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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선교 여행

by oj

우리 교회에선 1년에 한 번씩 해외 선교와 국내 선교를 교차로 진행하고 있다. 작년엔 캄보디아 해외 선교 일정을 마치고, 올해는 제주의 작은 미자립 교회 선교 일정이 잡혔다. 5년 전에 필리핀 톤도 쓰레기 마을로 일주일 선교를 다녀온 뒤 국내 선교는 처음이었다. 3박4일 일정을 보내며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이었다.


6시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준비하고, 도착해서 22명이 모여 함께 한 일정은 의미가 있었다. 첫날은 귀덕2리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 잔치를 위해 마을회관에 모여서 준비해온 재료부터 다듬었다. 80명 정도의 음식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잡채, 보쌈, 겉절이, 오징어초무침, 샐러드, 무쌈에 전, 과일까지 몇 가지 음식의 재료들을 다듬어서 씻고 썰어둔 시간만 해도 5시간 이상이 걸렸다.


다들 기진맥진한 채로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새벽 6시부터 모여서 음식을 하는데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열여섯 분의 권사님들과 두 분의 부목사님, 두 분의 장로님, 두 분의 집사님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빠른 손놀림과 음식 솜씨에 또 한번 놀랐다. 다행인 건 마을회관 주방 시설이 넓어 일하기 편했다. 11시부터 어르신들이 모이시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바빠졌다. 반갑게 맞아드리고 접시에 담아 랩을 씌워 셋팅을 다 해두고 나니 드디어 행사가 진행되었다.


선교지의 목사님이 오셔서 간단한 말씀 전달과 인사, 소개에 이어 준비해온 단체 특송, 그동안 나를 포함해 몇 분이 연습한 오카리나 연주와 판소리하시는 집사님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기꺼이 섬기러 와주신 두 분의 판소리 대가들이 한복을 입고 공연이 이어지자 무표정했던 어르신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제주도 특성상 배타적인 사람들이 많고, 감정표현도 없으시다는데 정말 그랬다. 40명의 어르신이 입을 꽉 다문채 무표정하게 앉아계셨는데 판소리 공연으로 흥을 돋구자 그제서야 박수를 치며 호응을 해주셨다.


곧이어 한상 음식을 차려드리니 맛있게 식사를 하시면서 감동 받으셨다고 했다. 남은 음식을 도시락에 정갈하게 포장해서 드리고 수건과 파스를 선물로 드리면서 다시 복음을 전했다. 연로하신 분들이 이제 얼마 남지 않는 황혼길에 구원 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말이다. 식사와 다과, 커피까지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다들 돌아가신 뒤에 우리팀 식사자리를 가졌다. 우리가 만들었지만 정성껏 맛있게 만든 음식에 눈도 입도 마음도 즐거웠다. 뒷정리도 많고, 짐정리가 끝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벅찼다.


저녁 일정은 섬기러 온 교회의 주일학교 아이들과 학부모 초청 저녁이었다. 야외에서 진행된 행사의 저녁 메뉴는 스테이크였다. 연하고 부드러운 스테이크 고기에 밑간으로 재워놓고 테이블이 채워지자, 숯불에 구운 고기에 사과와 양파로 만든 소스, 마늘을 올려 보기좋게 접시에 담아 드렸다. 낮에 해둔 음식까지 함께 셋팅해서 가족 단위로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PPT를 띄워 복음을 전하고, 주일학교 아이들의 태권무와 공연이 이어졌다. 작은 교회에서 잘 교육 받은 귀한 아이들의 모습에 뭉클했다. 어르신들 잔치에 이어 아이들 가족 잔치까지 완벽했다. 40여 명이 온 듯했다. 준비한 과일 바구니를 선물로 드리자 다들 기뻐했다. 뒷정리를 끝으로 이틀 일정을 잘 마치고, 펜션에 돌아와선 뒷정리로 기진맥진해도 마음만은 충분히 기뻤다.


다음 날 일정은 교회 탐방으로 제주 최초 목사님이신 이기풍 목사 기념관이 있는 모슬포 교회와 현무암으로 지어진 강병대 교회를 탐방했다. 모슬포 교회는 100년 된 교회로 선교사님께서 지으시고 이기풍 목사님이 사역하면서 제주에 많은 교회를 설립하셨다. 강병대 교회 역시 100년 된 교회로 지금은 공군과 해병이 30명 가까이 함께 예배드리는 군인교회여서 주일 식사 대접 비용을 찬조했다. 이후 산방산이 보이는 멋진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오후엔 족욕 카페에 갔다. 이틀동안 종종거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더니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았는데 뜨거운 물에 입욕제를 넣고 발을 풀어주니 피로가 풀렸다. 갈치 구이와 조림으로 직접 해주신 저녁을 맛있게 먹고 저녁에 섬기러 간 교회의 수요 예배를 드림으로써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번 선교를 통해 아직도 어려운 미자립 교회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교인 7명과 함께 예배드리면서 배타적인 제주도민들의 복음 사역은 쉽지 않아보였다. 이제 노령사회로 어르신들은 많고 아이들은 적은 지금은 그 어려움이 더하다. 또한 함께 한 사람들과 서로 돕고 배려하면서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3일 같이 먹고, 자면서 함께 한 시간으로 더 친밀해졌다. 교회 이전과 복음의 열매란 기도제목을 숙제를 안고 왔다. 선교는 끝났지만 복음의 열매는 이제 시작이다.


힘든 일을 잘 끝냈다는 안도감과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감사함은 모두의 가슴을' 벅차게 했고,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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