도시였다. 이만수, 이승엽, 양준혁, 오승환이라는 굵직한 이름들을 연호하며 낮과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주위에 참 많았다. 서울에서 만난 사람 대부분이 대구에서 왔다고 하면 삼성 라이온즈 이야기를 먼저 꺼냈던 기억도 난다. '야구 대신 축구라고? 말이 돼?'라는 여론은 차치하고라도 시청과 시의회 설득은 꼭 필요했다. "시 의회에서 설득을 하는데, 권 시장님께서 여기 조사장님보다 축구 전문가가 어디 있습니까 하시며 축구 전용구장 건립은 조사장님께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고 하셨지"라며 회상하시는데, 사장님의 외로운 싸움을 안 봤어도 왠지 상상이 됐다.



출처 - 서호정 기자 네이버 포스트



 축구전용구장 건립은 그렇게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희망이 생겼다. K리그 내 이런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의지를 가진 사람을 대구FC가 언제 가져 볼 것인가? 도시재생의 거점이 필요한 대구의 상황을 정확하게 읽고 그 타이밍에 한국 시장에 딱 맞는 크기의 축구전용구장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 있는 수장. 다들 안 될 거라 했기에 오히려 더 의욕을 내는 사람. 조광래는 그런 사람이었다.



 조광래라는 기준



 사장님이 그 공백 우리가 메워 볼 거라고 선언했으니. 우리에게 물러서는 선택지는 없었다. 축구전용구장은 이래저래 대구FC의 운명을 건 딱 한 번의 승부였으니까. 대구FC를 둘러싼 상황도 내부의 변화를 요구했다. 대구FC는 2부 리그인 K리그 2(당시 K리그 챌린지)에 머무르다 내가 입사한 해인 2017년에 1부리그인 K리그 1(당시 K리그 클래식)으로 돌아왔다. 1부 리그에서의 새로운 시작뿐 아니라 앞으로 축구전용구장 개장(2019년)과 클럽하우스 준공(2019년)과 같은 호재가 예정돼 있기도 했다.


 뭔가를 바꿔보자는 분위기는 구단 내외부에 넘쳐났지만, 일의 진행은 소극적이며 소모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축구전용구장이라는 천재일우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로 단디하자는 사장님의 말이 계속 생각났다. 조광래라는 인물은 늘 더 높은 수준을 원하는 사람이었다.


 안양LG에 부임해 1년간 팀 체질 개선 끝에 9년 만의 K리그 우승을 팀에 안겼다. 재정이 열악한 도민구단 경남FC에서는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이른바 '조광래 유치원' 전략으로 FA컵 우승과 K리그 중간 순위 1위를 기록하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했다. 시민구단 대구FC에서는 축구 경영자로 새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상이 내가 구단에 합류하기 전 언론과 기록으로 접한 조광래라는 인물이었다. 이렇듯 다양한 영역에서 성공을 경험한 그는 무슨 일이든 기준이 높았다.


 내가 그에게 제시할 모든 기획도 그 기준을 통과해야 진행될 수 있었다. 그것은 언제나 내게 넘기 힘든 벽처럼 느껴졌다. 가장 든든한 사람인 동시에 가장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와 같은 공간에서 축구를 위해 뛰고 있다는 사실이 기획자로서의 의욕을 고취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압박감도 줬다. 사장님께서 그런 내 고민을 아셨던지 종종 나를 불러 이야기해 주셨다.


 "요즘 니 뭐 한다고 집에 안 가고 그래 남아있노. 이 자슥아. 어려운 거 없제? 어려워도 좀 버티는 게 필요하데이. 힘들 때가 승부다. 홍섭아."


 그렇게 따로 불러 가스라이팅(?)해 주실 때마다,


  '사장님이 절 힘들게 하시는데요... 제 모든 승부의 순간에 사장님이 계십니다...'


 라고 하려다 '힘들 때가 승부지. 그래. 이번 고비만 넘기자'는 마음으로 7년을 일했다. 첫 고비는 리브랜딩 P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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