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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기영 Nov 17. 2023

18. 사람에 대한 작은 생각

일상에서 떠올린 단상

사람.


'1.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3.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 등을 갖춘 이' 우연히 들여다본 사람의 사전적 의미이다. 사전적 의미만 들여다보면, '사람이라면 응당 생각하고, 언어와 도구를 쓰겠지만 사회를 이루지 않고, 자격이나 품격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자연인으로서의 개인과 사회인으로서 조직에 속한 개인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일개 개인은 욕구에 따라, 내재된 양심에 따라 살아가면 되겠지만, 조직에 속하여 사회의 일원이 되면 소속된 조직의 규범에 맞출 것을, 조직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을  요구받는다. 사람은 가정, 학교, 직장, 국가라는 사회에 속하게 되고, 그곳에서 요구하는 자격과 품격을 갖춰나가게 된다. 그렇게 사전적 의미의 사람이 완성된다.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돼" 두 손을 번쩍 들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엄마의 불호령을 듣는다. 나란히 앉아 같이 벌을 받고 있는 동생들 때문에 혼난 것 같아 분한 마음에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낀다. 가정을 떠나기 전까지 부모님과, 형제자매들과 수없이 부대끼며 살아간다. 사회적인 동물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교육이 부모님의 훈육과 형제자매들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뜨거운 햇빛이 작열하는 학교 운동장. 교장선생님의 기나긴 훈화말씀이 마이크를 통해 웅웅 거리며 들려왔다. 열중쉬어 자세로 서있던 학생 중 한 명이 풀썩 쓰러다. 그래도 아침 조회는 계속된다. 그때의 긴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학교생활을 잘해야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교의 명예를 드높야 한다는 등의 내용 아니었을까.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만이 아닌 조직에서 살아갈 때의 행동규범, 조직의 명예를 위한 희생들을 배운다.


옆자리에 앉은 직장선배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다 한마디 한다. "와이셔츠는 하얀색만 입도록 해" 젊은 나이에 마음에 드는 하늘색 와이셔츠를 받쳐 입고 출근한 날. 아침부터 기분 나쁜 간섭을 받았다. 출근 후 아침 회의. "우리 실적이 너무 저조해. 해결방안을 한번 이야기해 보자고" 상사의 고뇌에 찬 일갈에 회의 분위기는 얼어붙고, 사방이 조용해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까 봐 감히 침을 삼키지 못한다. 선배의 말을 듣지 않으면 조직의 암묵적인 규범을 지키지 않는 이단아가 될 수 다. 직장의 각 소조직마다 목표가 주어지고 달성여부를 수시로 체크하며 목표달성률에 따라 급여 달라진다.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고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상사와의 관계형성에 목매어야 하고, 열심히 일해 성과 올려야 한다.


되짚어 보니, 나도 사람인지라 인간의 기본 욕구대로 살 수 있는 유아기를 제외하곤 평생을 사회생활을 해왔다. 사람에게 사회생활이란 기본적인 욕구이기도 하고, 맹수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고 수렵 및 채취를 통해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었을 거다. 현대사회에서는 고대로부터 계속되어 오는 사회생활의 압력을 버텨내기 위해 오히려 '홀로 됨'을 즐기며 갈구하는 현상이 생겨나는 것 같다.


'사람'이란 오묘한 동물이다. 사회를 이루어 생존에 성공하고 현대의 풍성한 발전을 이루어냈으나, 이제는 오히려 '홀로 됨'을 원하고 즐기니 말이다. 이러한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사회생활의 규범과 목표를 '사람'답게 설정하고 추구함으로써 사회생활이 힘들고 해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하고 싶은 것으로 변모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순간들이 서로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직의 관리자로 부임할 때의 단골 멘트였다. 나 나름대로 소조직의  규범과 목표를 '사람'답게 변화시켜 보려고 노력다. 그러한 노력이 세상의 변화에 일조하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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