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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7. 2024

짠내 나는 부성애          

 -‘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는 참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첫 회부터 시청해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로 인권과 호식이 에피소드를 가장 흥미있게 봤다.


극 중 아버지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심금을 울렸다. 옴니버스 식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배경을 중심으로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려내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실 이야기여서 더 공감이 된 것 같다.


고교 동창들인 은희와 한수. 은희의 동창 친구 인권과 호식이 이야기. 그의 아들과 딸인 고등학생 현이와 영주 이야기. 동석과 선아. 영옥과 정준 이야기가 모두 기억에 남았고 몸값 자랑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현해 시작부터 관심이 뜨거웠던 드라마였다.


 인권과 호식은 한 부모 가정이라는 공통점에 위아래 집에 살고 있는 동창생으로 두 친구에겐 금지옥엽 키운 딸과 아들이 있다. 한 친구는 조폭 출신. 한 친구는 도박 중독으로 부인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서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아빠들이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야말로 개과천선해서 시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이다. 한 친구는 순대를 삶아가며,  한 친구는 얼음을 팔아가며 열심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랑스런 아들과 딸들 덕분이었다. 전교 1.2등을 하며 누구보다 잘 커준 딸, 아들 바보들이다.


표현은 안하지만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이들도 열심히 학업에 충실한 모범생들이다. 다만 빨리 커서 지긋지긋한  제주를 탈출해 성공하고 싶은 꿈을 가진 그들에게 임신이란 시련이 닥쳐온다. 지루한 제주에서 유일한 낙이었던 둘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것이다.


청소년 임신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지만 요즘 ‘고딩 엄빠’ 라는 프로까지 있는 것을 보면서 그 문제를 다루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물론 임신을 관대하게 받아드리거나 조장해선 안 되지만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아이들의 모습이나 막중한 책임감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싶지 않았을까 싶었다.


필력이 워낙 좋은 작가라서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꽂혔다. “장난 아니고 사랑이고 혹이 아니고 소중한 아기라고...” 임신중단을 시도했지만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은 후 용기를 내어 세상과 맞서기로 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두 아빠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치고받고 말로 상처주고 온 동네가 떠내려갈 듯 악을 써서 싸워 소문이 파다해졌다. 숟가락 몇 개까지 있는 것을 알고 지낸 은희도 이 사태만은 돕지 못한다. 결국 아들에게 떠밀려 다리를 다치고 절대 지지 않겠다고 빌지도 않는 딸에게 마음을 다친 두 아빠는 유치장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고서야 진정한다. 왜 사이가 그토록 나빠졌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말은 서로를 상처 입힌다. 특히 자신이 가장 힘들 때 들은 말은 더 비수가 되어 꽂혀 평생 잊지 못한다.


아이들만큼이나 상처 입은 두 아빠들과 아이들의 극적 화해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빠 미안해. 너무 외로워...”

라고 처음 고백하는 딸의 모습, 딸을 양육하며 흘린 눈물이 바다 가득일 거라는 아빠의 대사. 아빠를 수치스럽다고 느낀 아들의 말에 깊은 상처를 입은 아빠를 등 뒤에서 안으며 미안하다고 울부짖는 아들의 마음에 시청자들은 함께 울었다. 표현에 서투른 아빠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회차여서 특히 남성들의 시청 소감과 댓글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도 비록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지 않은 사람들. 하루하루 노동하지 않으면 먹고 살길이 막막하면서도 열심히 자식만을 바라보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하나도 없다. 그러기에 자식의 앞날이 가시밭길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대가가 가혹한 것을 알기에 미연에 방지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안다면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대못을 받고도 특히 당당한 딸이 처음엔 너무 되 바라지다고 생각했다. 순박하고 착한 현이에 비해 누구보다 자신의 행복과 안위가 중중요했던 이기적인 영주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선택한 일이 작은 생명이라는 사실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응원을 하고 있었다.


임신을 해도 어떤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되고 학업중단을 시킬 수 없다는 학생인권조례가 있어 학습권을 유지할 수 있지만 모두에게 큰 충격이고 엄청난 시련이다. 부모는 그 길을 가지 않게 하려고 분노하며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는 것이 당연하다.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부모의 다짐도 결국 자식 앞에서는 무너지고 화해하며 마지막이 훈훈하게 장식되었다.


 청소년들의 임신을 너무 쉽게 생각한건 아닌지 올바른 대처인지 등 논란이 참 많은 주제였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일단 난 두 부모의 마음도 두 아이들의 마음도 다 이해가 되었다. 물론 일어나면 안 될 일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책임지겠다는 용기 있는 행동과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니 필사적으로 막아보려는 아빠들의 마음도 다 공감이 되었다. 극적으로 화해가 되었으니 머리를 맞대어 힘을 모아 가장 좋은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블루스' 란 느린 곡조에 맞추어 추는 춤인데 그들의 파란만장한 에피소드가 분위기에 맞는 ost와 함께 오래 기억 될 것 같다. 어멍, 아방, 하르방, 할망, 아즈방, 아즈망, 오라방 등 혼저 옵서 등 제주 방언은 또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답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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