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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6. 2024

페르소나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몇 개의 가면이 숨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이는 한 가지로 자신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 지을 수 있냐는 이유로 MBTI 성격 분석을 아주 싫어한다. 내 생각도 비슷하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성격을 16개의 틀 안에 묶을 수는 없다.


 방탄의 페르소나란 노래가 나왔을 때 그 심오한 가사에 놀랐다. 작사를 주로 하는 리더 RM은 좋은 머리 만큼이나 생각이 깊고 성숙하다. 심리학자 칼 융의 철학을 바탕으로 쓴 가사로 누구에게나 있는 거짓 얼굴. 가면을 쓴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노래했다. 칼 융은 무의식. 콤플렉스. MBTI 성격 분석의 이론적 초석을 만든 철학자이기도 하다. 자기 안에 있는 빛과 그림자를 잘 살펴야 한다는 철학자의 사상이 깃든 가사에는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의 고민이 담겨있다.


자신을 고작 몇 개로 표현할 수 없다며 누구는 달리라 하고 누구는 멈춰서라 하고 누구는 숲을 누구는 들꽃을 보라 하고 갈팡질팡 하던 자신을 세우는 건 자신의 영혼의 지도이며 가끔은 위선적이어도 따뜻하게도 차갑게도 할 필요가 없이 자신의 온도를 잃지 말라고 말한다. 아이돌 가수들의 의미 없이 반복되는 가사나 외국 팝 가수의 저질스런 가사와 달리 자신을 깊이 돌아보라는 노랫말을 듣고는 평범한 아이돌이 아니였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살면서 우리는 자신의 본래 성향과는 다르게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나부터도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따라 내 모습이 다르게 나타난다. 가족이 아닌 친구들이나 지인들 모임이나 직업인으로서는 또 다른 내 모습이 드러난다. 가끔은 자신을 속이며 얕은 지식으로 많이 아는 척. 못마땅 하면서도 친한 척. 관심 없으면서 관심 있는 척. 하기 싫은 일도 열심인 척. 마음에 안 들어도 이해하는 척. 두렵지만 강한 척.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가식과 위선으로 포장하며 가면을 쓴 채 사는 모습이 인간의 본성이다.


김려령 작가의 소설 <우아한 거짓말> 에서도 친구의 위선과 가식은 주인공을 극단적 선택까지 몰고 가게 만든다. 겉으론 친한 척 간 쓸개까지 빼줄 것처럼 하면서도 뒤에서는 험담하고 교묘하게 따돌리며 자신이 필요할 때만 도구로 이용하는 친구의 가면에 치를 떤다.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던 주인공은 다섯 개의 털실 안에 봉인을 유언으로 남긴 채 14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진다. 위선과 가식을 확인한 순간 그 모멸감을 견딜수 없었던 것이다. 가면을 쓴 채 우아한 거짓말로 얼마나 많은 이들을 속이며 살고 있는 걸까.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기만을 당하고 교실 현장에서 선생님들의 고충과 학부모의 치부가 수면 위에 드러나고 믿고 얻은 집에서 전세 사기를 당하며 멀쩡한 사람들의 부도덕한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건들을 보면서 가면을 쓴 인간들의 추악함과 마주한다.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과 상관도 없는 이들을 비방하고 거짓 정보를 흘리고 적나라한 악플로 상처를 입히는 것도 자신의 실명을 드러낸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우리는 가면과 거짓이 판을 치는 페르소나 세상에서 산다.


네플렉스 <마스크 걸> 에서도 외모 컴플렉스를 겪은 여주가 자신의 외모를 감추고 낮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밤엔 가면을 쓴채 BJ로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남주도 똑같이 낮엔 존재감 없는 평범한 남자로 밤엔 가식적 모습을 벗어버린 채 적나라하게 본능을 드러낸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 그들이 가면을 벗은 실체와 마주 했을 때 기만 당한 충격은 살인도 서슴치 않는 극단적 행동으로 치닫게 되면서 여주는 성형으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밤의 만낯이 본연의 자아였을 테지만 철저히 가면으로 숨기고 살아갔을 뿐이다. 원작이 웹툰이며 영화 자체가 충격적인 소재로 썩 재밌게 본 영화는 아니지만 메세지는 충분히 전달 됐다.


콤플렉스와 어두운 자아로 똘똘 뭉친 자신의 숨기고 싶은 실체.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행동.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는 페르소나일 수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말도 괜히 있지 않다. 사람의 내면은 얼마든지 감출 수 있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삶의 지혜와 연륜이 생기면서 진실인지 거짓인지 내면을 드려다보는 안목이 생긴다.


스스로 가면을 쓰지 않고 진실하게 사람들과 대면하려고 애쓴다. 본연의 실체와 마주했을 때 실망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본능을 억제하고 이성과 감정에 충실하려 한다. 그 안엔 또 다른 선한 자아가 있고 양심과 진심이 담겨있어 애쓰고 절제하다 보면 습관으로 굳어지고 자연스럽게 성격. 인품. 인격까지도 변하며 고정된다.


이렇게 길들여지다 보면 사회에 순응하며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꿈을 위해 애쓰고 달려가면서 가면속 자신이 아닌 소중한 자신의 진짜 삶과 인격을 가꾸게 된다. 그 결과 자기 발전. 화목한 가정. 화합된 집단. 원만한 사회로 나아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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