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무촌이다. 핏줄로 이어진 인연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갈라서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 어떤 분은 둘이 아닌 넷이 살아가는 존재가 부부라고 했다. 치유받지 못한 남편의 성인 아이와 치유받지 못한 아내의 성인 아이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더 이해하고 보듬어주며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말에 크게 공감했다.
부모님과 살아온 25년 보다 남편과 살아온 30년이 더 길다. 핏줄보다 가까운 부부란 말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지만 부부는 선택할 수 있다. 정말 맞지 않으면 갈라서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성격, 다른 환경의 두 사람이 만나 원만한 가정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협력하지 않는다면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서로 무관심 하거나, 의심하거나, 비밀을 만들고, 냉소적이라면 불신을 초래한다.
부부는 서로 눈높이를 맞추고 말과 행동에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내가 아는 지인 중 남편은 누가 봐도 젠틀맨이다. 항상 친절하고 웃으면서 어디서든 예의가 바르지만 집에서 가장 가까운 부인에겐 막말을 해서 상처받고, 잘 삐져서 말하기도 조심스럽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에게 베푸는 친절과 부드러움을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하지 않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이 힘들 때, 자식들이 분가하고 외로움을 느낄 때, 늙어갈 때 측은지심을 느껴가면서 보듬어줄 사람은 부부이다.
최근에 본 스릴러 영화도 부부간의 불신이 깨지는 사건으로 결국 불행을 맞는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누가 봐도 성공하고 부인을 끔직이도 위해주고 사랑하는 듯 보이는 남편이었지만, 사실은 유치원 교사인 아내를 깔보고 있었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끝까지 거짓으로 일관하는 남편에게 실망하며 헤어지자는 말을 하자
"당신은 감사를 몰라. 내 덕분에 모든 걸 누리고 있잖아. 유치원 교사 주제에..."란 말로 부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깊은 상처를 입힌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위선과 진실이 드러났을 때도 적반하장으로 일관하며 남편의 실체를 확인하다. 남편의 위선 앞에 치를 떨게 된 아내는 갑작스런 위험 앞에서 애걸하는 남편을 구하려는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목숨을 잃는다. 남편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다. 불신하는 순간, 헤어지기로 결심한 순간, 남보다 못한 관계가 부부란 사실을 확인한 것 같아 결말이 참 씁쓸했다.
나이가 들수록 남편의 소중함을 더 느낀다. 결혼한 아들 내외를 만날 때면 자식들에게 줄 음식을 함께 만들고, 필요를 채워주면서 소소한 기쁨을 함께 누린다. 거창한 행복은 아니지만 부부만이 아는 작은 행복이다.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힘들 수밖에 없다.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고, 고맙다고 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촌의 부부로 해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