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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리나 입문

by oj

오카리나에 입문한지 3개월이 됐다. 이제 4개월 차에 들어가면서 배우기 참 잘 했단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 피리와 멜로디언 이후로 처음 접해본 악기였다. 남편은 퇴직 후에 드럼을 독학하고, 집에 전자 드럼을 사서 심심할 때면 드럼을 쳤다. 가까운 지인은 남편을 따라 음악실에 다니면서 섹소폰을 배우고, 문화 센터에서 기타와 플룻을 배운 친구도 있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배우기엔 너무 늦었다. 나도 뭔가 악기를 하나쯤은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일부러 문화센터에 찾아가기엔 일상이 바빴다. 솔직히 그만큼의 열망까진 없었다.


갑자기 오카리나를 배우지 않겠냐는 제의가 왔다. 문화센터에서 오카리나를 가르쳤던 선생님이 가까운 교회 집사님인데, 우리 교회에서 가르쳐줄 수 있냐는 부탁을 수락해서 수강생을 모으는 중이였다. 예전부터 오카리나 정도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회다 싶었다. 초급반에 5명이 신청하고 그동안 꾸준히 배우시던 중급반에 세 분이 들어왔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3개월이 지난 지금 다장조의 악보는 대부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악기를 준비해 첫 수업 때 배운 운지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작은 구멍에 열 손가락을 맞춰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부는데 손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고 빽빽 소리만 났다. "두두두두"로 자꾸 연습하라고 하셨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악보에 있는 계이름 보기도 벅찼다. 집에서도 손가락을 움직이며 익숙해지길 연습하고 한 달이 지나자 쉬운 동요를 부르게 됐다.


이후 #과 b이 들어간 음들, 낮은 음들을 배우면서 좀 더 어려운 동요와 복음송을 부를 수 있게 되자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집에서 매일 30분 정도 연습하면 다음 수업을 무난히 따라갈 수 있었다. 운지가 익숙해지니 이제 호흡과 소리를 잡아주셨다. 계속 뚝뚝 끊어 부르던 소리들이 이어지면서 좀 더 부드러운 소리들이 났다. 쉬운 가요 악보를 주셔서 다양한 노래들을 배우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이제 배우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쉬운 찬송과 복음송 악보들은 혼자 찾아서 따로 연습하고 있을 정도로 빠졌다.


이번에 제주로 단기 선교를 가게 됐다. 작은 시골 마을의 교회에서 효도 잔치와 아이들 초청 잔치를 하기로 했는데 그곳에서도 몇몇 분과 찬양 특송 연주를 하게 되어 열심히 연습 중이다. 잘 부르다가도 mr로 맞추면 빨라지고, 한 번 놓치면 당황해 긴장도 되지만 잘 마치길 바란다.


작은 나무 악기에서 나는 오묘한 소리가 참 신비하다. 취미로 시간을 보내기도 좋아 배우길 잘했다 싶다. 악기 하나쯤 배우고 싶다는 내 열망을 드디어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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