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어떤 왕자보다도 비극적 운명을 가진 사람 중에 호동왕자가 있다. 고구려는 부여에서 넘어온 주몽이 세운 나라로 주몽의 아들 유리가 아버지가 남긴 징표인 부러진 칼을 갖고 고구려에 오면서 온조와 비류 대신 주몽의 뒤를 이어 2대 왕이 된다. 호동왕자의 아버지는 3대왕 대무신왕이고 호동은 4대 왕이 되기를 꿈꿨다. 대무신왕은 누구보다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두 번째 부인은 부여 출신 부인에게서 낳은 첫째 아들 호동에게 큰 업적을 세우면 태자로 삼겠다고 약속했지만 첫째 왕비는 자신의 아들 '우'를 태자로 삼기 위해 기회를 엿본다.
호동에겐 큰 꿈이 있었다. 증조 할아버지 주몽이 세운 큰 나라 고구려를 이어받아 강한 나라로 세우고 싶은 꿈이었다. 고구려 주변엔 여러 나라가 있지만 북쪽의 부여는 이빨 빠진 호랑이지만 아직 넘보기엔 어렵고 서쪽의 요동과 한나라는 거대한 나라인 반면 남쪽의 낙랑이란 작은 나라는 비옥한 땅에 정벌하기 딱 좋은 나라였다. 단 낙랑에는 적이 오면 울리는 신기한 북인 자명고가 있어 쉽게 적이 쳐들어올 수 없는 나라였다. 아버지는 그런 낙랑으로 호동에게 정탐을 보내 살피게 한다.
호동은 큰 공을 세우면 태자로 삼겠다는 아버지의 약속을 믿고 낙랑으로 갔다. 그에겐 호위무사 마루가 있었다. 그는 노예 출신이었지만 호동이 맞고 있는 그를 구해주면서 든든서 호동의 호위무사가 되어 은혜를 갚고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친구이기도 했다.
낙랑으로 가다가 옥저 숲에서 예희를 만난다. 예희는 무지개처럼 고운 딸이란 이름의 뜻처럼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꿈꾸고 있는 낙랑의 공주였다. 호동을 보고 그 사랑을 이루어줄 사람임을 직감한다. 호동도 예희를 보고 서로 사랑에 빠지면서 아버지 낙랑왕은 호동이 고구려 왕자임을 알고 고구려의 왕과 사돈을 맺어 낙랑를 굳건히 지키려는 마음으로 서둘러 혼인을 시킨다.
고구려로 돌아와 왕의 허락을 받으려는 호동은 두 달 만에 아버지가 낙랑의 자명고를 없애면 낙랑공주와 혼인을 허락해주겠다는 명령을 내린다. 고구려에 돌아가서 소식이 없는 호동을 기다리는 예희에게 마루를 시켜 자명고를 찢으면 혼인을 허락한다는 아버지의 명령을 예희에게 전하라고 부탁한다. 낙랑공주를 혼자 사모했던 마루는 호동에게 실망하며 그 소식을 전사면서 예희에게 팔찌를 주고는 호동 곁을 떠난다.
호동에게 분노한 예희는 마루의 사랑이 진실한 사랑이었음을 느끼고 호동에게 자신의 진실한 사랑을 보여준다.
"북을 찢고 마음을 찢고 목숨까지 버리고 가르쳐주리."
라고 말한 예희의 말속엔 비통함이 느껴졌다. 그토록 진실한 사랑을 원한 예희에게 돌아온 건 상처 뿐이다. 그가 원한대로 자명고를 찢고 자신이 호동과 약속한 옥가락지를 일부러 떨어뜨린다. 낙랑은 고구려 군사의 침입을 받고 분노한 아버지에 의해 목숨을 잃은 낙랑 공주를 보며 호동은 애통해 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지도 못한 호동은 뒤늦은 후회로 괴로워하며 첫째 왕비의 모함으로 대무신왕의 의심까지 사게 만들어 아버지가 내린 칼로 자결 종용을 받는다. 왕비는 자신이 낳은 아들 '우' 가 태자로 책봉되길 바라며 호동과 아버지 사이를 이간질 시켰다. 그 이간질에 넘어간 아버지도 참 귀가 얇고 생각이 짧은 사람이다. 애초부터 호동을 태자로 책봉할 생각없이 이용만 한 건지도 모르고 그런 아버지께 인정받기 위해 애쓴 호동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안타깝다.
사랑도 지키지 못 하고 꿈도 이루지 못 하고 진실한 우정까지 잃은 호동은 죽어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예희는 자기의 사랑은 진실한 사랑이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나라까지 배호동며 스스로 죽음을 택했는데 호동은 그 사랑에 비하면 계산적인 사랑이었다.
낙랑공주와 혼인하며 화친을 한 업적이 인정되어 태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더 큰 것을 요구하고 욕심을 부렸을 때 왜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 하고 시키는 대로 복종했을까.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왕이 되고 싶은 마음이 예희를 사랑한 마음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사랑 하나로 족했다면 낙랑을 치지 않고 두 나라가 화친이나 군신관계로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사랑하는 여인의 나라를 뺏고 예희가 과연 정말로 행복하길 바란 건지 어리석었다. 예희 역시 자신의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그 사랑을 보여주어야 했을지 의문이 남는다. 그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과 아직 젊은데 꿈도 피워보지 못 한채 죽음을 맞아 비극을 보여준다.
낙랑의 자명고는 실제 북이 아닌 봉화라는 설도 있는데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란 설화를 각색해 만들어진 동화인 만큼 많이 알려져 있는 이야기에 서사를 넣어 흥미를 유발하게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