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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Aug 16. 2024

우리 집으로 출동한 경찰

[3장 너, 나 그리고 우리 - 미치도록 다툰 부부싸움 시기를 지나고]

 막 결혼을 하고 신혼 6개월 차까지 우리는 싸움닭이었다. 정말 없이 싸우고 싸웠던 같다. 그때마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내가 정말 결혼을 행복하려고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부부가 함께 하는 나날들이 모두 행복할 수는 없다. 행복한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격차가 좀 심했다. 사이가 좋을 때는 그 누구보다 좋았지만 안 좋을 때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다퉜다. 한번 싸우면 끝장을 봤다. 


처음에는 가벼운 말다툼이었다. 하지만 싸움에도 가속이 붙는 건지 말다툼은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이 큰 싸움으로 번졌다. 결혼식 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던 부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분노의 얼굴로 서로를 향해 상처 주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사달은 순식간에 우리를 찾아왔다. 그날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심하게 싸우고 있었고 경찰까지 부르는 사태로 이어졌다. 늦은 시간에 집으로 출동하신 경찰관 분들께 죄송한 마음과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경찰관 분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도중 문틈으로 바라본 장면에 정신이 확 들었다. 활짝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우리의 결혼사진을 한 경찰관 분께서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셨던 것이다. 


'맞다. 우리가 저랬을 때가 있었지.'


경찰관분들이 돌아가시고 거실에 걸린 결혼사진을 물끄러미 다시 쳐다보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건지 속상함과 후회스러움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너무도 짧은 시간에 괴물로 변해 버린 우리를 돌아보며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제 싸움은 그만하고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남편도 그랬다.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다툼은 서로의 주장만 맞다고 고집하는 아집에서 비롯됐었다. 문제는 한번 싸우면 서로 이성을 잃어 다툼이 더 커진다는 것이었다.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구청에서 위기에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다. 그렇게 우리는 공고에 지원해 합격을 하게 되고 10차례에 달하는 부부 상담을 받았다. 부부 상담은 정말 소중한 기회였다.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그동안 남편에 대해 정말 무지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


상담 기간 내내 상담사님이 강조하신 것은 서로의 다름을 바꾸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툼이 커질 것 같으면 반드시 '타임아웃'을 외쳐 고조된 감정을 진정하고 이성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하셨다. 


정말 감사하게도 부부 상담 이후 우리의 다툼 횟수는 현저하게 줄었다. 평생 싸울 것을 다 싸운 건지 이제는 잔잔하게 지내며 결혼 생활의 재미를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다. 신혼 초반의 성장통을 겪으며 한층 더 성장해진 듯하다. 


앞으로 자녀가 생기거나 하면 우리의 삶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건강한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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