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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Sep 03. 2024

예쁘게 잘 살겠습니다

[Epilogue - 내가 선택한 유일한 가족, 남편]

'예쁘게 잘 살겠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를 하면서, 결혼식장에서 만난 어른들께 인사를 하면서 밝힌 우리들의 포부다. 결혼을 하게 될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말이지만 때로는 까맣게 잊을 수 있는 특별한 문장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남편과 나의 관계는 봄이기도 또 가을이기도 했다. 어떤 때는 여름처럼 뜨겁고 또 다른 날은 겨울처럼 차가웠다. 이렇게 몇 번의 계절을 지나며 우리는 결혼 1주년을 맞이했다. 새삼 느끼지만 시간이란 건 너무 빠르다. 


우리는 1년 동안 예쁘게 잘 살았을까.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세상 그 누구보다 잘 지내다가도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사람처럼 치열하게 다투기도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우리 관계가 깊어졌다는 사실이다.


사실 무언가를 철두철미하게 생각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누군가는 결혼은 애들 소꿉장난이 아닌, 현실이라고 직언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매사에 너무 진지해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별 것 아닌 것들로부터 시작됐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좋아하는 영화를 같이 보며, 퇴근하고 가벼운 산책을 하며 우리는 참 행복했다. 또, 유치한 장난을 치면서, 어린아이처럼 재잘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기준에 상대를 맞추려 하고 주변인의 말에 중심을 잃으며 행복은 도미노처럼 무너지기도 했다.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결혼 생활을 하려다 보니 역효과가 난 것이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들며 보냈던 사소한 순간들로부터 행복감을 느꼈다. 


결혼 1주년을 맞아 조촐한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지금 그래왔던 것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했다. 물론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의지와 마음은 통제 가능하다. 의지만 있다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다짐한다. 


앞으로도 예쁘게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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