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간절기용 이불을 교체했다. 여름 이불을 세탁해 넣어두고 간절기 이불을 꺼내면서 긴 여름의 끝이 오는구나 실감했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나고, 간절기 이불이 필요한 때가 벌써 왔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었다. 여름이 시작되기 무섭게 찾아온 폭염과 열대야는 해마다 더 심해지는 온난화를 실감케 했다. 전세계가 폭염에 아우성이었다. 4월에 스페인을 다녀왔는데 6월부터 유럽의 폭염 소식이 전해지더니 우리나라에 일본, 중국까지 예외가 없었다. 7월부턴 거실 온도가 33도를 기록하고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였다.
아이들이 독립하고 남편과 둘만 지내다 보니 거실 에어컨은 낭비이다 싶어 안방 에어컨만 틀고 살았다. 안방에 tv가 있고 트윈 침대를 놓은 후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니 편하다. 남편은 노트북을, 나는 책을 보고, 심심하면 영화를 보면서 되도록 야외활동은 자제했다. 식사 준비로 주방에 나갈 때면 밀림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땀으로 얼른 식사 준비를 마치고 폭염이 지속될 땐 안방에 작은 상 하나를 놓고 식사를 했을 정도였다. 음식 냄새가 나서 환기를 시켜야 하는 불편함에도 식탁에서 식사를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일찍부터 찾아온 열대야는 소외된 어르신들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든 여름이었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한 일은 먼저 이케아에서 쿨매트를 샀다. 침대에 깔았더니 시원한 냉감에 잠이 잘 왔다. 낮엔 26도로 켜둔 에어컨은 잠잘 때는 27도로 맞춰두면 아침까지 쾌적해도 이브자리까지 시원하니 더욱 좋았다. 여가 시간으론 실내 수영만한 운동이 없었다. 항상 28도를 유지하는 수영장 물 온도가 차갑게 느껴지는 겨울에 비해 여름이면 시원하게 느껴져 자꾸 가고 싶어지게 했다. 주말에도 별 일 없을 때 한 시간 수영하면 개운하다. 두세 번 다녀온 야외 수영장도 불볕 더위를 시키는데 한몫했다.
여름 휴가는 늦은 8월 말에 다녀왔다. 불볕 더위에 사람이 많은 성수기 휴가철은 항상 피해서 다녔다. 올 여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8월 말엔 친구들과 속초로, 9월 초엔 남편과 평창으로 늦은 휴가를 다녀왔다. 낮의 햇볕은 여전히 뜨겁지만 간간히 부는 바람과 폭염으로부터의 해방은 휴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게 일조한 또 하나의 방법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아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면 남은 얼음에 물을 가득 담아서 종일 달고 살았다. 따뜻한 차를 마셔야 몸을 건강히 유지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여름 내내 아이스 커피 없이는 살 수 없다.
해마다 더욱 심해지는 폭염과 온난화의 가속은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나름 지혜롭게 여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찬바람이 나고 추석이 코앞에 와 있다. 이제는 깊어가는 가을을 맞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