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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왕

by oj

긴 추석 연휴에 가장 시청률이 좋았던 프로 1위가 "조용필 콘서트"였다고 한다. "이 순간을 영원히" 란 제목으로 KBS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콘서트였다. 현재 75세인 조용필씨가 3시간 공연 동안 부른 곡이 28곡이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뉴스에 나와서 그 이유를 밝혔는데 그건 바로 매일 연습한 덕분이었다. 몇 시간씩 매일 연습은 그의 목소리를 예전과 다르지 않게 만들었다.


75세가 됐지만 팬들에겐 영원한 오빠로 기억되는 조용필씨를 보면서 괜히 가왕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70.80대를 주름답던 조용필씨의 등장은 오빠 부대를 이끌었을 만큼 당시엔 큰 이슈였다. 가요를 별로 듣지 않던 나도 조용필씨와 이후 신승훈씨 노래는 즐겨 들었고, 현재는 BTS의 팬이 되었다.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그 겨울의 찻집, 모나리자, 친구여, 비련, 꿈, 바람의 노래 등 명곡이 참 많다. 특히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들을 때면 전율이 느껴졌는데 다시 들으니 그 시대의 감성과 추억이 고스란히 스쳐 지나갔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이다. 젊은 가수들이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가사로 감성적인 노래이다. 조용필 콘서트를 보니 눈물을 흘리시는 중년 팬들이 많이 보였다. 남심도 사로잡았을 정도로 중년 남성들도 많아 보였다. 함께 떼창을 부르는 모습에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실감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동안에 음색과 열정이 돋보이는 멋진 공연이었다.


조용필씨는 개인사적으로 부인을 먼저 떠나보내면서 10년 동안 우울증을 겪으며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노래와 팬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를 기다리며 응원하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오랫동안 함께 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 다시 일어섰다. 변치않는 음색과 열정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한다. 80세가 되어도 그대로일 것 같은 조용필씨가 영원한 오빠이기를 기대한다.


연습 벌레란 별명은 괜히 붙여지지 않은 듯하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여전히 젊어보이는 조용필씨의 공연을 보며 가왕이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았다. 재능과 노력은 겸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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