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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보내며...

by oj


두 며느리들을 맞은 뒤에 맞는 첫 명절이다. 시댁과 친정 식구 모두 대식구 가족에 이제 새식구까지 늘어 그야말로 명절이 더 북적거렸다.


시골에 사시던 어머님이 일산으로 오신지 5년이 되면서 귀경길 스트레스가 해소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가까운 곳에 계시니 언제든 갈 수 있어 마음 편해졌고 시간까지 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댁 사형제, 친정 오남매에 아이들이 모두 모이면 그야말로 20명이 족히 넘는 대식구의 음식 준비와 뒷치닥거리는 만만치 않다.


이번 명절은 연휴가 길어서 일단 토요일에 친정 모임부터 가졌다. 저녁 식사 준비로 엄마를 모시고 있는 동생은 보쌈을, 나는 잡채와 동그랑땡을, 언니들은 회와 해물찜을 준비해서 한 상을 차렸다. 동생네 가족은 6식구라서 10인용 큰 테이블이 늘 한몫한다. 테이블엔 아이들 12명 음식을 차리고, 거실에 놓여진 좌식 상에는 10명의 음식을 차렸다. 밥공기, 국그릇, 앞접시 등은 일회용으로 썼어도 뒷정리가 만만치 않았다.


두 아들과 며느리들도 함께 한 명절은 화기애애했다. 함께 모이면 힘들긴 해도 명절다운 분위기를 맞긴 하다. 연로하신 엄마도 흐뭇해하시고, 네 자매가 의기투합해 정성껏 차린 식탁에선 웃음과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대식구가 처음인 두 며느리들이 낯설어할까봐 걱정이었지만 우려였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좋다는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큰 며느리는 친지들이 적어 대식구 명절 모임은 처음이다. 작은 며느리도 외동이에 친가 조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작은 아빠 한 분이시니 그야말로 조촐했다. 외가 친척도 많지 않아 작년에 우리 식구가 모두 모인 첫 명절 분위기에 놀랐다고 했다. 두 번째 맞는 명절이라 적응도 됐고, 오히려 북적거려서 명절답다고 좋아했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보낸 뒤에 뒷정리를 끝내고 갔더니 넷이서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과일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간호사인 작은 며느리가 출근이라 가야 했고, 큰아들 내외는 자고 다음 날 같이 시댁에 가기로 했다. 시댁에서 자고 간다니 불편할 수도 있는데 고마웠다.


시댁에 도착해 일단 전부터 부쳤다. 4색 꽂이에 동태전, 동그랑땡, 버섯전, 고구마전까지 그야말로 전부치다 보면 허리가 아플 지경이다. 형님과 전을 부치고 나면 갈비 재우고, 저녁으로 먹을 찌개를 준비했다. 어머님은 고사리에 나물을 볶으시고 그야말로 음식과의 전쟁이다. 저녁과 추석 당일 아침 식사 준비가 힘들고 오롯이 여자들 몫이지만 늘 하던 대로 불평없이 즐겁게 준비했다. 남편은 꽂이에 들어갈 재료를 다 썰어주어 꽂아주고, 막내 동서는 일 끝내고 오면서 송편을 사갖고 왔다. 음식 준비는 둘째 형님과 내가 다하지만 맛있게 먹는 식구들을 보면 기쁘다. 어머님이 계시니 이런 명절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지만 나중엔 어떤 모습의 명절이 될지 모르겠다.


어머님네선 항상 하루 자고 온다. 이틀 명절을 보내고 뒷정리까지 하고 오면 피곤해도 늘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이 계셔서 감사하다. 며느리로서 그정도의 도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친지가 적은 친한 지인은 명절이 싫다고 하신다. 절간 같은 조용한 집이 명절이라고 다르지 않으니 더 싫다고 하신다. 대식구 모임이 장단점은 있어도 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런 명절 풍습이 다음 세대엔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이번 명절이 유난히 길어서 연휴에 공항에 간 사람들이 몇 만 명이라니 앞으론 더 할 것이 분명하다. 명절 분위기는 달라져도 마음과 정신은 변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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