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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의 휴가

by oj

예전부터 7말8초를 지나서 8월15일 이후에 휴가를 잡았었다. 가장 더울 때도 , 사람이 붐빌 때도 피하면 한층 한가하고 여유로운 휴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에도 8월 말에 늦은 휴가를 다녀왔다. 친구들과 속초 2박3일 여행, 남편과 평창 1박2일 여행을 다녀오니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친구들과는 처음으로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간 속초여행은 우려와 달리 주차 걱정 안 하고, 택시를 불러서 어디든 다니니 아주 편했다. 속초가 크지 않아서 택시 비용도 크게 들지 않았다.


가장 좋았던 몇 가지는 먼저 비멍이었다. 휴가 때 비를 만나면 휴가를 망친다고 했는데 조식 후 아침에 온 비에 우린 비멍을 하면서 제대로 비를 즐겼다. 바다 경관을 바라보며 한참을 야외 테라스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좋다는 친구들이 그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왔는지 느껴졌다. 습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원한 빗줄기는 오히려 더위를 식혀주었다.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서 한가로움을 즐기며 마음까지 맑게 씻어준 비였다.


두 번째는 울산 바위가 보이는 수영장과 카페였다. 루프탑 수영장의 물이 따뜻해서 비를 맞고 수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사람이 없어 한산하고 좋았다. 잠시 후에 그친 비는 멋진 하늘 경관을 선사했다. 조금 흐리긴 했지만 울산바위가 보이는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기분은 최고였다. 울산바위가 보이는 곳이면 어디든 멋진 카페가 즐비했다. 바다 뷰에 산뷰까지 속초에는 어디든 맘에 드는 카페가 많았다.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외옹치 바다 둘레길에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기분도 상쾌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보니 가슴이 뻥 뚫렸다. 외옹치 둘레길 끝쪽에 새로 지은 호텔이 있어 잠시 더워를 식힌 일과 뮤지엄 엑스라는 곳에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색다른 체험도 의외의 즐거움이었다.


속초에서 먹은 음식마다 일품이었다. 물회에 오징어 순대, 갯배를 타고 들어간 아바이 마을의 생선구이와 아바이 순대, 중앙 시장의 옹심이와 고소한 감자전, 저녁으로 일식, 오는 날 화덕 피자와 파스타까지 모두 맛집을 찾아다니며 일품 요리를 맛보았다.


2박 3일 일정은 다들 열심히 살아온 일상을 벗어난 만족한 보상이었고, 쉼의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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