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구하기

by oj



예쁘다는 말보다 똑똑하다는 말보다 지혜롭다는 말을 더 듣기 원했다. 스스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예쁜 것은 잠깐이고 지나간다는 것을 알아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외면이 예쁜 사람보다 내면이 더 예쁜 사람이고 싶으니깐. 외모는 타고 나서 화장이나 성형 외에는 바꿀 수 없지만 내면은 스스로 가꾸면 얼마든지 아름답고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예쁘게 가꾸는 요령도 화장도 잘 할 줄 모르고 있는 그대로 모습에 만족하며 살다가 아들 결혼식을 6개월 앞두고 쳐진 눈 때문에 55년만에 처음으로 성형외과에 발을 들여 시술한 일은 만족스럽다.


똑똑하다는 말은 기분 좋긴 하지만 스스로 똑똑하다고 느끼지 못 해서 그 말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학창시절 경기도 변두리에서 공부 조금 잘 했다고 똑똑한 것도 아니고 노력과 끈기와 의지도 부족해서 원하는 만큼 이루지도 못 했다. 핸드폰. 인터넷. 컴퓨터 등을 잘 다루지 못 하는 기계치에 손끝도 야무지게 못해 실수투성이다. 단지 맡겨진 일에는 최선을 다해 성실과 책임을 다한 건 내 장점이다.


반면 남편은 주변에서도 다 인정할 만큼 똑똑한 사람이다. 공부를 잘 하고 학벌이 좋다는 말이 아닌 잡학다식하고 상식이 많아 일처리를 잘 하는 사람이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신념을 갖고 뭐든 잘 해결해서 별명이 맥가이버이다.


살면서 지혜롭다는 말은 꼭 듣고 싶었다. 지혜는 꼭 필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상황에 잘 대처한다.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갈 줄 안다. 한 가지 방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나 갈등을 풀어나가려고 애쓴다. 반면 지혜롭지 못하면 조그만 어려움이 찾아와도 쩔쩔 매고 풀어갈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솔로몬이 지혜를 구해 백성들을 잘 다스린 예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혜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을 준다.


탈무드에도 지혜를 구한 무고한 죄수 이야기가 나온다. 죄가 없지만 감옥에 갇힌 억울한 죄수는 재판을 앞두고 랍비를 불러달라고 한다. 랍비는 죄수에게 앞이 보이지 않을 땐 지혜를 구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재판 날 재판장은 종이 두 장을 놓고 하나를 선택하면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알겠다고 선언했다.

죄수는 자신이 죄가 있다고 믿은 재판장이 분명 두 장의 종이에 모두 유죄라고 써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어떤 종이를 고르든 사형을 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심한듯 한 종이를 집어 얼른 구겨서 입으로 삼켰다. 재판관은 당황하고 사람들이 놀라 웅성거릴 때 자기 죄를 먹었으니 남은 종이의 반대가 자기 죄목이라고 말하며 펴 보라고 했다. 종이를 펴보니 유죄라고 써 있고 죄수가 선택한 종이는 그 반대인 무죄이기에 사람들도 그렇게 믿었고 약속대로 그를 풀어주었다.


랍비가 방법을 알려준 건 아니지만 지혜를 발휘해 자유의 몸이 되었다. 좌절하고 실의에만 빠져 자포자기 하면서 현실에 순응했다면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겠지만 지혜로운 생각 덕분에 죄수의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


지혜롭다고 여긴 일이 몇가지 있었다. 일을 시작할 때도 재테크를 할 때도 가족들의 어려움을 살필 때도 다방면의 가능성을 염두해두면서 대범하게 실행해 나간 편이다. 몸을 사리고 소극적이기 보단 적극적으로 밀어부치고 아니다 싶은 일은 단호하다. 맡겨진 일에는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고 차선책을 생각해 일이 잘 안 풀릴 땐 다른 길을 찾기도 한다. 마음 먹은 대로 잘 안 풀릴 때도 있었지만 긍정 마인드를 갖다 보니 주변에서 지혜롭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 말은 들을 때마다 기분좋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가족에게는 다정한 아내이자 엄마. 다른 사람에게는 선한 영향력과 유익을 주는 사람. 여전히 지혜를 추구하며 살고 싶은 내 마음은 후반기 삶에서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린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