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을 때

by oj

삶이 무너지고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건강을 잃었거나 사업 실패를 겪었거나 질병이 찾아왔거나 자식이나 부모 문제로 힘들 때 심적, 정신적, 육적으로 피로감이나 상실감을 느낀다.


암 수술 이후 3년 만에 재발되어 다시 항암을 시작한 권사님이 계시다. 그것도 가장 예후가 안좋은 췌장암이다. 앞서 가신 큰형님이 떠올랐다. 너무 비슷한 경우라서 지켜보기 안타깝다. 발견, 수술, 회복, 재발 과정이 똑같기 때문이다. 급성 황달로 검사 결과 췌장암 진단을 받고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이 이어졌다. 수술 후 극심한 고통과 이어진 항암도 잘 견뎌내면서 3년 동안 회복에 감사하며 건강하게 사셨는데 다시 재발되셨다. 이어진 항암에도 잘 견디셨는데 결국 버티지 못하고 떠나신지 3주기가 넘어간다. 그 권사님을 뵐 때면 형님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재발 소식에 권사님도 마음이 무너지셨지만 강한 믿음으로 지금까지 잘 견디시며 늘 밝으시다. 좌절하시지 않고, 평소대로 씩씩하게 할 일을 해내셔서 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용기를 주고 계시다. 정신력과 의지가 강하신 분이다. 모자가 잘 어울린다며 뵐 때마다 인사와 안부를 건네지만 얼마나 두려우실지,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안다.


언니 둘은 사업에 실패한 형부들로 인해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빛이 보이지 않았었다. 맞벌이를 해가면서 악착같이 살다보니 어둡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때 자매들이 옆에 있어 견뎠다고 말한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기뻐하며, 필요할 땐 서로 도와준 덕분에 힘겨운 시간이 지나갔다고 말이다. 함께 할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앞을 생각하면 막막하고, 뒤를 돌아보면 후회될 때가 있다. 그럴 땐 지금만 생각하자고 다짐한다. 눈앞에 있는 일만 생각해도 벅차다. 되돌아 보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지금 주어진 처지와 상황이 암울하다고 미리 낙담해서도 안 된다. 절대 좌절도, 포기도 말고 괜찮아질 거란 희망으로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안도하며 지난 날을 회상하는 날도 온다.


최근 읽은 서연주님의 에세이 <씨유 어게인>에선 대학병원 의사 선생님이던 작가님이 젊은 나이에 낙마 사고로 한 쪽 눈을 실명하면서 장애를 얻게 된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처음엔 분노와 절망, 나중엔 좌절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재수술과 감염까지 마음 졸이면서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다시 일을 시작하셨다. 동료들의 위안, 가족의 소중함, 환자들의 입장이 되면서 새롭게 시각이 변하셨다고 했다. 의안을 끼고 적응하는 연습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큰 힘이 되었다.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더라도 글로만도 그 두려움이 충분히 느껴졌다. 하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으셨다. 끝까지 일도 치료도 놓지 않으신 결과 소화기내과 의사로서 일하시고, 유튜브도 하며 적극적이고 감사한 인생을 살고 계신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땐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힘이 크다. 작가님도 가족과 동료, 친구들과 SNS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위안을 얻고 다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암울한 시간은 언젠가는 지나간다. 겨울이 지나가면 반드시 꽃은 피기 마련이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9화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