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더 썬"ㅡ
<더썬>이란 영화는 부모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다. 내가 좋아하는 휴잭맨 주연의 영화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 받고 중증 우을증을 겪는 아들 니콜라스의 이야기이다. 성장통이라고 보기에는 참 안타까운 결말이다. 보통의 질풍노도의 시기는 일시적으로 지나가지만 우울증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약물 치료든 입원 치료든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아들이 원하던 대로 해준 부모의 선택이 결국 아들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부모의 가슴에 박힌 못이 되어 날카롭게 찌를 것이다. 후회하고 아무리 자책해도 아들은 돌아오지 못한다.
엄마와 지내던 아들이 학교에 자주 결석하자 따로 사는 아빠 피터에게 도움을 청하고, 아빠는 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엄마와 잘 지내지 못한다며 아빠와 살고 싶어해 아들과 함께 지내지만 새 엄마와의 갈등, 학교에서의 부적응 등은 계속 이어진다.
새 엄마인 베스도 노력한다. 아침마다 학교에 보내느라 진을 빼고, 자신에게 적대감을 느끼는 니콜라스로 인해 점차 힘들어한다. 니콜라스는 어디에도 속해 있지 못하는 듯 위태로워보였다. 아빠가 유부남인 걸 알고도 만났는지 묻는다. 무슨 말을 듣고 싶냐는 말에 엄마가 힘들어했다는 말과 자신이 둘로 쪼개지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온 힘을 다해 버텨보려고 했지만 견디기 힘들다고 말이다.
부모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우울증 증세가 심해진 니콜라스, 어찌 보면 최대의 피해자이다.
성공한 아빠는 니콜라스가 자신처럼 변호사가 되기를 바라며 학업에 대한 부담과 압박을 주었고. 새엄마는 어둡고 우울해 보이는 아들을 부담스러워 했다. 학교에 무단 결석을 하고, 거짓말을 하는 아들을 지켜보며 다그치고, 몰아세우는 피터를 보며 유약한 아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답답하기만 했다.
상처 입고 찾아온 니콜라스가 엄마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아들을 보면서 피터는 후회한다. 생명을 건지고 입원 치료를 권하며 정신과 상담을 받게 하지만 니콜라스는 살아있는 것에 낙담한다. 병원에선 당분간 부모가 아들과 만나지 않고 치료에 전념하는 게 좋다고 말하며 퇴원을 막는다. 심각한 우울증 진단과 자살 충동 위험을 강조하지만 아들의 간절한 애원으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가 사냥총으로 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며 부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아빠가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어릴 때 아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정치계 입문을 위해 떠나려고 했다가 아들을 위해 포기하고, 현재 부인인 베스와 어린 아들 태오보다도 니콜라스에게 더 전념했다. 그럼에도 상처입은 아들의 우울증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용기와 자신감을 주려는 말이 아들에겐 독이 되었고, 친엄마와 새엄마에겐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온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싶어한다.
피터는 어릴 때 아들과 바닷가에서 보낸 추억을 떠올린다. 수영을 가르쳐주고, 자랑스러워했던 아들에게 지금은
"그렇게 살다가 뭐가 될래?"
"널 어쩌면 좋니?"
자신이 아버지에게 듣던 말을 아들에게 똑같이 내뱉고 있는 것을 후회하며 잘못을 자각한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아들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에게 마지막으로 차를 끓여주고, 고맙다고 말하고는 자살로 막을 내린다.
마지막 부분에서 토론토에 가서 글을 쓰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책을 출간하는 니콜라스와 조우하는 장면에서 혼선이 왔다. <죽음은 뒤로 미루고>란 니콜라스가 쓴 책을 아빠에게 가장 먼저 주고 싶었다는 장면이 아빠의 상상이었다는 것이 반전이었다. 늠름해진 아들을 상상하며, 재능이 많은 아들을 잃었다고 오열하는 남편에게 힘들어도 아파도 삶은 계속 된다고 위로하며 베스는 안아준다. 어린 태오에게도 아빠가 필요하다면서 주저앉아 오열하는 남편을 위로할 때 눈물이 흘렀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베스의 말대로 삶은 계속 되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은 막대하다. 아무리 안 좋은 환경에도 좌절하지 않는 강한 아이들이 있는 반면, 여리고 약한 아이들도 분명히 있다. 자신이 원치 않는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여린 아들이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에 책임과 죄책감을 느끼지만, 부모와 아이들의 문제는 별개이다. 니콜라스가 정신적으로 약하고 아프기 때문에 받아드리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는 평생 마음의 짐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리라.
아이들이 셋이나 있는데 이혼한 부부가 있다. 아이들이 너무 딱했다. 부모가 준 상처는 더욱 클 수밖에 없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견디고 적응해 간다. 니콜라스는 아빠를 좋아한 만큼 자신이 버림 받았다는 생각이 자신을 옭아매고 버티지 못하게 만든 것 같다.
말기암 아버지가 4살 아들의 입양 부모를 찾는다는 <노웨이 스페셜>이란 영화와 오버랩 되었다. 가진 것은 없지만 홀로 아들을 키운 아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부성이 먹먹했던 영화라면 <더 썬>은 이별을 준비하지 못한 채, 너무 일찍 영원히 떠난 아들의 부재에 가슴이 먹먹한 영화였다. 좋은 아빠가 될 기회를 주어도 좋았을 텐데, 다시 행복할 기회를 가졌다면 좋았을 텐데, 살아갈 가치가 없는 인생은 없는데...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자식을 아끼는 모든 부모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길에 대한 물음을 던진 묵직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