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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Aug 20. 2024

부부는 모든 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가

[3장 - 부부의 개인 시간도 필요하다]

 갓 결혼을 하고 우리의 주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남자친구가 더 이상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은 묘했다. 데이트를 하며 더 놀고 싶었던 아쉬움을 이제는 느끼지 않아도 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을 함께 보낸다는 건 참 소중했다. 마치 인생 친구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렇게 우리 사이에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주말은 함께 보내야 한다는 불문율 아닌 불문율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음에도 왠지 모르게 에너지가 완전히 충전되지는 않는 느낌이었다. 2% 부족한 행복감이라고 할까.


그리고 그 원인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나는 개인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혼자서 조용히 노래를 듣든 책을 보든 독립적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는 중요했다. 그런데 하루 내내 남편과 모든 걸 함께 하려고 하니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던 것이다. 


일례로 나는 노래를 듣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혼자 살 때는 노래를 틀어 놓고 집안일을 하며 나만의 방구석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후 나도 모르게 남편과 모든 시간을 함께 하려다 보니 노래를 언제 들었는지도 가물가물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편이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친구와 약속 잡는 것이 눈치가 보였다. 남편을 집에 두고 

나 혼자 밖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놀러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까. 


답답한 마음에 부부의 개인시간에 대해 남편과 대화를 나눴더니 남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미치도록 답답한 기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잊고 있던 게임과 관련 영상들이 문득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너무 잘하려다 보니 탈이 났던 것 같았다. 그리고 부부의 시간에 대해 잘못된 개념을 갖고 있었다. 돌아오지 않을 신혼인 만큼 모든 것을 상대에게 맞추고 함께 보내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 이후 우리는 주말이든 평일이든 어느 정도의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친구와의 약속도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잡으며 서로에게 공유 중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함께 보내는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듯하다.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적당한 개인 시간도 필요하다. 모든 것을 함께 하고 모든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어느 정도의 개인 시간이 전제된 부부 관계가 장기적으로 더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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