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아. 너를 만난 건 벌써 10년도 더 되었지만 널 잊지 않고 있어. 넌 어리지만 너무 의젓하고 대견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잊을 수 없게 만들었어.
대만의 대북시에서 태어난 넌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더구나. 동생 상관이 역시도. 법무성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와 변호사인 어머니를 닮아 넌 무척이나 똑똑한 아이였어. 인공수정으로 6년 만에 어렵게 얻은 너였으니 얼마나 기쁘고 귀했을까.
부모는 자식이 태어나면 새로운 생명이 너무나 귀하단다. 그런데다 넌 신동처럼 6살 때 이미 대부분의 사서를 암송했다니 정말 대단한 아이였어. 유치원에선 중국 고전을 암기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씨도 잘 쓰고 작문도 잘 해서 '국어일보' 신문에도 실리고 넌 정말 특별했어. 하지만 네가 특별해서 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네 존재만으로도 사랑 받을 자격이 충분한 거야.
너와 동생 상관이가 떠돌이 개 포포를 돌보다가 뼈를 먹다 잇몸에 찔려 괴로워할 때 손을 입에 넣어 꺼내준 네 용기에 놀랐어. 포포가 잡혀가서 보이지 않았을 때 네 슬픈 마음을 일기로 쓰고 울다 지쳐 잠들어서 네 상심이 얼마나 크고 네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느꼈어.
바이올린은 어렵지 않았니? 음악적 재능까지 타고 나다니 너의 꾸준한 노력과 집중력이 널 뛰어나게 만든 것 같아.
꼬마 예술가답게 뭐든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네가 건강하게 자라서 밝은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멋진 청년이 되기를 바랐는데...
대관아. 온 가족이 함께 미국 여행에 가서 네가 디즈니랜드에도 가서 즐겁게 놀 때 정말 행복해 보였어. 밤에 열이 날 때도 피곤했으니 '금방 낫겠지' 했는데 다리 안쪽에 딱딱한 응어리가 발견되었을 때 많이 놀랐어. 네 부모님 마음이 어떠실지도. 병원에 입원하고 절개 수술을 받으면서 그 때부터 너의 고통과 함께 네 마음을 담은 시가 시작되었구나.
'마음의 소리' 란 시에선 병원을 감옥. 엄마 아빠는 죄인. 너는 수갑찬 아이로 표현했더구나. 병원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대로 느껴져 마음이 먹먹했어.
곧 나을 거라고 바랐는데 3학년 때 상처 부위가 부풀어오르고 다시 재발되어 악성 종양을 제거하는 화학 요법을 받고 네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힘들었어. 9살 아이가 견디기 힘든 고통에도 오히려 부모님을 걱정하고 위로하다니...
대관아. 아홉 살 생일을 병원에서 맞을 때도 암 악마와 싸워 건강도 찾고 살아갈 권리도 찾겠다며 "아직 아홉 살이니 아흔아홉까지 살겠다" 고 말한 네 소원대로 꾀 이루어지기를 바랐어.
방사선 치료도 잘 견뎌낸 네가 너무 대견했어. 아프지만 울지 않겠다고 암 악마에겐 지지 않겠다며 "내가 엉엉엉 울면 암 악마는 하하하 웃을 거야" 라는 너의 시에서 뼈저리게 아픔을 느꼈어. 동생의 장난에 용감한 눈물이 뚝뚝 흐른다는 말도. 고통까지도 이겨내려는 네 노력이 아빠를 '응원대장'으로 엄마를 '위로의 천사'로 표현하며 네가 힘겹게 싸우는 이유가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있기 때문이었지.
네 한 쪽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을 때도 넌 "아직 한 쪽 다리가 있다" 며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잖아. 없는 것을 절망하지 않고 있는 것을 만족하며 한 쪽 다리로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다니고 싶다는 네 마음이 눈물나게 아프고 마음이 아려오면서도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믿었어.
암 악마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서 암 악마를 착하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집에 가고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바람도 사촌형이 보여준 마술로 잘린 다리를 다시 잇고 암 악마를 사라지게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자라서 건강의 숲이 되고 사랑의 숲이 되고 희망의 숲이 되기를 바란 네 마음까지도 모두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
암에게 잘난 척하지 말라며 큰소리로 싸우고 암과의 전쟁을 끝낼 거라고 용기있게 맞섰는데 무심하게도 널 데려가 버렸구나. '어머니 날' 손수 만든 카드에 편지를 쓰고 42편의 시들을 남기고 "네가 떠나면 다시 너를 낳아달라" 는 유언을 부모님께 남기고 조용히 떠난 네가 너무 안타깝고 그립구나.
어린 너에게서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왔고 슬프고 고통스럽고 억울한 마음을 진솔하고 감동적인 시로 표현할 수 있었는지 너의 씩씩함과 당당함에 감격할 뿐이야.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네 부모님의 슬픔을 위로할 길은 없지만 넌 천국에서 어린 천사로 네가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켜며 지금도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고 있을 거야.
대관아. 너는 떠나고 없지만 네가 남긴 시는 우리 마음을 울리고 여전히 너희 가족들과 우리도 너를 잊지 않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