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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6. 2024

간극 좁히기


난 일관성 있는 사람이 좋다.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자기 감정에 따라 변덕을 부리는 사람은 가까이 하기 싫다. 좋다고 했다가 싫다고 했다가 욱하다가 헤헤거리다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이 자신의 변덕으로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유쾌한 사람도 좋다. 분위기를 밝게 하고 호탕하게 웃는 사람. 웃으면서 인사하면 더 밝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담백한 사람도 호감형이다. 간결하면서도 단순명료한 사람은 산만하지 않다. 옆에 있으면 지나치게 산만한 사람이 있다. 말도 빠르고 정신이 없고 대화도 장황해 요점이 없다. 한참 듣다보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나름대로 정리를 해서 이해해야 한다. 듣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다른 사람 말은 경청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이다. 대화가 이미 끝나고 나서는 무슨 말이냐며 되묻는다. 이미 다 했던 얘기인데 혼자만 귀기울여 듣지 않아 다시 묻는 사람이 꼭 있다.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고 유연성 있는 긍정적인 사람도 좋다.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상대방을 폄하하기도 한다. 반면 유연성 있는 사람은 누군가 제안하는 의견을 흔쾌히 받아드리고 좀 맞지 않아도 서로 조율 한다. 부딪히는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도 한다. 안 좋은 상황보단 좋은 쪽으로 유도해서 생각이 유연한 사람 옆에 있으면 여유있고 마음이 편해진다.


겸손한 사람도 좋다. 자신을 돋보이려고 열심히 인스타그램을 하며 일상과 여행과 명품 가방이나 의상 등을 자랑하는 이들이 많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자기 만족이 되고 의미있는 활동을 지향하는 이들도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 자기애가 강한 시대에서 겸손을 허물이 많은 사람의 어쩔 수 없는 태도로 여기지 않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덕목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 겸손하면 더 존경받는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렇다고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고 성격. 성품. 환경의 영향도 받아 다른 게 당연하다. 단지 성향이 맞지 않거나 결이 비슷하지 않는 사람과는 점점 거리를 두게 된다. 예전에는 되도록 맞추려고 했다면 나이가 들면서 '굳이' 라는 생각이 앞선다. 잘 맞는 사람과 만나도 부족한 삶이다.


감사한 건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자매들은 모두 긍적적이고 유쾌하고 친구들은 배려심 많고 너그럽다. 20년지기로 만나고 있는 지인들도 대부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일관성 있고 진중하다.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데 인복이 많다.


내 성향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결점도 많다. 지나치게 급하고 서두르고 마음 먹은 건 바로 해야 속이 시원하고 질질 끄는 건 딱 질색이다. 하지만 운전할 때는 절대 급하지 않고 양보한다. 바쁠 땐 종종거리다가도 침대에서 하릴없이 보내거나 늘어질 때도 있다. 지나간 일에는 되도록 미련을 갖지 않고 아니다 싶은 건 정중하게 거절하기도 한다.


내 모습이 누군가에겐 안 좋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안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 역시도 내가 선호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위해 나름 애쓴다.

산만하고 교만하고 자만하지 않지만 억지로도 가식적으로도 아닌 진솔하고 자연스럽게 말이다. 중요한 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되 간극을 조금씩 좁혀나가는 것도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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