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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Aug 27. 2024

배우자의 물음표

[3장 - 부부간 대화가 필요한 이유]

 관계의 온도는 대화의 빈도와 비례한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크기가 큰 만큼 궁금한 점도 많다. 흔히 소개팅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을 때 대화가 쉽게 끊기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는 마침표보다는 물음표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대화도 없는 관계는 더 이상 뜨겁지 않다. 상대방에 대해 관심이 줄었기 때문에 궁금한 점도 없다. 대화도 사라진 그곳에는 서로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만 남아있을 뿐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대화가 필요하지만 부부 사이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남편은 퇴근하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곧잘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고 내게 묻곤 했다. 처음에는 나의 하루에 대해 떠드느라 재잘댔지만 보통의 일상이 반복되면서 대답할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질문을 하고 단조로운 대답을 내뱉으며 남편이 왜 이렇게 같은 질문을 하는지 궁금했다.


나의 물음에 남편은 우리가 하루 중 퇴근하고 저녁에 잠깐 보는데 이마저도 대화를 안 한다면 집안 분위기가 너무 삭막해질 것 같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남편이 대화를 시작하기 전 나는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 변명을 하자면 회사와 출퇴근길에 에너지를 소진해 재잘거릴 힘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핑계다. 


흔히 말하는 '티키타카'가 됐다기보다는 내 이야기만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쓰고 보니 반성문 같지만 남편에게 내 감정만 털어놓았다. 내 문장 속에는 물음표가 없었던 것이다. 


부부 상담을 받고 있던 당시 상담사님께서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결혼이라는 문턱을 지났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앞으로 우리를 기다릴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이벤트를 지날 때마다 관계가 많이 출렁댈 것이며, 신혼 시절 둘이서 나눴던 대화들이 이를 이겨낼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부부 관계를 위해서 대화를 해야 했다. 대화의 중요성을 인지한 이후에는 남편이 묻기 전에 먼저 남편의 하루에 대해 궁금해한다. 뿐만 아니라 내 감정만 전달하기보다는 남편의 감정이 어떠한지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저녁을 먹을 때는 되도록이면 TV나 유튜브 시청을 자제했다. 그 시간만큼은 서로에게 집중해 충분한 대화를 하자는 의도다. 대화를 하는 힘도 근육처럼 하다 보니 늘었다. 


사실 대화를 한다고 부부 관계가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둘만이 나눈 대화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먼 훗날 세상의 풍파를 이겨낼 토대가 될 수 있다. 바쁜 하루에 숨 돌릴 틈이 없지만 하루에 5분 정도라도 배우자와 대화를 나눠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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