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그리고 우리

by oj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가 방영된지 10년이 되었다니 놀랍다. 특집 방송으로 쌍문동 골목골목 집에 살던 다섯 가족이 모두 모여 MT를 갔다. 정봉이, 덕선이, 동룡이, 택이, 선우네 가족까지 1박2일을 함께 보내면서 게임과 토크를 나누면서 시청자들에게도 추억을 소환했다. 당시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드라마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드라마 이후 출연진들이 모두 성공해서 주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별한 건 88 꿈나무 학번이고 80년대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너무 공감하던 드라마였다. 인간적이고 따뜻했으며 우리가 겪은 이웃과 친구들과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겼다. OST도 모두 히트곡이 되었고, 덕선이와 택이를 비롯한 다섯 주인공은 이후 크게 성장했다. 5살이던 진주란 꼬맹이가 중2가 되어 출연해서 출연진들과 시청자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이웃간의 정이다. 골목안에서 오밀조밀 살던 다섯 가족은 따로 살지만 마치 가족처럼 친밀했다. 기쁠 때 함께 기뻐하고, 아플 때 함께 아파하던 우리 이웃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전에 오랫동안 살던 우리집도 학교 옆 골목길에 마주 살던 10가정 정도가 있었다. 그 중 5가정 정도는 가족처럼 친밀하게 지냈다. 엄마끼리 당시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마실'을 다니면서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김장을 함께 하던 가족같은 정을 나누었다. 만두국을 끓이거나 칼국수를 할 때면 의례히 함께 나누고, 집안 경조사가 있을 때도 늘 함께였다. 아이들이 커서 시집 장가 가는 것까지 모두 지켜본 정다운 이웃들은 어느새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모두 흩어져서 지금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 가족들도 있어 조금은 씁쓸하다. 이웃간의 애환들의 이야기에서 그때 이웃들이 겪었던 애환을 떠오르게 했다.


또 하나는 드라마에 나온 다섯 명의 친구들이다. 드라마에선 제각각인 다섯 친구들이 좌충우돌하면서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다. 엉뚱한 정봉이, 똑똑한 정환이, 조용하고 진중한 택이, 천방지축 덕선이, 허허실실에 까불이 동룡이, 어른스럽고 듬직한 선우 등 개성이 강했고, 그 안에서 우정과 우정 이상의 묘한 첫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도 했다. 수학여행, 학교 행사, 입시 준비 등 학창시절 친구들과 보내면서 쌓은 우정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어릴 때 소꿉친구였던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부터 학창시절 찰떡같이 붙어다니면 친구들까지 친구들이 있기에 울고, 웃을 수 있었다.


꿈을 찾아 노력하던 장면도 잊을 수 없다. 택이는 바둑기사로서 성공하고, 선우는 의사로, 정환이는 공군사관학생으로 원하던 꿈을 이룬 친구들부터 뒤늦게 꿈을 찾고 스튜어디스가 된 덕선이까지... 새벽 2시까지 입시 준비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때가 생각난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 서울에서 88 올림픽이 열리던 역사적인 날도 잊을 수가 없다. 단체로 체조 경기 관람을 하러 갔던 기억도 생생하다.


성인이 되어 본격적인 연애를 하는 주인공들에게 묘한 설렘도 가졌고, 누구와 결혼할 지가 관심사였으며, 결국 덕선이가 정환이가 아닌 택이와 결혼했단 사실에 안타까워하던 시청자들도 있었다. 츤데레란 말도 이때 등장했던 것 같다.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은 따뜻한 정환이를 두고 유행한 말이다. 덕선이 언니였던 보라가 연하인 선우와 사귀게 될 때 응원했고, 덕선이를 좋아하면서도 친구 택이를 위해 포기한 걸 보면서 아쉬워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 중 유일하게 시청했던 드라마가 가장 성공한 국민 드라마가 되어 10주년을 기념한다니 더 뜻 깊다.


이런 따뜻한 드라마가 새해엔 더 방영되기 바란다. 드라마는 더 막장으로 가고, 영화는 더 비현실적이면서도 폭력적인 내용들이 주류가 되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려면 더 자극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예전만큼 인간적이고 따뜻한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다.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뜨겁고 순수했던 그 시절 우리내의 이야기라서 더욱 친근했다.













월요일 연재
이전 17화약자들의 편에 선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