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인생

ㅡ어린 여민이의 성장기ㅡ

by oj

아홉 살이면 초등학교 2학년. 아무 것도 모르는 해맑고 천진난만해야 할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어린 여민이의 성장기가 돋보인다.


여민이가 겪기엔 버거웠던 일도 잊지 못할 추억도 많았지만 옆에서 늘 사랑을 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잘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의 여민이를 기대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 조폭이던 아빠는 여민이 엄마를 만나면서 발을 빼고 서울로 이사와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신다. 서울 변두리 높은 지대에 겨우 집을 마련해 살면서 아빠는 채석장에서 엄마는 공장에서 일하시다가 화학 약품이 눈에 들어가면서 한쪽 눈을 실명해 그런 엄마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지키려는 여민이었다. 가난한 쪽방촌 동네에서 힘들게 사는 이웃들을 돕고 의리 있는 아빠. 억척스럽고 강하면서도 인정 많은 엄마. 어린 동생 여운이. 이들 가족은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족이다.


엄마가 없이 누나와 단둘이 사는 기종이는 이런 여민이가 부러워서 이사온 날 부침개를 가져온 여민이에게 엄마를 애꾸눈으로 놀렸다가 한 대 얻어맞는다. 그리고 떨어진 부침개를 주워먹는 모습을 보고 측은하게 여긴 뒤로 절친이 된다.

기종이의 마음엔 부러움이 있었고 자신의 아픔을 감추려고 망상과 실없는 허세를 부렸다. 그런 기종이를 이해하고 좋은 친구가 되어준 여민이는 참 어른스럽다.

쪽방촌 월세가 밀린 이웃들을 협박하는 집주인에게 허가받지 않은 가건물을 신고한다며 역으로 협박해 그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한 의리 있는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는 외롭게 살다간 독거노인인 토굴할매의 장례도 자식들 대신 치러주셨다. 딱정벌레란 별명으로 불린 집주인이 다녀갈 때면 다리가 찢긴 딱정벌레가 가득한 걸 보면 애꿎은 딱정벌레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을 만큼 주민들의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피아노 학원 여선생을 사랑한 골방 철학자였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명문대에 나왔다며 허풍을 떨고 여민이에게 연애 편지를 전해주고 실연당한다. 골방 철학자는 어찌 보면 은둔형 외톨이이다. 허풍인지 사실인지 진실은 알지 못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와 정면으로 맞서 뭐라도 했어야 하는데 그 젊음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여민이의 놀이터가 된 숲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다.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지 요즘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안타깝다. 그들의 고민을 알 길은 없지만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누군가 이끌어 주었다면 고되지만 최소한 살아갈 희망은 잃지 않고 삶은 이어지지 않았을까.


여민이가 만난 이웃들은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숲을 점령하던 검은 제비는 중학교에 가는 대신 공장에 취직하며 숲을 여민이에게 맡기고 떠난다. 여민이가 혐오한 월급기계 담임 선생님 이야기에선 화가 난다. 오죽하면 여민들의 눈에 비친 모습이 월급만 타는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선생님이었을까 씁쓸했다. 선생님이면 최소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생활지도를 본보기가 되어주셔야 하는데 학생들을 체벌하는 것을 당연시 하며 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해보인다.


여민이가 좋아한 우림이나 여민이를 좋아한 금복이의 밀당과 질투는 학교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 참 귀여웠다. 베트남전쟁에서 팔을 잃은 외팔이 고물 장수 하상사 아저씨는 친근한 이웃이자 친구이다. 기종이의 누나가 결혼하는 걸 기종이는 못마땅해 했지만 따뜻한 가족이 생겼다는 점에서 잘 된 일이다. 기종이가 떠나 허전해하는 모습은 당연했다.


여민이는 처음 상을 받고 얼떨떨하도 하고 친한 친구와 헤어지며 허전해하고 무단 결석한 일로 선생님께 체벌을 받는 등 많은 일을 겪으면서 한층 성장했을 것이다. 그래서 10살. 11살을 지나 졸업을 하고 중학교에 입학할 때 쯤이면 더 다양한 경험으로 멋진 청소년이 되었을 것이다. 여민이는 여전히 아빠처럼 의리 있고 엄마처럼 인정 많은 성숙한 아이가 되어 청소년기에 누릴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하며 우정을 나누고 꿈을 키워가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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