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우리 - 저녁을 함께할 사람이 생긴다는 것]
'OO씨, 결혼하더니 살이 좀 붙은 것 같다?'
주변의 신변잡기에 관심이 많던 몇몇 직장동료들이 결혼을 한 내게 얼굴이 좋아졌다며 한마디씩 던지곤 했다. 내 모습을 매일 보아와서 그런지 나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고 느꼈는데, 반복적으로 비슷한 말을 들으니 '정말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결혼을 하고 나의 하루가 좀 더 온전해진 기분이다. 귀찮다고 밥을 대충 먹거나 하루종일 일만 하다 자는 것이 억울해 밤늦게까지 유튜브를 보던 날들이 줄었다. 결혼 전 갓 자취를 시작하던 나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봤던 건지 무수한 환상을 가졌었다.
한번쯤 꿈꿔 왔던 자취 생활을 시작하며 드라마에서 나오는, 독립적인 직장인이 될 줄 알았다. 자취 초반에는 동경해 온 자유를 누리느라 그저 즐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영원하지 못했다.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돌아오면 패잔병처럼 누워있기 일쑤였다.
집밥을 찬양하며 건강한 식사를 하겠다던 결심은 온데간데없고 대충 끼니를 때우는 날들이 잦아졌다. 마음도 피폐해졌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철이 없던 시절 그려온 환상과 달랐다. 지친 마음을 친구들과 푸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퇴근하고 불이 꺼진 빈 방으로 돌아와 끝이 없는 어둠과 싸우기도 했다.
머릿속 상상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 결혼하면 일상이 많이 달라진다는 말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더 이상 빈 자취방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꽤 컸다.
우선 친구들과의 약속이 아니면 혼자 먹던 저녁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내심 반가웠다. 소박한 저녁이라도 남편과 함께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나 보니 알 수 없는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또 끼니를 거르는 날이 거의 없다 보니 몸도 건강해진 기분이었다. 직장 동료들이 한 말도 이렇게 돌아보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도 소중했다. 혼자 살 때는 걱정이 있으면 혼자 생각하다 부정적 결론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남편과 생각을 함께 나누다 보니 생각지 못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기분이었다.
명확한 사실은 결혼을 하고 잊고 있던 안정감을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함께 가는 길인 만큼 좀 더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