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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된다는 것은

by oj


사돈이 되실 분의 친정은 강화이다. 본가 시부모님 두 분은 다 돌아가시고 형제 둘만 계시다. 친정 부모님 두 분은 연로하시지만 아직 농사를 짓고 계시고 세자매를 두셨다. 집안 분위기가 양쪽 모두 정적이고 단출하며 조용하다.


4형제 본가. 5남매 친가 식구만 보여도 늘 북적이고 목소리 크고 정신 없는 우리 집안 식구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다. 예비 며느리에게 우리 집안 분위기를 알리면서 인사 와서 놀라지 말라는 얘기를 미리 해두었다.


본가는 작년 연말 모임겸 어머님 86세 생신 가족 모임 때 처음 인사를 드렸다. 형님의 결혼한 두 딸과 사위와 아이들까지 오히려 식구가 늘어 25명을 예약한 부페 룸이 꽉 찼다. 시어머님과 엄마는 작년 가을 쯤 아들 생일 때 식사 자리를 만들어 미리 인사를 시켰지만 가족 인사는 처음이었다.


단아해 보이는 예비 며느리에게 다들 관심이 쏠리고 식사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4형제는 의가 좋고 다들 어머님께 마음을 써드리는 효자. 효부들이다. 복이 많으시단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 고생한 것을 뒤늦게라도 보상받으신 것 같아 감사했다.


재작년에 암으로 떠나신 큰형님 빈 자리가 컸다. 며느리가 한 사람씩 소개 받으며 인사할 때 아주버님께서 핸드폰 속 형님 사진을 보여주시며 인사하라는데 마음이 너무 아려왔고 뭉클했다. 이 좋은 날 계시지 않는 형님이 야속했다. 뭐가 그리 급해서 환갑도 안 돼서 가셨는지.


어머님은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씀을 연신 하시며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사업이 잘 되시는 큰아주버님께서 판도라처럼 가운데 방울이 달린 순금 목걸이를 선물하시며 걸어드렸다. 다들 봉투 드릴 때 금 목걸이라니 역시 낭만과 센스가 있으신 분이다.


예비 며느리는 식사 자리 내내 형님 딸들과 사위와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식사를 끝냈다. 차를 마시고 같이 기념 사진도 찍고 많은 축하를 받으면서 모임을 마쳤다. 집으로 가면서 아들에게 너무 좋았다고 했단다. 조용한 친척 분위기에 익숙해진 며느리가 정신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즐거웠고 시댁 식구들 모두 친근하게 대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2월 설날엔 친정 식구 인사를 드리러 오기로 했다. 엄마를 모시는 막내 여동생 집이 가장 넓어서 항상 그 곳에서 모이는데 친정은 분위기가 더 시끌벅적하다. 밖에서도 아닌 집에서 모이니 20명이 넘는 대가족 식사 자리가 또 걱정이 되었다.


4자매는 다들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고 오기 때문에 명절 음식 대신 소고기와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10인용 긴 식탁에는 아이들 상이 차려지고 거실에 놓인 상 두 개엔 어른들 상이 차려진다. 커다란 전기 불판을 놓고 편하게 먹으면서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잡채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동생에게 벌써부터 얘기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며느리에게도 정신 없고 평소와 다르지 않는 모임이라며 미리 당부해 두었다.


조카들도 첫 결혼인 아들의 짝궁을 몹시 궁금해했는데 드디어 만나니 다들 사진보다 더 예쁘고 웃는 인상 좋다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엄마에게 드리려고 홍삼을 사들고 온 며느리는 고기도 맛있게 먹고 뭐라도 거들려고 애쓰는 모습이 대견했다.


상을 치우고 과일과 차를 마실 때 막내 여동생이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었다. 은은한 조명이 켜진 살구색 작은 꽃바구니가 사각 상자 안에 담겨진 너무 예쁜 선물과 결혼 축하한다는 손편지까지. 며느리는 너무 감사하다며 감동했다. 거기에 농장에서 수확한 딸기 한 상자까지 선물로 준비한 동생을 보며 나이는 어리지만 마음은 가장 따뜻한 역시 내동생이었다. 남편이 준비한 첫 세뱃돈까지 듬뿍 사랑을 받고 화기애애한 모임을 보내고 돌아갔다.


양가 모두 인사를 드리고 나니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았다. 아들이 처가 식구들 가족을 만나고 올 때마다 단출하고 조용하며 정적인 자리가 우리 식구와 너무 달라 며느리가 정신 없다고 할까봐 내심 걱정이었는데 기우였다.

집에서도 외동이에 시끌벅적한 것을 못 누려본 며느리는 그런 분위기가 오히려 더 친근하다며 좋아했다.


서로 다른 분위기에 살았지만 한 가족이 되게 만드는 것이 결혼이다.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 기다리는 두 사람을 보니 감개무량하다. 친정 오남매. 친구들. 가까운 지인 중 첫 결혼을 치러서인지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아직 결혼하긴 이른 나이에 나도 시어머니 되기엔 아직 젊은데 새 식구를 맞는 기쁨이 이런 기분이구나 싶다.


지난 주에 신혼살림이 다 들어가고 이사를 끝내고 나니 진짜 실감이 났다. 가장 큰 일을 다 끝낸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번 주에 치러지는 예식이 무탈하게 끝나고 신혼여행을 잘 다녀오길 바란다. 결혼 후에 간호사로 걸어가야 할 고된 일을 잘 견뎌내면서 둘이 서로 보듬어가며 예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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