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가는 날은 즐겁게 집을 나선다. 일주일에 세 번 강습 받으며 꾸준히 운동하니 좋다. 수영을 못할 때는 수영장이나 바다에 가도 발만 담그거나 몸을 사려 물놀이가 재미 없었는데 지금은 물 만난 고기처럼 즐겁고 온전히 물놀이를 즐기니 신난다. 작년 여름 두 번이나 야외 수영장에 다녀와서 수영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부족한 부분까지 알게 되면서 개선 중이다.
힘든 수영 강습 과정과 어렵게 배운 수영 일지를 고스란히 글속에 담아두었다.
2019년 코로나가 기승하기 4개월 전에 수영 강습을 시작했다. 남편이 먼저 수영을 배우면서 좋은 운동이라며 내게도 적극적으로 권해 그 어렵다는 신규 등록까지 해주면서 시작한 수영이었다. 엄두도 안 났던 수영에 입문 시켜준 남편이 정말 고맙다.
발차기부터 숨쉬기. 자유형 팔젓기를 시작으로 배형. 평형 발차기까지 배웠다. 처음엔 수영이 너무 어려워 운동 신경이 없나보다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특히 숨쉬기가 안 되면서 중간에도 몇 번이나 멈추어 스트레스 많이 받고 강습에서 뒤쳐지기 일쑤였다.
시간 날 때마다 남편이 수영장에 데려가서 가르쳐 주었다. 집에선 유튜브로 숨쉬기만 열심히 보고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는 요령을 터득해 처음으로 쉬지 않고 끝까지 완주했을 때 정말이지 뿌듯했다. 수영 잘 하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보고 유아 풀조차 끝까지 가지 못 했던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었다.
자유형이 되자 조금씩 흥미가 생겼다. 배형을 배우는 건 힘들었지만 물에 누워서 뜨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배형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수영장이나 바다에 편안하게 누워 파란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부러웠다. 바다에 갈 때마다 남편이 힘을 빼고 누워보라고 몇 번 가르쳐 주면서 시도했지만 중심을 잡기도 전에 뒤집혀서 물만 먹었다. 물에 누워서 떠 있는 건 내겐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버킷리스트를 이룬 것만으로 만족했다. 모든 영법이 어설프고 잘 하진 못하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편하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수영에 한참 재미를 붙일 때쯤 코로나가 찾아왔다.
점점 더 확산 되면서 사람들은 당황했다.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모임 시간 제한과 인원 제한.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회사는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처음 겪어본 펜데믹에 우리 일상은 무너져버렸다.
당연히 수영 강습도 중단 되고 잠시 자유 수영이 허용 되었을 때 열 체크와 QR 코드 확인으로 간간히 남편과 수영을 다녔다. 4개월 배운 수영 덕분에 2년을 자유 수영을 다닐 수 있어 그나마 운이 좋았다. 그런 여가마저 누리지 못 했다면 정말 지루하고 축 쳐져서 무료했을 것이다.
배워보니 수영은 참 좋은 운동이다. 큰 무리 없이 전신 운동이 되고 폐활량도 좋아진다. 50분 정도 수영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힘들어서 잡념도 잊게 된다. 남편과 취미 생활을 같이 하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도 늘고 공유할 얘기가 많아지니 여러모로 좋다.
다시 강습이 시작되었을 때 평형이 문제였다. 평형 발차기가 전혀 안 되고 아무리 연습해도 앞으로 나가지가 않고 늘 제자리였다. 시간 날 때마다 유튜브 강습을 보았지만 성과가 없었다. 강습 전에 남편이 자유형 발차기에 평형 손동작을 가르쳐주어서 겨우 됐는데 발차기까지 하려니 박자도 안 맞고 아무리 해도 제자리였다.
한 단계 아래로 강습반 변경을 신청한 덕분에 친절한 강사님을 만나면서 발차기가 조금씩 나아졌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라며 다른 레인에서 따로 혼자 발차기만 연습시켰다. 처음엔 나머지 공부 하는 학생처럼 창피했지만 자꾸 연습해보니 조금씩 나아가고 손동작과도 박자가 맞기 시작했다. 평형 발차기에선 발목이 풀리면 안 된다고 강조하셨는데 그게 된다고 칭찬하셨을 때 뛸듯이 기뻤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 쉬고 갈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수영을 포기하지 않길 정말 잘 했다고 스스로 칭찬했다.
여전히 배형은 발차기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다리가 가라앉아 즐겨하지 않고 지금은 평형을 가장 즐겨한다. 폼이 아직 어설프긴 해도 숨쉬기가 편해서 자유형과 평형만 교차로 해도 수영이 너무 재밌다.
팔 꺾기와 접영과 오리발을 시작했을 땐 운동 실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다시 걱정이었다. 더디게 갈게 뻔했지만 어쩌랴. 힘겹지만 또 따라가야지. 접영을 잘 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부럽다. 지금도 접영은 내겐 힘든 영법이고 만세 접영처럼 폼도 우습지만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수영도 스스로 터득하고 애써 반복해 노력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연습만이 해법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지금은 네 가지 영법을 다 하긴 해도 자유형과 평형과 한팔 접영만 잘 한다. 사이드턴을 해가며 다섯 바퀴는 거뜬히 돌만큼 실력이 늘었다.
여전히 자세를 교정 중이며 일주일에 세 번 강습은 건강의 비결이며 생활의 활력이며 에너지를 충족하는 시간이다. 운동을 고민 중인 사람들이 있다면 전신 운동인 수영을 권하고 싶다.
남편이 올해는 동남아에 가서 좋아하는 망고도 실컷 먹고 호텔 수영장에서 유유자적 수영을 하며 놀다 오고 싶어해서 시간을 보는 중이다.
나의 긍정 마인드는 '수영 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조금 더디고 못 하면 어떠랴! 즐기면 되지!' 스스로 위로하며 오늘도 수영을 하러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